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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9사단 김규식 병장] 전우 사랑 나로부터

입력 2022. 09. 02   17:02
업데이트 2022. 09. 0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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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식 병장. 육군39보병사단 남해대대
김규식 병장. 육군39보병사단 남해대대


“존중하고, 배려하며, 칭찬하고, 웃어주는, 전우 사랑 3·3 전략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우리 부대는 ‘5관 3략’ 구호를 점호 때, 부대 활동간, 교육 전·후 등 수시로 외치고 있다. 5관 3략은 5대 자기관리(음주·성·금전·말·보안), 3가지(존중·배려, 칭찬·감사·웃어주기, 전우 사랑) 잘하기, 3가지(구타·가혹행위, 폭언·욕설·인격모독, 질책·사생활 침해) 없애기를 의미한다. 이 외침은 우리의 하루를 열고, 끝나게 한다. 매일 하는 이 구호가 과연 특별하겠나 생각할 수 있지만,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5관 3략을 다짐하며 구호를 외치는 날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전우 사랑을 실천하는 자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지난해 이맘때쯤 공용화기 사격에 투입됐다. 사전 집체교육을 받고 화기를 충분히 이해했지만, 군 생활이 아직 익숙하지 않던 내게 처음 만져보는 기관총을 사격한다는 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때 나에게 도움이 됐던 건 바로 같은 생활관을 쓰던 전우들의 응원과 격려였다. 사격을 잘하고 싶다는 나를 응원해주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준 전우들 덕분에 무거운 사격장 분위기 속에서 다행히도 사소한 기능 고장 하나 없이 무사히 사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1년이 지난 후, 이번엔 내 후임이 공용화기 집체교육을 갈 때가 됐다. 공용화기·기관총 인수인계는 다 했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걱정됐다. 지난해 공용화기 사격하러 가기 전 긴장했던 내 모습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중대장님! 제 후임과 함께 가서 기관총 부사수 역할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같이 가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부탁해 다행히 한 자리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고, 후임과 함께 집체교육을 받으러 갈 수 있었다. 이번 사격도 역시 나와 후임 모두 기능 고장 없이 안전하게 잘 마쳤다. 사격 후 나는 1년 전의 뿌듯한 감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내 후임과 함께여서 더 보람찼다.

나와 함께 기관총 사격을 했던 후임은 자신도 후임과 꼭 같이 가서 도와주겠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조금 쑥스러웠지만 이런 식으로 배려와 전우 사랑을 나누다 보면 우리 중대, 나아가 대대까지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한번 더 뿌듯함을 느꼈다.

전우 사랑을 외치면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주변 선·후임과 동기를 챙기는 사람이 됐다. 5관 3략을 실천하며 주변에서도 존중과 배려, 칭찬과 웃음으로 행복해하는 장병이 늘었다. 나는 매일 외쳤던 5관 3략 구호가 전우 사랑을 실천하는 나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구호를 외치는 시간이 쌓이고 쌓여 나를 바꾸고, 또 전우를 바꾸고, 부대를 바꾼다고 확신한다.

전우 사랑을 통한 즐겁고 행복한 부대, 행복한 군 생활의 시작은 나 자신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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