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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대 전부터 해외파병부대에 관심이 많았다. 그 관심은 직접 그들의 활약상을 보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013년 태풍 ‘하이옌’으로 큰 피해를 본 필리핀 한 마을에 의료봉사 활동을 갔을 때 우연히도 우리 군 파병부대인 ‘아라우’ 부대원들의 재해복구 활동을 목격했다. 그들 덕분에 태풍 피해를 조금씩 극복하고 희망을 찾는 마을 모습에 파병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커졌다.
그러다 27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어학병으로 군복을 입었다. 처음에는 대대 작전병으로 배치받아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오랜 목표였던 해외파병의 꿈을 버릴 수 없어 파병을 지원했고, 동명부대 작전병으로 선발돼 8개월간 임무를 수행했다.
파병 기간 두 눈으로 확인한 레바논의 정세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한국처럼 의료·경제·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안정적인 생활여건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원자재 상승 등 복합적인 국내외 문제 때문에 레바논 국민의 생활은 궁핍해져 가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파병부대에서의 생활도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 않았다. 특히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동명부대 작전병 직책은 높은 책임감과 완전한 임무 수행능력이 필요했다. 초반에는 시간도 매우 부족하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조바심이 들어 매일 괴롭게 하루를 맞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에서의 생활은 점점 자긍심을 키워줬다. 타지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전우들과 ‘왜 파병을 지원했고, 이 자리에 와 있는가’를 이야기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생각했던 파병부대원의 명예와 현재 맡은 임무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다시 생각해봤다. 불안정한 작전환경에서도 수행한 민군작전과 코로나19 여파에도 적극적으로 펼친 의료활동은 호응이 대단했다. 이외에도 직업교실, 태권도 교실 등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레바논 국민에게는 빛이자 희망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국으로 복귀한 지금, 나는 그곳에서의 시간이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장담한다. 누구나 경험할 수 없는 군 생활을 했다는 자부심과 다양한 국적의 군인을 만나 유대관계를 쌓은 것, 또 타지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으로 자긍심을 가진 것까지. 선배 전우들이 일궈온 파병지의 영광스러운 역사에 내 이름도 남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이자 자랑거리가 됐다.
파병을 성공적으로 마친 나에게 자랑스럽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 고국을 떠나 어려운 환경에도 8개월 동안 잊지 못할 값진 경험을 선사해준 동명부대 26진 모든 장병에게 최고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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