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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8군단 ‘일행다득’ 정신전력교육 현장

이원준 기사입력 2022. 08. 16   17:39 최종수정 2022. 08. 16   17:43

참여하며 느끼고, 행동하며 깨닫는… 4박 5일 교육의 주인공이 되다

장병들이 직접 주제 연구하고 발표
화합·단결력 평가하는 최강팀 선발전
탄통 나르기·지뢰 개척 등 열띤 경쟁
영화관람·안보견학 통해 국가관 함양

 

육군8군단 예하 풍호대대 장병들이 ‘일행다득’ 집중정신전력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최강팀 선발전’을 하고 있다. 탄통을 나르는 참가자 뒤로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 장병들의 모습이 보인다.
군가 가창·제식 경연대회에 나선 장병들.
M60·K6 등 공용화기와 K2C1 소총을 분해·결합하는 장병들.
2인 1조로 힘을 합쳐 장애물 코스를 극복하고 있다.
전사 연구 발표자료를 작성하는 장병들.
장병들이 부대 임무·특성을 이해하고 전우를 소개하는 ‘우리 부대 신문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부대 제공
전우들 앞에서 양양·간성 진격전을 설명하고 있다.
정신전력교육 기간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찾은 풍호대대 장병들.  부대 제공

#군 드라마의 한 장면. 육군OO부대 2중대 장병들이 교육장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늘은 정신전력교육이 있는 수요일. 교육 영상이 재생되자 ‘잠’과의 사투가 시작된다. 눈꺼풀에 힘을 주고, 졸린 눈을 비벼 보지만 졸음이란 적은 물리칠 수 없다. 목이 절로 꾸벅꾸벅, 얼마나 졸았을까? 교육장 불이 켜지고 간부가 들어온다.

“오늘 영상 잘 시청했지?” 장병들은 입가의 침을 닦으며 대답한다. “네 그렇습니다!”

드라마·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자주 묘사되는 군 정신전력교육 시간. 하지만 이러한 모습도 점점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우리 군의 정신전력교육이 확 변하면서다. 인공지능(AI)·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활용한 교육법은 물론이고 MZ세대 장병 특성을 고려한 ‘참여형·행동화 교육’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정신전력교육은 시청각자료에 의존하는 대신 장병들이 직접 주제를 연구하고 발표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정적인 실내공간에서 벗어나 안보견학을 떠나거나 야외에서 전우들과 함께 땀 흘리며 단결력을 배양하기도 한다. 새롭게 탈바꿈한 우리 군 정신전력교육 현장을 지난 10일 육군8군단에서 확인했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즐기며 군인정신 높인다

육군8군단은 ‘일행다득(一行多得)’을 주제로 집중정신전력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4박 5일 일정의 교육은 △군가 가창·제식 경연대회 △최강팀 선발전 △지역 전사 연구 △안보견학 △우리 부대 신문 만들기 △단체 영화관람 △독립운동가 MBTI 테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일행다득’이란 명칭 그대로인 셈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청년 장병의 흥미를 유발하는 참여형·행동화 교육이라는 점이다. 장병들은 가만히 앉아 일방향적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닌 프로그램 속 ‘플레이어’가 돼 스스로 학습주체가 된다. 군단은 장병들이 능동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흥미·성과’ 요소를 가미했다. 가령 예능 프로그램을 참고해 재미있는 종목을 만들고, 우수 부대로 선발되면 요즘 젊은 남녀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ROKA 티셔츠’를 선물한다. 이를 통해 장병들은 즐기면서 임무에 필요한 군인정신·국가관·안보관을 배양할 수 있게 된다.

군단 예하 풍호대대는 이날 정신전력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최강팀 선발전’을 개최했다. 소부대 화합·단결력을 평가하는 최강팀 선발전은 정신전력교육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팀별 경쟁 요소를 도입했기 때문에 장병들 호응도가 높다고 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장병들은 △총기 분해·결합 △탄통 나르기 △화생방 지역 극복 △지뢰 개척 △부상자 후송 등 실제 임무와 관련 있는 종목에서 팀별 경쟁을 펼친다. 가령 화생방 지역 극복 종목에서는 전체 팀원이 방독면을 신속히 착용해야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한 명이라도 제한 시간을 놓친다면 감점된다. 단결력를 보여 주는 게 최강팀 선발전의 핵심이다.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강당은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특히 2인 1조로 가상의 지뢰지대를 개척하는 ‘지뢰를 피하라’ 현장이 시끌벅적했다. 참가자는 눈을 가린 채 다른 팀원을 업고 10m 코스를 전진해야 한다. 곳곳에 장애물(공·캔)이 설치돼 두 사람은 서로의 눈과 발이 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으니까 조금씩 방향 전환해.” 등에 업힌 전우의 지시에 따라 눈을 가린 팀원이 조심스럽게 위치를 조정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공을 밟아 넘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지만, 등 뒤에서 눈 역할을 해 주는 전우가 있어 믿고 전진했다.

전우를 업고 5분 만에 결승선을 통과한 김유승 상병은 “긴장하는 바람에 온몸이 땀범벅이 됐지만 전우와 끝까지 완주해 뿌듯하다”며 “전우와 함께 총기를 분해·결합하고 탄통을 나르는 등 게임 방식의 임무를 수행하며 상호 존중의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사 연구는 집중해서…신나는 영외 활동도

자리를 옮겨 부대 교육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지역 전사(戰史)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장병들은 9개 조로 나뉘어 양양·간성 진격전, 향로봉전투, 월비산 351고지 전투 등 강원도 영동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교관 개입을 최소화한 가운데 장병들은 개인 스마트폰을 활용해 관련 정보를 검색하며 조별 토의를 했다. 다음은 전 부대원 앞에서 발표할 차례. 색연필로 한반도 지도를 그리는 장병, 사인펜으로 요약 글을 작성하는 장병, 형광펜으로 알록달록하게 꾸미는 장병 등 저마다 역할을 맡아 발표자료를 준비했다.

7조 발표 소재는 1951년 설악산 일대에서 벌어진 ‘설악산지구 전투’. 발표자로 나선 3중대 전태서 병장은 중공군 1차 춘계공세에 맞서 국군이 양양·간성 일대를 탈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투 의의를 설명했다. 전 병장은 “국군11사단과 수도사단은 이후로도 제2차 춘계공세에 나선 중공군을 저지해 영동 지역을 사수했다”며 “전쟁 중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다’는 상소를 올린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6·25전쟁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발표했다.

조별 활동에, 부대원 앞에서 발표까지 하다 보니 이날 전사 연구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발표 중 미흡한 점이나 잘못된 정보가 나올 때는 교관이 나서 바로잡아 줬다. 배종호(소령) 군단 정신전력교육장교는 “승리한 전투뿐만 아니라 패배한 전투까지 아울러 공부를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전사 연구를 하며 느낀 점을 공유하면서 장병들 스스로 교훈을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장병들은 또 집중정신전력교육 기간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단체 관람 △통일전망대·DMZ박물관 견학 등 영외 활동을 병행했다. 모처럼 만의 외출에 소풍 가는 학생들처럼 즐거워했다. 전역을 앞둔 임동진 병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정신전력교육 프로그램으로 영외 활동을 꼽으며 “코로나19로 부대 안에서만 교육이 이뤄지다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DMZ박물관을 견학하며 조국수호 의지를 다시 한번 불태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40시간 교육 표준안 전 부대 시행


‘일행다득’ 집중정신전력교육은 앞으로 경계 부대를 제외한 모든 예하 부대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군단 공보정훈실은 총 40시간(4박 5일)의 교육 표준안을 만들어 각 부대에 시행지침을 하달한 상태다. 여기에는 군가 가창·제식 경연대회, 전·사적지 견학, 단체 영화관람 등 참여형·행동화 위주 교육을 시행하고, 상급 부대 교육지원 및 전문교관을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해 주요 견학지 현황과 학습자용 서적을 제공하고, 입소식부터 퇴소식에 이르기까지 20여 개의 프로그램별 진행요령을 자세히 알려 주는 등 장병들이 국가관·안보관·군인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군단은 일행다득 집중정신전력교육을 통해 지휘관을 중심으로 부대원들이 더욱 단결하고, 적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함께 ‘싸워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부조리를 타파하고, 장병 개개인이 인성과 전우애를 함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관 후 첫 정신전력교육에 참가한 최보성 소위는 “군가 가창·제식 경연대회에서 육성 지휘를 하며 지휘자로서 능력과 리더십을 키웠다. 더불어 공정한 경쟁과 자유로운 소통으로 단결을 도모하고, 부대 사기 앙양효과를 거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성현(중령) 풍호대대장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집중정신전력교육은 지휘관에게 매우 중요한 기회”라며 “교육하기 전과 후 부대 분위기가 변화한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조그만 변화가 쌓이다 보면 이전과 큰 차이를 만들어 결국 지휘관을 중심으로 ‘이기는 것이 습관이 되는 부대’를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글=  이원준 기자
사진=  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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