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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25사단 류영준 상병] 군 복무, 미래 위한 ‘Present’

입력 2022. 08. 22   15:20
업데이트 2022. 08. 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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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준 상병. 육군25보병사단 왕포포병대대
류영준 상병. 육군25보병사단 왕포포병대대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던 나는 입대 전 어떤 보직을 선택해야 앞으로 인생에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며 특기병 모집 공고를 찾아봤다. 그리고 그때 군사특기 ‘측지’를 알게 됐다. 이 특기는 말 그대로 ‘땅을 재는 일’을 하는 것이다. 포병 분과인 이곳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함으로써 효과적인 사격을 돕는다. 포를 쏘기 위해 땅을 재는 것과 건축물을 짓기 위해 땅을 잰다는 목적만 다를 뿐, 결국 내가 대학에서 배우던 측량과 같은 일을 하는 것이어서 흥미가 생겼다. 대학에서 미래와 진로를 위해 배운 기술을 군대에서 계속 숙달할 수 있고, 국가·국민을 위해 내 기술을 활용·헌신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왔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언제나 그렇듯 달랐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사회에서는 보지 못한 장비와 대학에서는 배우지 않은 실무를 마주하면서 적지 않게 당황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고, 좌고우면하지 않으며 주특기 숙달에 몰두했다.

틈틈이 측지에 관한 계산법과 연계된 대학교 기초 수학·물리학을 심도 있게 공부했다. 노력과 열정이 쌓여 성과로 빛난 것은 실제 포탄 사격이었다. 물론, 포탄을 쏘아 올릴 때 가장 빛나는 것은 포문을 여는 전포반일 것이다. 겉으로 빛나지는 않지만, 우리는 주어진 임무인 측지작전에 최선을 다했다. 포대의 성공적인 사격은 그들에게 정확한 측지 제원을 제공한 우리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군 복무를 하면서 받은 여러 포상휴가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은 포탄 사격 측지작전 유공자에 선정된 것이다. 부대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내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고,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자부한다.

입대할 때 주변에서 하곤 했던 말이 “군대에 가면 머리가 굳는다”였다. 그렇게는 되기 싫어 매달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전화 일본어 원어민 회화 학습과 체력단련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렇게 1년 3개월을 보냈고, 머리가 굳는 걸 피한 정도가 아니라 꽤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고 확신한다. 부대에서 측지 실무 경험이 쌓여 내가 공부하던 학문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왜소했던 체구도 극복해 전역 후 바디 프로필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

영어로 현재를 ‘Present’라고 한다. 이 단어에는 선물이라는 뜻도 있다. 현재를 그저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으로 대하는지, 아니면 나에게 매일 주어지는 소중한 선물로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고, 군에서 자신이 어떤 쓸모가 있는 사람인지를 고민하며, 스스로 갈고 닦는다면 군 생활이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이나 ‘머리가 굳는’ 시간이 아닌 선물 같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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