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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편 인력도 양성 ‘세계의 콘텐츠 공장’으로…

입력 2022. 08. 12   16:35
업데이트 2022. 08. 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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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창출 효과 큰 엔터테인먼트산업
 
다양한 세제·지원금 혜택 통해
근로시간·임금 등 제작환경 개선
좋은 인재 몰려야 경쟁력 제고
가장 효율적 생산체계 갖추고
어떤 의뢰 들어와도 공급 가능
세계 콘텐츠 제작사 찾는 허브로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제작 장면. 제작진은 다양한 전투 장면을 찍기 위해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을 실내 세트장으로 만들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제작 장면. 제작진은 다양한 전투 장면을 찍기 위해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을 실내 세트장으로 만들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로 한국 영화·드라마를 볼 때 자주 켜는 기능이 있다. 한글 자막 서비스다. 나 같은 사람이 꽤 있다. 청력이 좋은데도 그런다고 한다. 대사가 잘 안 들리기 때문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현장 동시녹음 때 붐 마이크 문제로 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했을 수 있다.

촬영이 끝난 다음 대사나 음악, 효과음 등을 다시 입히는 후시녹음 작업이 미흡해도 이런 문제가 생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음향전문가가 부족하고 위상도 약하기 때문이다. 음향에 대한 인식과 투자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떨어진다.

같은 음악인이 연주한 같은 곡이라도 미국·일본·한국 공연장의 음질 차이가 뚜렷하다. 현장뿐만 아니라 TV나 인터넷, 심지어 유튜브로도 차이를 느낀다.

한국보다 더 낡은 장비를 써도 음질이 좋은 해외 공연장이 많다. 음향전문가가 많은 덕분이다.

낮은 음향기술은 한류 붐을 타고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언젠가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음향기술이 주제는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일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진로 설정이 주제다. 결론적으로 말해 음향기술처럼 선진국보다 낙후된 분야, 꼭 필요한 분야인데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분야에 도전했으면 한다. 반드시 우리 업계에서도 비중이 커지고 주목받을 분야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전환점에 놓였다. K팝과 영화, 드라마의 성공으로 세계적인 콘텐츠 생산국으로 떠올랐지만 아직 세계의 중심은 아니다.

더 성장시킬 지렛대가 절실하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확대 요구도 있다. 효과는 의문이다. 성공한 콘텐츠업체들은 정부 도움 없이도 잘 컸다.

인력 양성과 인프라 투자라면 환영이다. 다른 산업도 그렇지만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핵심은 사람이다. 사실 절대적이다.

척박한 터전에서도 재능 있는 음악가와 배우, 작가와 연출자들이 끊임없이 나온 덕분에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이 급성장했다.

이제 무대 뒤편의 인력을 더욱 많이 양성할 때다. 기획자, 경영관리자와 매니저, 엔지니어, 저작권 관리자, 마케터, 분장전문가와 스타일리스트, 소셜미디어 관리자 등 무대 뒤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말이다.

‘관객의 선택 기준’만 봐도 영화산업 발전 수준을 나름 가늠할 수 있다. 1단계는 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한다. 그다음엔 작가나 감독을 본다.

마지막 단계는 누가 제작자인지, 투자자인지 보고 작품을 고른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산업 수준이 높다. 음악, 공연, 게임, 출판 등 다른 문화산업도 마찬가지다. 음악 소비자는 처음에 좋아하는 가수를 보고 음반을 선택한다. 안목이 높아지면 작곡가나 연주자가 누구인지 살펴본다.

그다음엔 음악 프로듀서나 레이블을 따진다. 현 한국 영화·음악산업은 2단계를 넘어 3단계에 막 진입할 참이다.

화려한 무대 조명 뒤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이들이 진정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움직인다. 산업이 커지면서 이들 인력 수요도 덩달아 높아진다.

글로벌화와 맞물려 해외 소비자와 시장을 아는 전문가도 필요하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어문학 전공자라면 영상번역가부터 해외 콘텐츠 마케터까지 한 번 도전해 볼 만하다.

콘텐츠와 기술의 융복합도 한결 활발해진다. 애플뮤직,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음악과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음반과 영화 생산과 유통·소비구조가 확 바뀌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앞으로 3차원(D), 가상현실(VR) 영상과 같은 대용량 콘텐츠를 더 빠르게 전달할 것이다.

블록체인 등과 결합하면 콘텐츠 형태부터 생산방식과 유통까지 크게 바꿔 놓을 수 있다. 기획사를 거치지 않고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시대도 열릴 수 있다. 유튜브에서 이미 그 싹이 보인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는 콘텐츠와 기술의 융복합 서비스를 선도했다. MP3 플레이어를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해 음원 파일을 공유했다. 온라인게임과 웹툰 서비스를 창출했다.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과 열렬한 콘텐츠 소비층이 두껍게 형성된 덕분에 가능했다. 앞선 디지털 경험은 미국과 영국, 일본, 유럽에 비해 콘텐츠산업 경쟁력 격차를 빨리 좁히거나 오히려 앞지를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더 많은 분야의 다양한 인재가 이 산업에 들어와야 한다.

막상 진입을 망설인다면 직업의 미래가 걱정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연극·공연·패션·디자인업계는 이른바 ‘열정페이’가 만연한 곳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줬고 배울 기회까지 생겼으니 군소리 말고 주는 대로 받으라”는 식이다. 이 그릇된 관행이 최근 깨진다.

외국인투자자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국제 기준에 맞게 제작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업계에 일고 있다. 근로시간부터 임금까지 개선하는 업체들이 늘어난다. 아직 속도가 느리나 산업 성장과 함께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정부가 할 일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젊은이들이 과감하게 이 분야에 뛰어들 수 있도록 다양한 세제와 지원금 혜택을 주는 이른바 ‘사회안전망’ 구축이다.

산업육성책인 동시에 실업대책이니 안 할 이유가 없다. 엔터테인먼트만큼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산업도 별로 없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부른다. 낮은 제조비용으로 값싼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장악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세계의 콘텐츠 공장’이 되면 어떨까. 중국마저 한국에 주문하는 그런 공장 말이다.

외국인이 한국 콘텐츠에 놀라는 것은 그 짧은 시간에 그 비용을 들여 그렇게 뛰어난 품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열악한 작업환경이라는 불명예는 있다. 하지만 양산 경쟁력만큼은 확실히 인정받는다. 아마 ‘글로벌 스탠더드’를 다 지켜도 외국보다 빨리 만들고 가성비도 더 좋을 것이다.

TSMC라는 대만 반도체 기업이 있다.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대신 생산해 주는 ‘파운드리(Foundry)’ 업체다. 반도체 기술에서 세계 최고인 삼성전자도 부러워하는 회사다. 콘텐츠업체들이 디즈니나 넷플릭스를 좇는 것도 좋지만 TSMC와 같은 제조업체도 한 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가장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체계를 잘 갖춰 어떤 의뢰가 들어와도 공급해 주는 그런 업체다. 필요하다면 외국인 인력도 고용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다. 그래야 한국이 세계 콘텐츠 제작사와 전문가들이 찾는 허브가 된다. 그러면 더 좋은 인재가 몰리고 경쟁력도 높아지는 선순환이 생긴다.

세계가 아니라면 아시아 허브만이라도 됐으면 한다. 이때 그동안 업계에 들어오기 위해 실력을 쌓느라 남다르게 노력한 이들이 비로소 빛을 볼 것이다. 스타들이 받는 스포트라이트는 아닐지라도 그 분야 전문가들이 우러러보는 각광 말이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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