기획 군사 우명소 시즌2

[우명소 시즌2] 육군7보병사단 전차대대 윤채은 대위

입력 2022. 11. 02   17:25
업데이트 2023. 08. 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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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첫 전차중대장으로 첫걸음…내가 걸어가는 길이 여군 기갑병과의 역사다

우리 부대 명품 전우를 소개합니다 -
시즌2

육군7보병사단 전차대대 윤채은 대위

 
“걱정 반 설렘 반…부담감도 커”
장병 40여 명·K1 전차 10대 등 이끌며
대한민국 첫 전차부대 임무완수 매진


체력·체격 불리한 조건 극복 노력 
적극·열성적인 장교로 ‘여장부’ 호평
‘내리사랑 실천’ 장병 60명 면담도
“믿고 따를 수 있는 중대장 되고 싶어…
후배 여군, 한계 생각 말고 최선 다하길”


‘육군 최초 여군 전차중대장’인 윤채은 대위가 ‘대한민국 최초 전차대대’라는 소속 부대 안내 표지판 앞에서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육군 최초 여군 전차중대장’인 윤채은 대위가 ‘대한민국 최초 전차대대’라는 소속 부대 안내 표지판 앞에서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육군 기갑병과 첫 여군 전차중대장으로 임무를 수행 중인 육군7보병사단 전차대대 윤채은 대위가 훈련장에서 K1 전차 기동을 지휘하고 있다.
육군 기갑병과 첫 여군 전차중대장으로 임무를 수행 중인 육군7보병사단 전차대대 윤채은 대위가 훈련장에서 K1 전차 기동을 지휘하고 있다.


‘첫’이라는 표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첫걸음, 첫인사, 첫사랑처럼 개인적인 것뿐만 아니라 첫 시도, 첫 사례, 첫 성공 등 조직이나 국가적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때에도 쓰인다. 역사는 기록으로 남는 만큼 어떤 분야에 먼저 발자국을 남긴 이는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 특히 군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수인 여군이 밟는 첫 발자취 하나하나에 중요한 의미가 담긴다. 육군 기갑병과의 첫 여군 전차중대장으로 취임한 육군7보병사단 전차대대 윤채은 대위가 만들어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확인해본다. 글=배지열/사진=이경원 기자


‘첫’ 역사 만든 치열한 노력

윤 대위는 2018년 3월 임관한 순간부터 육군의 ‘첫’ 기록을 세웠다. 육군은 2014년 기갑·포병·방공·군종병과를 여군에게 개방해 모든 병과에서 남녀 제한을 없앴지만, 기갑병과에서 여군 장교가 배출된 건 윤 대위가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군인의 길을 선택했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나도 국가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는 윤 대위는 “특히 군대는 남자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보고 지원했다”고 회상했다. 주변에서도 윤 대위의 입대를 반겼다.

“아버지께서 군에 관심이 많으셨고 어머니도 군인이 되는 건 어떠냐고 추천하셨습니다. 친구들도 제가 입대한다고 하니 ‘너라면 그럴 것 같았다’고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그는 임관 이후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에서 소대장과 정보장교, 여단 교육장교를 거쳤고 지난해 7사단으로 전입 와서 본부중대장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자로 전차중대장 휘장을 달았다. 이제 그는 장병 40여 명과 K1 전차 10대, K200 장갑차 1대를 이끌어야 한다.

그는 취임 소감으로 “걱정 반, 설렘 반의 감정”이라며 “사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위가 중대장을 맡은 부대도 ‘첫’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미래 전장 전차 운용에 대해 연구

7사단 전차대대는 1953년 창설된 육군 첫 전차부대다. 부대 입구부터 ‘대한민국 최초 전차대대’임을 나타내는 간판이 장병과 방문객을 맞이한다.

군대에 대한 정보가 없던 임관 초기부터 윤 대위와 전차는 운명적으로 연결됐다.

“전시 한반도 지형에서 승리를 주도할 수 있는 무기가 전차라고 생각했습니다. ‘무거운 포탄을 어떻게 여자가 옮기나’처럼 굳어진 인식이 있었는데 체력 단련과 연습을 하면서 다 해냈습니다.”

이전까지는 여군이 없었던 기갑부대였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여군이 있었던 적이 없으니까 훈련장에도 갖춰진 시설이 부족했습니다. 필요한 걸 지속해서 건의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중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여군이 아니라 같은 군인이라는 인식 아래 서로를 이해하면서 다가가고 있습니다.”

윤 대위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느낀다. 현재 기갑병과와 관련된 교범뿐만 아니라 미래 전장에서 전차가 어떻게 운용될지, 다른 전력과 접목·병행할 부분은 없는지까지 늘 연구한다. 그는 “최근에는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관련 공부를 시작했고 자격증도 따려고 계획 중”이라며 “정보전·사이버전 등 다양한 국면의 전장이 많기 때문에 공부하다 보면 해야 할 것이 계속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첫’ 역사 키운 선배 장교들

윤 대위는 ‘특별히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황한 표정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도움을 준 선배 장교들이 너무 많아 한 명을 꼽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와 인연이 있는 선배 장교들로부터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그에게 좋은 영향을 준 스승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윤 대위가 수기사 비호여단 교육장교로 있을 때 여단장이었던 진창호(대령) 육군기계화학교 행정부장은 그를 ‘남군인지 여군인지 모를 정도로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장교’로 기억했다.

“사실 기갑병과의 첫 여군 장교라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염려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온 만큼 앞으로도 기갑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여군 장교가 되기를 바랍니다.”

윤 대위를 직접 교육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한 이종구(중령) 육군기계화학교 전술2교육대장은 윤 대위의 이미지를 묻자 단번에 ‘여장부’라고 답했다.

“부족한 게 있으면 배우려는 자세가 보여서 ‘이 친구는 다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스스로 체력·체격 면에서 남군과 조건이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항상 극복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모습이 인상 깊었죠. 저도 윤 대위에게 ‘네가 걸어가는 길이 여군 기갑병과의 역사’라고 늘 강조했는데 앞으로도 잘할 것으로 믿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윤 대위가 써내려가는 역사가 한두 페이지로는 끝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왔다.

좋은 가르침을 받은 만큼 윤 대위도 ‘내리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해 처음 전차대대에서 본부중대장을 맡았을 때는 60명의 장병을 일일이 면담하기도 했다.

“소통이 돼야 부대가 원활하게 유지된다는 게 제 철칙”이라는 윤 대위는 “귀를 닫고 입만 열면 누가 제 말을 들어주겠느냐”고 강조했다.

가까이서 윤 대위를 지켜본 사람들도 그의 앞길에 응원을 보낸다.

윤 대위의 지휘를 받게 된 박민지(소위) 소대장은 “평소에도 긍정적이고 임무 수행에 있어 책임감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셨다”며 “첫 여군 전차중대장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중대장님 밑에서 많이 배우며 성장하는 소대장이 되고 싶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첫’ 역사에서 나아갈 길

윤 대위는 어떤 중대장이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믿고 따를 수 있는 중대장’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장병들이 ‘윤채은 대위라면 전쟁이 나도 믿고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중대장이 되고 싶습니다. ‘솔선수범하겠다’는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걸 압니다. 그래도 꼭 먼저 나서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도 개인적인 바람보다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먼저 하는 그이다.

윤 대위는 “자부심을 가지고 어떠한 임무라도 완수할 준비가 된 중대장으로 거듭나는 게 1차 목표”라면서 “앞으로도 육군과 특히 기갑병과가 발전하는 데 저라는 존재가 이바지하고 싶다는 게 다음 목표”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뒤를 이을 기갑병과 여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윤 대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위치에서 정말 최선을 다한다면 불가능한 건 없습니다. 부대에서 생각과 배려를 많이 해주는 만큼 본인도 희생하고 맞추려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앞으로 기갑 여군이 부대의 승리에 기여하는 모습을 많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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