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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보병사단 윤지환 상병] 운전병이 무전병으로 참가한 KCTC

입력 2022. 09. 16   16:28
업데이트 2022. 09. 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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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 상병. 육군5보병사단 포병여단
윤지환 상병. 육군5보병사단 포병여단

“실전처럼 훈련하고, 훈련한 대로 싸운다.”

‘실제 전장은 어떨까? 나는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군인으로서 얼마나 숙달된 전투력을 가지고 있을까?’ 고민하던 중 사단 예하 사자여단이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전장을 꼭 체험해 보고 싶어 훈련 참가 부대가 아님에도 참가를 건의했다. 전우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후회하지 않겠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어릴 적 군인이라는 꿈을 운동 때문에 접어야 했고, 늦은 나이에 용사로 입대한 나에겐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행동이 없는 성취란 없기 때문이다.

상병이지만 군대에 다시 입대한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생소한 무전병 직책 주특기를 밤낮으로 배우고 익혔다. 처음 접하는 무전이 어려웠지만 통신과 간부님과 통신분대 전우들의 도움 속에 장애물을 극복했다. 그 결과 ‘배움 속에는 즐거움’이 있었고, 다른 무전병만큼 주특기 실력을 보유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렇게 무전병이 돼 사자여단 통신중대로 파견을 나온 나는 본 훈련이 시작되기도 전에 ‘작은 전투’를 치러야 했다. 통신중대 간부님과 전우들은 나와 일면식이 없던 터라, 살아남으려면 내가 먼저 적응해야 했다. 실제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깊은 유대감과 그 믿음에서 나오는 ‘팀워크’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 융화되고, 신뢰를 얻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물어보고, 또 함께 있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사자여단 통신중대 일원이 됐다. 이제야 전투에서 진정으로 등을 내어줄 동지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KCTC 훈련. 전투 첫날부터 하늘에 큰 구멍이라도 난 듯 장대비가 쏟아졌다. 몇몇 전우들은 침수된 진지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이곳은 실제 전장이었기에 감소 된 병력으로 통신망을 구축하려면 슬픔의 시간은 사치였다. 다행히 통신망은 성공적으로 구축됐고, 우리는 어려움 속에서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

이틀, 사흘이 지나자 졸음이라는 역경이 찾아왔다. 계속되는 적군과의 공방으로 몸과 마음의 피로도가 쌓여갔다. 그렇게 사력을 다해 싸워온 나흘의 전투가 끝났다. 우리는 함께 잘 싸웠다면 후회 따윈 없다고 서로를 격려했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KCTC 훈련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 전쟁은 적군과의 싸움인 동시에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실전처럼 훈련하고, 훈련한 대로 싸운다”는 말처럼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진정한 군인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경험했다. 무엇보다 나를 믿어주는 훌륭한 전우들을 얻었다. 앞으로 남은 군 생활을 당당하게 마무리하고, 사회에 나가서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확보한 것도 귀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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