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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다국적 기업 아워글라스(대형 시계 부티크) 회계팀에서 회계사·컨설턴트로 근무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28세의 늦은 나이로 입대했다. 기업 해외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약 24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겉모습만 한국인일 뿐 생각과 사고방식은 외국인이었다.
“도대체 왜?” “회계사로 일하면서 시민권을 취득하면 군에 가지 않아도 되잖아?” “나이 들어 군대 가면 고생한다” 등 주변에서 다들 의아해하며 입대하는 것을 만류했다.
그럼에도 입대를 결정한 이유는 마음을 울린 한마디 때문이었다. 바로 해군부사관으로 복무하던 사촌 형의 말이었다. “너는 한국인이잖아. 한국인이라면 어디에 살든 무조건 복무해야지!” 형은 내가 한국인임을, 또한 군 복무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임을 일깨워 줬다. 형의 말을 듣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육군55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했고, 열외 없이 모든 교육을 수료했다. 자대 배치 후 예상했지만 역시 처음부터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다. 부족한 체력도 문제였지만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편안하게 적응하도록 도와준 전우들 덕분에 조금씩 생활이 익숙해졌다. 이제는 체력도 향상됐고, 우리 부대 ‘TEAM 정신’(T: 존중, E: 배려, A: 공감, M: 소통)을 이해하고 부대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영어 특기를 살려 지난달 미군과 친선교류 활동 중에는 우리 부대를 소개하고, 간담회에서 통역을 지원하기도 했다. 주말마다 내 이름을 딴 ‘대성마이맥’이라는 영어회화 동아리를 운영해 동아리원들의 회화 공부도 돕고 있다. 용사들이 전역 후 사회에 기여할 능력을 군에서 개발하는 데 작은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했는데, 덕분에 군 생활의 보람과 뿌듯함을 만끽하고 있다. 대대장님 추천으로 시작한 또래상담병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전술훈련이 끝나고 한 선임병과 대화를 나누던 중 힘들지 않냐고 질문하자 “당연히 힘들지. 하지만 이 훈련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잘 끝내야만 전투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결국 내 가족과 국가를 지킬 수 있잖아”라는 답변을 들었다. 나보다 적게는 6~8세 정도 차이 나는 용사들이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하고, 결연한 의지로 이야기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또래상담을 하면서 전우들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군 생활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들과 ‘TEAM 정신’을 발휘해 8개월 남은 군 생활을 보람 있게 마치고 싶다. 나는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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