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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원 뚫은 환율 ‘킹’달러 시대

입력 2022. 10. 07   17:34
업데이트 2022. 10. 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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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00원 돌파… 에너지 대란 등 영향
 
미 연준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도 상승 부추겨
원화 가치 하락…항공·여행업계 비상
수입의존도 높은 기업들도 타격 심화
대외건전성 지표는 비교적 ‘양호’ 평가

 


요즘 환율 왜 이렇게 오르나요?

“순식간에 학비 1000만 원을 더 내게 생겼어요. 적금 통장을 깨야 할까요.”

“제일 높을 때 환전해야 하다니, 피가 다 마릅니다, 말라요.”

지난달 28일 달러화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돌파하자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나왔습니다. 유학생들과 해외송금이 필요한 기업 관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지요.

환율이 1440원을 웃돈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16일(고가 기준 1488.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의 일입니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또 내리면 내리는 대로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환율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환율이 뭐길래 이처럼 큰 관심을 받는 것일까요.


원화로 표시한 해당 통화의 가격… 수시로 변해

환율은 서로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을 뜻합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 화폐와 비교한 미국 달러 등 외국 통화의 가격입니다. 달러화 환율이 1400원이라면, 1달러와 1400원이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환율은 달러를 사고파는 거래 과정에서 시시각각 변합니다. 주가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가고,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환율이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올랐다고 해봅시다. 이는 1300원을 주고 1달러를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1400원을 줘야 1달러를 얻는 상황으로 변했다는 뜻입니다. 우리 돈을 더 줘야 외국 돈을 구할 수 있게 됐으니 그만큼 원화 가치는 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국 돈을 갖고 있으면 외국 돈을 주고 예전보다 많은 양의 원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환율 상승은 원화 가치의 하락을 뜻합니다.

반대로 1400원이던 환율이 1300원으로 떨어지면 1달러를 얻기 위해 1400원이 아니라 1300원만 지불하면 됩니다. 우리 돈을 덜 주고 외국 돈을 구할 수 있게 됐으니 그만큼 원화 가치가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율 상승 시 해외 구매력은 감소… 수입↓ 수출↑

환율은 구매력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달러당 환율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0원 올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미국산 볼펜 한 자루 가격을 1달러라고 했을 때 과거에는 이를 사기 위해 1000원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환율이 1500원으로 오르면 1달러를 구하기 위해 1500원을 준비해야 합니다. 결국 환율 상승 시 상대국 물건을 사려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우리의 구매력이 감소한 것입니다.

달러당 환율이 떨어지면 이와 반대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환율 하락은 곧 원화 가치 상승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상대국 물건을 살 때 더 적은 돈을 지불해 사는 것이 가능합니다. 우리의 구매력이 늘어난 것이죠.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든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달러화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일 때, 삼성전자는 100달러짜리 휴대전화를 수출하면 10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달러화 환율이 1달러당 1500원으로 오르면 삼성전자 매출 역시 15만 원으로 오르게 됩니다. 똑같은 상품을 판매했음에도 환율 상승으로 인해 매출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반면 수입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환율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제품을 수입할 때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합니다. 학비를 내야 하는 유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환율 변동으로 인해 순식간에 원화로 지불해야 하는 돈의 차이가 커지는 것이죠. 항공, 여행, 면세업계를 비롯한 많은 기업과 관계자들이 환율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고환율 요인은 미국 금리 인상,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등

최근 수개월째 고환율이 지속하는 배경에는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지속하는 금리 인상 기조가 달러 몸값을 점점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0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오른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22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3.25%로 0.75%포인트 올리며 우리나라(현재 기준금리 연 2.5%)와의 금리 차이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자금이 유출되며 환율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한미 금리 역전이 심화할 것이란 예상으로 인해 환율 상승을 더 부추기고 있습니다.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역시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리는 요인입니다. 최근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중단하자 LNG 가격은 급등했습니다. LNG 수입국들은 LNG를 사기 위해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해졌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외 주요국들의 경기 둔화도 달러 강세 배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럽은 현재 러시아와의 ‘경제 전쟁’으로 위기에 직면했고요. 중국은 수십 년에 걸친 부동산 호황이 꺼지고 있으며, 일본은 지난 8월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기 둔화 모습이 역력합니다. 우리나라도 올 들어 8월까지의 누적 무역적자가 247억23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훨씬 많아지자 원·달러 환율 상승이 일어납니다.


경계수위 높이는 외환 당국…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환율이 위기를 불러온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경상수지 적자와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국외에서 들어오는 달러 공급은 크게 줄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달러 사재기 현상마저 나타났지만 이를 방어할 외환 보유액은 턱없이 부족했죠. 기업들은 막대한 단기외채를 상환할 달러를 구하지 못해 부도가 났고, 연쇄적으로 대출해준 금융기관의 부실로도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현재는 외환보유액과 대외건전성 지표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 달리 양호하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따라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외환 당국의 입장입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위기 가능성 질문이 나오자 “현 상황은 복합 경제위기이고 환율도 올라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 실물경제 상황이나 대외건전성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는 판이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은 9월 말 기준 4167억7000만 달러로 1997년 말(204억1000만 달러)의 약 20배 수준입니다. 다만 치솟는 환율로 인한 고물가는 우려 사항입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이는 다시 국내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이지요. 외환 당국은 이와 관련해서 국내외 외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필자 방영덕은 매경닷컴에서 유통, 소비재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소식부터 글로벌 경제까지 이해하기 쉽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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