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작가와의 만남

[작가와의 만남] 장강명 소설가

박지숙

입력 2022. 09. 07   16:59
업데이트 2022. 09. 0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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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진지한 작가… 스토리 못지않게 메시지 중요해”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독립서점 ‘책익다’에서 장강명 작가가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독립서점 ‘책익다’에서 장강명 작가가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재수사 1·2

장강명 지음

은행나무 펴냄


한국 사회 풍경 담은 현실적인 경찰소설

정의·처벌과 윤리의식에 대해 질문 던져

“사회문제인 공허·불안, 시스템에 기원

군대서 읽은 대하소설…인생 방향에 도움”


“장강명이 쓰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강명이 쓰지 못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이 소설이 그 증거다.”

소설 ‘재수사’의 띠지에 인쇄된 박혜진 문학평론가의 말이다. 열혈팬도 아닌 문학평론가에게 이 정도의 극찬을 받을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그런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레면서도 긴장이 동반됐다.

“요즘은 작가도 상품이 돼야 책이 팔리는 세상이니까요.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에 저도 출판사의 요구에 되도록 순응하는 편이지만 절대 타협하지 않는 일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고 공감하는 독자가 많다면 감사한 일이죠.”

그는 기자의 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더라며 가볍게 던진 질문에 좀 전까지 따뜻한 미소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던 사람이 맞나 싶게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한 답변을 들려줬다. 문득 여러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 ‘재수사’의 등장인물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재수사’는 날카로운 지성과 거침없는 상상력,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장르 불문 올라운더 소설가로 불리는 장강명이 6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400페이지짜리 책 두 권, 100개 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범인의 회고록이 홀수 페이지에, 형사의 수사과정은 짝수 페이지에 배치돼 서로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신문기자 출신인 작가는 작품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 현직 경찰들을 직접 만나 취재했다고 전했다.

“이번 소설을 쓸 때 두 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현실적인 경찰소설을 쓰자. 과장된 액션이나 초능력 같은 도구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 보자는 것이었고, 둘째는 2022년 한국 사회의 풍경을 담고 그 기원을 쫓아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공허’와 ‘불안’ 두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 기원은 시스템에 내재돼 있다고 봅니다.”

범인은 회고록을 통해 살인의 과정을 복기하고 사회의 시스템과 윤리를 공격한다. 그 기저에는 계몽주의가 있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윤리가 필요하다는 것. 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죄의 정의와 처벌은 윤리적이고 정의롭게 진행되고 있는가?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설에 기댄 과거의 윤리의식은 여전히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제 어떤 윤리와 도덕이 우리에게 필요한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두 권짜리 장편소설을 내는 것도 모험인데 독자들이 어렵게 받아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죠. 하지만 스토리 못지않게 메시지가 중요하고 쉽게 사라지는 파도가 아닌 해류에 올라탈 수 있는 작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스로 진지한 작가라고 자부하거든요.”

소설은 주인공 연지혜 형사가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며 범인을 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특히 피해자 민소림과 ‘도스토옙스키, 독서모임’을 함께했던 멤버 5명의 증언들, 어느덧 중년에 가까운 나이가 된 그들의 모습이 대비되며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소설에 등장하는 ‘미제사건’은 죄와 벌이 합당한 방식으로 평가되고 처벌되지 않는 현실에 관한 거대한 비유이자 절대적 가치가 집행되지 못한 자리, 즉 합리성의 한계지점이다. 작가는 시스템 밖에 범인이 있다면 그 안의 수호자는 주인공으로 대표되는 경찰관으로 표현했다. 같은 ‘수호자’로서 군대 혹은 군인은 어떤 의미일까?

“저는 공군 병사로 30개월 동안 복무했습니다. 원해서 간 것도 아니었고 그 기간이 다 좋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소중한 시간이자 기회였다는 건 확실합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몸에 밴 습관을 뒤엎어 버릴 수 있었고 인생에서 가장 바쁜 20대에 깊은 사유를 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하소설 『대망』이나 ‘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은 아마 군대가 아니었다면 읽지 못했을 거 같아요. 소설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처음 하게 된 곳도 군대입니다. 아마 병사들에게도 군 복무기간이 앞으로 인생의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글=박지숙/사진=백승윤 기자

박지숙 기자 < jspark2@dema.mil.kr >
백승윤 기자 < sose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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