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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1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김영한 상병] 노력의 쾌감

입력 2022. 08. 24   16:05
업데이트 2022. 08. 2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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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상병. 육군31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김영한 상병. 육군31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다들 전역 후 하고 싶은 것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나는 전역 후 미국을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수능 영어 6등급. 그마저도 9년 전이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영어 공부를 해본 적 없는 나였지만 영어권 국가를 여행하며 사람들과 유창하게 대화해 보고 싶었다. 영어 공부를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던 차 부대에서 일정 점수의 토익을 목표로 하는 ‘자기계발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쉽지 않은 점수였지만,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프로젝트 신청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학원에 다닐 수도 없고, 이론 공부를 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아 무턱대고 기출 문제집을 하나 사서 시간을 재면서 풀어봤다. 하지만 문제가 풀리지도 않아 아예 문제지와 해설지를 나란히 두고 천천히 읽으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잠이 많아 상병이 될 때까지 연등을 해본 적 없었던 내가 처음으로 연등도 해봤다. 하지만 처음에는 매일 두 시간씩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어느 새부터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게 됐다. 그래서 더는 나와 타협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밤 10시까지 근무를 서더라도 하루에 딱 40분은 공부하기로 마음먹으니 훨씬 효율이 높아졌다. 누워서 유튜브로 게임만 보던 개인 정비시간에는 무작정 토익을 검색해 보이는 대로 들었다.

세 달의 노력 끝에 시험장에 입실했으나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험장 분위기 때문인지, 긴장한 탓에 독해 영역을 볼 때 화장실을 두 번이나 갔다. 그렇게 시험장을 나오자 팔다리가 가벼워지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드는 바로 그 쾌감이었다. 이내 그러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를 알았다. 무언가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그것을 원 없이 쏟아냈을 때 느끼는 쾌감이라는 것을.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듣기 공부를 하며 소리 없이 따라 읽던 것, 자정까지 공부에 몰두하다 잠자리에 들었던 것, 다른 용사들이 개인 정비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나는 반납하고 공부했던 것…. 다시 생각해보면 꽤 힘들었지만 나는 그 과정이 진심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목표했던 성적에 도달했고, 대대장님께 표창장까지 받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토익시험은 내 목표의 첫 단추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전역 전에 토익만큼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다. 이번 도전에서 나는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무엇이든 도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노력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 번쯤 무언가에 미치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노력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리의 삶을 멋지게 꾸며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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