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스타트업 창업 가이드

유망한 벤처는 ‘천사’가 돕는다

입력 2022. 10. 31   16:56
업데이트 2022. 10. 31   16:59
0 댓글

에인절 투자자

창업 초기단계 고수익·고위험 감수하고 투자하는 개인·조합
작년 제2 벤처붐 업고 신규 결성액·조합 수·투자 금액 최고치
자격증·경력 등 따라 전문·적격 분류…개인 모여 펀드 조성도



이번에는 지난주 공유한 일반(민간) 투자자 중에서 스타트업의 극 초기 단계에 주로 투자하는 에인절 투자자(Angel Investor)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일반적으로 에인절 투자자는 예비창업 단계나 창업 초기단계 기업에게 필요한 자금을 투자 형태로 제공하고, 경영에 대한 자문을 해 주어 기업의 가치를 높인 후 일정한 방법으로 투자이익을 회수하는 개인투자자를 말한다. 기술력은 있으나 창업을 위한 자금이 부족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첨단산업 육성에 밑거름 역할을 하는 투자자금을 제공한다. 이러한 투자 자금을 에인절 캐피털(angel capital)이라고 부른다.

에인절 투자자는 보통 혼자 활동하는 개인투자자와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투자하는 에인절 투자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대체로 직접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지만 보다 전문적인 투자를 위해 벤처캐피털에 위탁해 운영하기도 한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실패하면 단시간에 투자금을 잃을 수 있는 이른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투자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공인 투자자(Accredited Investor), 영국에서는 비즈니스 에인절(Business Angel)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런 에인절이 사용하는 자금을 에인절 캐피털(Angel Capital)이라고 한다.

에인절 투자자에서 에인절(Angel)이라는 뜻은 약어나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어 그대로의 의미인 ‘천사’를 뜻한다.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라고까지 부르는 스타트업의 가장 힘든 시기에 ‘천사’처럼 나타나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에인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에인절의 개념은 원래 192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브로드웨이에서 많은 공연이 만들어졌는데 일부 공연은 작품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부족해 공연할 수 없었다.

이럴 때 돈 많은 후원자들이 자금을 대 공연을 하도록 도와줬는데 이런 후원자들을 가리켜 ‘에인절’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도와주다 보니 ‘선한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란 뜻에서 에인절이란 용어가 사용된 것이다. 우리나라 정서로 보면 ‘키다리 아저씨’나 ‘기부천사’와 유사한 개념이다.

투자 업계에서 에인절 투자자란 개념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다. 당시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많은 벤처기업들이 문을 열었는데 자금 문제를 겪는 기업 또한 많았다. 이때 자금 여유가 많은 개인들이 창업 초기기업을 대상으로 마치 브로드웨이의 공연 작품을 후원한 것처럼 자금을 지원하면서 산업적으로도 ‘에인절’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1차 벤처 붐이 일면서 에인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가 벤처 붐이 꺾이면서 다시 잠잠해졌지만 아이폰으로 시작된 모바일 혁명과 제2의 벤처붐이 일어나면서 다시 많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에인절 투자 시장이 신규 결성액과 결성조합 수, 투자금액 모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2021년 개인투자조합 신규 결성액은 6278억 원으로 전년(3324억 원)보다 무려 88.9% 증가했다.

신규 결성 조합 수는 2020년(485개)보다 87.7% 늘어난 910개이다. 4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결성액은 7배, 조합 수는 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개인 출자자 수는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만6681명, 개인 출자액은 2.4배 늘어난 5763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합 결성을 넘어 실제 투자 역시 많이 이뤄졌는데 작년 한 해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신규로 투자된 금액은 전년 대비 54.8% 증가한 4013억 원, 투자받은 기업 수는 1005개에 달한다.


에인절 투자자 관련 용어

에인절 투자자 관련해서 다양한 용어가 있다. 우선 ‘전문 에인절 투자자’라는 용어는 3년 이내 투자 실적이 1억 원 이상이고 관련 경력과 교육 이수 및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를 말한다. 경력요건은 전문 에인절 교육과정 이수자, 이공·경상계열 박사학위 소지자, 기업경영 또는 투자심사 경력자,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기술지도사, 감정평가사 등 13개 경력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면 전문 에인절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특히 전문 에인절이 5000만 원 이상 투자한 벤처기업은 벤처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 에인절로부터 투자받게 되면 투자금의 2배수까지 에인절투자 매칭펀드 신청(지역기업의 경우 2.5 배수)이 가능하다. 전문 에인절은 전문성 검증을 위해 2년마다 자격을 갱신해야 한다. 전문 에인절 투자자는 관리규정(중소기업벤처부 고시 제2014-41호)에 근거하여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자격을 부여한다. 2022년 9월 기준으로 전문 에인절로 등록된 투자자는 약 250명 수준이며, 전체 전문 에인절투자자 명단은 한국엔젤투자협회의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위에 언급한 에인절투자 매칭펀드는 에인절 투자자가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에 선 투자한 후 매칭투자를 신청하면 정부에서 심사를 거쳐 에인절 투자 자금의 1~2.5배 내에서 추가 투자한다. 에인절 투자자는 매칭투자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초기기업은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인절 투자자가 매칭투자를 신청하려면 투자기업의 기업가치가 70억 원(투자금액이 합쳐진 기준)을 넘지 말아야 하는데 매년 100여 개 기업이 매칭되어 투자받게 된다. 투자형태는 에인절 투자자가 투자한 동일한 조건, 방식이 적용되며 투자금 회수 역시 에인절 투자자와 공동 매도가 원칙이다. 매칭투자를 받은 초기기업은 후속투자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기업가치를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높일 수 있다.

전문 에인절투자자보다 다소 하위의 개념으로 ‘적격에인절 투자자’라는 용어도 있다. 이는 최근 2년간 2000만 원 이상의 투자실적을 보유했거나 그 외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인정하는 기업가 또는 경력 보유자이다.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실시하는 ‘적격에인절 양성과정’을 수료해야 하며 현재까지 이수자는 대략 1만여 명 수준이다.

개인들이 모여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는 형태에는 에인절 클럽과 개인투자조합 두 가지가 있다. 에인절 클럽은 에인절 투자에 관심이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해 집단지성의 형태로 상호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하며 투자하게 된다. 벤처캐피털이나 기타 전문적인 투자 회사에 비해 투자 규모가 작거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개인 투자자들이 위험을 분산하고 초기기업 발굴에 걸리는 시간 등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인절 클럽을 통해 발굴된 기업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있으나 회원 모두가 반드시 투자에 참여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개인의 판단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구성원 제한이나 출자의무 등 법적인 제한이 전혀 없는 동호회 성격의 투자클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개인투자조합은 개인 투자자들이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직을 구성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투자조합이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설립하는 것으로 출자 총액이 1억 원 이상이며, 조합원 수가 49인 이하로 구성된 조합을 의미한다. 법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하도록 돼 있으며, 일정 투자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