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육군 과학화 전투경연대회 현장을 가다

맹수열

입력 2022. 09. 21   17:47
업데이트 2022. 09. 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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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처럼…사기는 치솟았고 전의는 불타올랐다


산악지역 전투
전투 돌입하자 험준한 산세 헤치며 질주
순식간에 은폐·엄폐 후 은밀히 이동
빗발치는 총탄 뚫고 쉼 없이 전진

 
건물지역 전투
연막탄 퍼지고 공격 부대 돌격 감행
방어 부대 장병들 정밀 사격 퍼부어
진입 성공하자 난타전 이어져


육군 과학화 전투경연대회에 참가한 육군21보병사단 장병들이 산악지역 전투에서 상대 진영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육군 과학화 전투경연대회에 참가한 육군21보병사단 장병들이 산악지역 전투에서 상대 진영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육군35보병사단 장병들이 건물지역 전투에서 상대 건물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육군35보병사단 장병들이 건물지역 전투에서 상대 건물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해병대1사단 장병이 건물지역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해병대1사단 장병이 건물지역 전투를 벌이고 있다.
산악지역 전투를 전개 중인 육군15보병사단 장병.
산악지역 전투를 전개 중인 육군15보병사단 장병.


전투 돌입 신호와 동시에 험준한 산세를 헤치며 장병들이 질주했다. 저마다 맡은 거점을 속속 확보하며 전진하는 순간 곳곳에서 울려 퍼진 총성. 거듭된 전투로 단련된 정예 부대들의 ‘최종 결전’이 막을 올렸다. 육군이 지난 19일부터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진행하는 ‘육군 과학화 전투경연대회’ 현장은 육군·해병대 각급 부대를 대표해 출전한 장병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최고 중의 최고’를 노리는 장병들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전의는 더욱 불타오르고 있었다. 글=맹수열/사진=백승윤 기자


대회에는 육군2작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각 군단을 대표하는 보병 10개 소대와 해병대1사단 보병 2개 소대가 참가했다. 대회를 주최한 KCTC는 12개 소대를 2개 조로 나눠 각각 건물·산악지역 전투를 수행하도록 했다. 대회는 토너먼트로 각 지역 우승팀이 정해지면, 다시 지역을 바꿔 경쟁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KCTC는 각 부대가 두 지역에서 획득한 점수를 집계해 최종 우승팀을 선정할 방침이다.

기자가 방문한 21일은 건물·산악지역 전투 1차 우승팀을 뽑는 날이었다. 곧 있을 전투를 준비하는 육군2군단 대표 15보병사단과 3군단 대표 21보병사단 장병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앞선 토너먼트에서 노하우를 쌓은 두 사단 장병들의 얼굴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삼삼오오 모인 장병들은 장비를 최종 점검하며 보다 효과적으로 상대를 제압할 방법을 논의했다.

드디어 출격의 시간. 소대장을 중심으로 모인 장병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전의를 다졌다. 전장으로 향하는 장병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군 생활의 마지막을 뜻깊게 보낼 수 있어 영광입니다. 반드시 승리해 우리 부대가 어떤 부대인지를 보여주겠습니다.” 전역 전 휴가를 반납하고 대회에 참가한 21사단 유현모 병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를 주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작전지역에 도착한 두 부대 장병들은 웃음기를 빼고, 출전 신호를 기다렸다. 그리고 시작된 전투. 수풀 너머로 뛰어들어가는 장병들의 속도는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순식간에 은폐·엄폐를 마친 장병들은 상대의 진지를 향해 은밀히 움직였다. 한편에서는 아군 진지를 지키기 위한 수비 병력이 몸을 숨긴 채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두 부대가 맞닥뜨리는 데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요란한 총성과 함성은 통제선 너머로 생생히 들려왔다. 눈앞에서 총탄이 빗발치고 있었지만, 장병들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전방 수류탄!” 장병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퍼지는 순간 곧바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분대장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러 온 15사단 안이근 상병은 그 자리에서 분대장 임무를 이어받았다. 대치하고 있는 적 사이를 누비며 전투를 지휘하던 안 상병 역시 결국 사망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투 지역을 벗어난 그는 “아쉽긴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남은 전우들이 제 몫까지 다해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회 종료가 임박한 시점. 두 부대는 단 한 명이라도 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남은 총탄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이윽고 울려 퍼진 종료 선언. 시작 지점으로 다시 향하는 장병들의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다.

“끝까지 살아남기는 했지만 더 적극적으로 뛰어다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 건물지역 전투는 반드시 우승할 겁니다.” 21사단 윤동호 상병의 머릿속은 이미 다음 전투로 가득했다.

이어진 건물지역 전투 결승에서는 2작전사 대표 35보병사단과 해병대1사단이 맞붙었다. 공·방으로 나눠 두 차례 교전을 벌이는 동안 두 부대 장병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전술전기를 아낌없이 발휘했다.

연막탄이 터지고, 공격 부대가 건물을 향해 돌격을 감행하자 요충지에서 대기하던 방어 부대 장병들은 정밀 사격을 퍼부었다. 방어선을 뚫고 진입에 성공한 공격 부대와 건물을 지키려는 방어 부대는 난타전을 벌였다. 집중 공격으로 건물 한 동을 점거하는 데 성공한 공격 부대는 남은 건물을 사수하려는 방어 부대를 끊임없이 공략했다.

“지켜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뭉클하네요. 스스로 생각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우리 장병들이 정말 대견합니다.” 김태원(대령) 해병대1사단 3여단장은 장병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 여단장은 또 “실전적인 훈련으로 우리 지상군의 전투력이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장병들 역시 훈련의 효과를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35사단 이강현 상병은 “실제 전장에서 나와 우리 부대가 수행해야 할 임무를 체득했다”면서 “훈련 또 훈련을 거듭해 전술전기를 강화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해병대1사단 임동관 상병도 “소대원들과 소통으로 정한 규율을 엄수한 결과 좋은 열매를 수확했다”며 “근접전투(CQB)의 달인, 최강의 부대를 완성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육군은 대회가 벌어진 KCTC에 과학화 전투훈련 장비와 차세대 전력체계인 아미 타이거(Army TIGER) 장비 등을 소개하는 전시장을 마련했다. 육군은 대회가 끝나는 23일까지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22)’에 참석한 국내외 인사들을 초청해 우리 군의 훈련·전력체계를 홍보할 계획이다.

우리 군 장병들이 주역이 된 이번 대회는 앞으로 KCTC가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한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국제과학화전투훈련단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KCTC는 이번 대회에서 축적한 역량과 경험을 토대로 내년 제1회 국제과학화전투훈련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백승윤 기자 < sose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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