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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삶은 시간과 연결된다지만 군대만큼 시간의 소중함을 가르쳐주는 곳은 흔치 않다. 군 생활은 필연적으로 시간과 연결된다. 1분, 1초가 성패를 좌우하는 작전과 전쟁의 순간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 하루하루의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시간의 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입대 후 훈련소에서의 긴 대기 시간, 짧게는 18개월부터 21개월에 이르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구상하는 시간까지. 시간 관리의 실천과 성찰까지 ‘훈련 같은 실전’을 살아간다.
특히 외출과 휴가는 정해진 시간 내에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하고 복귀하느냐와 연관된 만큼 개개인이 시간의 주인이 된다. 출영 전부터 여러 준비를 하고, 귀영 때까지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알찬 시간을 완성하고 돌아오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이동 시간부터 식사, 각종 볼일까지 계산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실행하다 보면 누구나 시간 관리의 고수가 돼 있다.
훈련과 업무 속에서는 시간 사용법을 배우고, 업무 후 개인정비 시간에는 나름의 시간 완성법을 배워나가는 전문가들이 된다. 일과 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의 정해진 일과 속에서 효율적이면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는 최적의 근무 방식을 선택하고, 남은 시간을 활용해 현재와 미래의 나를 만족하게 할 방법을 찾는다.
군에서 지내다 보면 시간은 항상 ‘양가감정(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을 자아낸다. 전역까지 아직 많이 남았다고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군 생활도, 전역 이후의 삶·진로·꿈을 생각하다 보면 금세 내일처럼 여겨진다. 자격증이나 유학 등의 진학 준비, 수능 공부를 하는 경우엔 더욱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전역이 너무나 멀게 여겨지는 이병·일병 때 시간을 쉽게 흘려보내고는 한다. 그럴 때 공부나 독서나 운동을 했다면 좋았을 거라고 다들 한 번씩 후회하곤 한다.
이런 글을 쓴다고 해서 내가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보단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입대 전에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그날그날의 비슷한 하루, 목표가 없는 대학 생활에서는 재미나 새로움을 찾아 비계획적이고 충동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그러는 사이 동기와 선배들은 자랑스럽게 군 복무를 마치고 예비군까지 다녀오고 있었다. 병장이 되고 나니 조금씩 그 말이 실감이 난다. 하지만 아직도 하루하루의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는 일은 많은 인내와 도전이 필요하다. 남은 복무 기간이라도 전역 후의 나 자신에게 이 정도면 잘 지냈다, 내 시간에 부끄러움이 없었다는 말을 하게 되길 꿈꾼다.
전우들의 18~21개월의 모든 시간이 늘 건강하고, 무탈하며, 미래에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빈다. 미래를 준비하는 당신의 모습이 바로 옆 전우에게도 귀감과 존경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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