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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군대에 입대했을 때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군대라는 이미지 자체가 주는 압박감뿐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오랜시간을 함께 지내야 한다는 점에서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수많은 걱정을 안고 훈련소를 거쳐 자대에 왔을 때는 훈련소 때보다 더 긴장했다.
여기서 오랜 시간 지내야 하는데 실수하거나 괜히 부대에 민폐가 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이 무색하게도 실수가 계속됐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의 실수들이 부끄럽지만, 그때마다 맞선임을 비롯한 전우들이 화 한 번 내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자대에 와서 컴퓨터를 비롯한 여러 장치를 다루는 직책을 맡았는데, 선임들은 내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먼저 물어보며 상세히 가르쳐 줬다.
그때 선임의 설명도 큰 도움이 됐지만, 사실 그 선임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더 유심히 관찰하고 새긴 것 같다.
후임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고 한 명의 동료로, ‘전우’로 인정해 주는 모습은 그동안 군대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간부님과 선임들은 필요할 때는 ‘단호’했다. 내가 처리하던 중요한 문서에 오류가 생겼을 때 “작은 부주의가 계속되면 실수하는 습관이 생길 수 있고, 그 실수가 최전방 작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라고 단호하게 말해 줬다. 처음에는 그 말이 와닿지 않았지만, 군 생활을 하다 보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작은 부주의가 계속되다 보면 그것이 언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행 작전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것. 그 후로 내가 한 일에 대해 명확히 피드백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실수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시간이 흘러 휴가를 나가게 됐을 때 서점에 들렀다. 책을 구경하다가 내게 좋은 습관을 선물해 주신, 나의 하나뿐인 맞선임이 떠올라 책을 구매했다.
복귀해 ‘늘 감사하다’는 짧은 글귀와 함께 선물해 드렸는데 무척 좋아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이 일을 계기로 더 가까워지고 사적으로도 친해지게 됐다. 지금은 같이 운동도 하고 개인정비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한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진심(전우애)이 전달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던 것을 선임과 전우들에게서 하나하나 배워 나가며 한층 더 성숙해졌음을 느낀다. 힘든 군 생활에 한 줄기 빛과 같았던 맞선임과 우리 소대 간부님들 및 전우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성실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워 말하지 못한 것들을 이 글을 통해 들려주고 싶다. 김도현 상병님, 늘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소대 전우 여러분! 여러분 덕분에 항상 즐겁고, 웃음 가득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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