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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할까 말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입대 전 기술행정병(공보정훈 특기) 지원을 두고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질문들이다. 공보정훈병은 크게 ‘공보’와 사진·포토샵 등 디자인 툴을 사용한 ‘디자인’ 업무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전자 관련 학과를 다녀 디자인 분야는 생소했다. 이러한 이유로 공보정훈 특기 지원을 망설였고,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늘 걱정과 부정적인 생각을 이기지 못해 포기해왔던 나지만 왠지 이번만큼은, 특히 군 복무에 관해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도 포기하면 앞으로의 인생 중 남은 선택의 순간에서도 후회 섞인 선택을 계속하게 될 것만 같았다. 고민 끝에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공보정훈 특기에 지원했다.
한 달여의 교육훈련을 수료한 후 나는 계룡대근무지원단 본부대대에 전속돼 육군군사연구소에서 ‘기록물 제작병(옛 디자인병)’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내게 부여된 주요 임무는 6·25전쟁 사료에 참고 자료로 삽입하는 상황도와 요도 등을 그리는 것이었다.
복잡한 디자인 툴로 작업을 해야 했기에 처음엔 무척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내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후회 없는 결과를 만들고 싶어 업무 숙달에 불철주야 최선을 다했다. 배운 내용은 사소한 것이라도 꼼꼼히 메모하고, 그날그날 직접 적용하며 손에 익혀나갔다. 시간이 부족하면 주말을 반납하고서라도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려 노력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업무가 차츰 익숙해지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상황도를 그리는 나를 보게 됐다. 그렇게 하나둘씩 작업하다 보니 6·25전쟁 사료 80권·81권·82권과 한반도 100만 축적 지도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 덕분에 포상 휴가와 표창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나만의 힘으로 처음 증명해본 것이었기에 뿌듯함과 함께 ‘나도 하면 되는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성공만 할 수는 없다. 뜻하지 않게, 의도하지 않게 좌절을 맛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그 실패에서도 무언가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시도해보지 않고 포기하면 후회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군 복무를 앞둔 사람이든, 다른 크고 작은 결정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이든 모두 막연한 걱정과 우려는 떨쳐버리고 자신감 있게 나아갔으면 좋겠다. ‘겁먹지 말고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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