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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억새 산행] 어느새 가을, 억새에 물들다

기사입력 2022. 10. 06   17:17 최종수정 2022. 10. 06   17:20

서울 하늘공원·포천 명성산 가을 축제
드넓은 군락지에 다양한 즐길거리 ‘덤’

 
정선 민둥산, 산행 초보도 거뜬한 코스
홍성 오서산, 낙조 어우러진 풍광 압권

 
5개 구간 산행길 자랑하는 영남알프스
‘발아래 다도해’ 장흥 천관산도 볼만

 

은빛 억새로 가득한 충남 홍성의 오서산을 등산객들이 오르고 있다. 오서산은 서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억새 산인 만큼 시간을 맞춰 하산하면 아름다운 억새와 함께서해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강원도 정선 민둥산.
영남알프스.
서울 하늘공원.

자명한 가을이다. 전국에 비가 퍼붓고 난 뒤, 사람들의 옷차림뿐 아니라 산천의 때깔도 달려졌다. 그러나 아직 단풍놀이를 나서기엔 이르다. 10월 중순께나 설악산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단풍 말고 가을을 느끼는 방법이 또 있다. 솜털처럼 하얀 꽃을 틔운 억새의 군무를 보러 가는 거다. 깊은 가을, 억새 군락의 장관은 벚꽃 피는 4월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눈부시다. 가볼 만한 전국의 억새 군락지를 소개한다. 드넓은 공원도 있고, 해발 1000m가 넘는 산도 있다.


서울 하늘공원·포천 명성산


처음부터 이렇게 말하면 김새려나. 멀리 갈 것도 없다.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하늘공원에 드넓은 억새밭이 있다. 원래 이곳은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섬 ‘난지도’였다.

1978년부터 15년간 쓰레기 9200만 톤이 난지도에 쌓였다. 더는 쓰레기를 받을 수 없게 된 땅을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5개 테마의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그중 한 곳인 하늘공원은 지반을 다진 뒤 전국 23개 도시에서 가져온 억새를 6만여 평(약 19만8000㎡) 땅에 심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탓에 쉬었던 ‘하늘공원 억새축제’가 오는 15~21일 개최된다. 억새도 구경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축제기간에는 평소보다 늦은 밤 10시까지 공원을 개방해서 서울 야경을 감상하기도 좋다. 드넓은 억새밭도 장관이지만 쓰레기섬이 불과 몇십 년 만에 시민의 푸근한 쉼터로 거듭났다는 사실이 더 감탄스럽다.

억새는 산에도 많이 산다. 가을 한정판 비경을 보기 위해 ‘억새 산행’에 나서기도 한다. 도심 속 공원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기에 기꺼이 땀을 흘린다. 경기도 포천 명성산(922m)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억새 산이다. 억새 군락지 규모는 19만8000㎡로, 다른 억새 산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수도권에서 가깝고 단풍 때깔이 고운 산정호수를 품고 있어 가을이면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오는 9~31일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도 열린다.

명성산 오르는 코스는 다양하다. 억새 군락지를 보려면 산정호수 상동주차장에서 출발해 비선폭포~등룡폭포를 지나는 길이 일반적이다. 억새밭을 만나기 전에도 명성산에는 곳곳에 비경이 있다. 단풍 어우러진 산정호수와 등산길에 만나는 폭포가 근사하다. 주차장에서 약 1시간 30분 걸어 8부 능선에 이르면 억새밭이 펼쳐진다. 시야가 탁 트인 능선에 서면 파란 하늘과 새하얀 억새 융단이 조화를 이룬다.


정선 민둥산·홍성 오서산

헐벗은 산을 일컬어 민둥산이라 하는데 강원도 정선에 그 이름을 그대로 쓰는 ‘민둥산(1119m)’이 실재한다. 이름처럼 산 정상부가 민숭민숭하다.

1970년대까지 화전민이 수시로 불을 질러 나무가 남아나지 않았다. 박정희 정부가 화전을 금지하고 산림녹화사업을 벌였지만, 민둥산은 예외였다. 워낙 바람이 거세고 자연 산불이 많아 나무를 심기 불가능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8부 능선 위쪽으로 나무 대신 억새가 살고 있다. 억새 군락지 면적이 66만㎡에 달한다. 정상 높이가 1000m가 넘어 지레 겁먹을 수 있으나, 산행 초보도 도전할 만하다.

해발 500m 증산초등학교에서 출발하면 2~3시간 만에 돌아올 수 있다. 급경사가 없어서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9월 말부터 시작한 ‘억새꽃축제’가 11월 13일까지 이어진다. 1996년부터 주민들이 축제를 시작했으니 제법 오래됐다. 민둥산운동장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다양한 먹거리도 판다.

충남 홍성에 자리한 오서산(790m)은 서해안에 드문 억새 산이다. 산 7부 능선부터 정상까지, 바다를 바라보는 서쪽 사면에 억새가 뒤덮여 있다.

정상에서 서해로 쏟아지는 낙조와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단연 압권이다. 해가 수평선에 걸치면서 하늘이 붉어지면 억새도 서서히 금빛으로 바뀐다.

하찮아 보이는 벼과 식물이 형형색색 빛나는 모습이 놀랍다.

산행은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가장 쉽다. 입장료(1000원)와 주차비(중·소형차 3000원)를 내고 휴양림 안으로 들어가면 정상까지 왕복 2시간 코스가 나온다. 오서산 정상은 보령시 관할이다. 하산 시간을 잘 계산해 서해 낙조를 보고 오길 권한다. 올라온 방향 말고 계속 시계 방향으로 걸어야 내리막길 경사가 완만하다.


영남알프스·장흥 천관산


영남알프스는 코로나19 시대에 확 뜬 산이다. 2019년부터 9개 봉우리를 완등하면 울산 울주군이 완주 메달을 줬기 때문이다. 영남알프스는 이름처럼 거대한 산이다. 울산시 울주군, 경남 밀양 등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악지대다. 가을에 등산객이 몰린다. 억새를 보기 위해서다. 억새 군락지 면적이 710만여 ㎡에 달한다. 사자평, 간월재 같은 억새 평원도 그림 같고, 신불산(1159m)·영축산(1081m)·천황산(1189m) 능선에도 억새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영남알프스 억새 산행은 한나절 코스도 있고,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는 장거리 코스도 있다. 배내고개를 출발해 간월재에서 억새 군락을 보고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쉽다. 굳이 간월산이나 신불산 정상을 안 오르면 왕복 두세 시간 걸린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간월재 왕복 코스도 인기다. 배내고개 코스보다 조금 더 가파르다. 왕복 서너 시간 걸린다. 29.7㎞에 달하는 하늘억새길을 완주하는 산꾼도 있다. ‘하드코어 억새 산행’이라 할 만하다. 5개 구간으로 이뤄진 길을 해종일 걸으면 12시간이 넘는다. 야영 장비를 들쳐메고 백패킹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지정구역 외에서의 취사, 야영은 불법이다.

남도의 대표적인 억새 산으로 장흥 천관산(723m)을 꼽는다. 조선 시대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이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은 산이다. 늦겨울엔 동백, 봄에는 진달래가 화려하고 가을엔 억새로 눈부시다. 정상부에 오르면 발아래로 다도해가 펼쳐진다. 낙조가 장관인 오서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제주도 한라산도 보인다.

등산 코스는 열 곳이 넘지만, 장천재에서 출발하는 게 가장 좋다. 다른 탐방로보다 시간이 더 걸려도 기암괴석과 다도해를 두루 만끽할 수 있어서다. 정상 연대봉까지 약 2시간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필자 최승표는 중앙일보 레저팀 기자다. 국내외 여행 기사를 두루 써왔다. 현재는 역병의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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