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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유격훈련을 준비해야 한다!”
소대장님으로부터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기대와 설렘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대대의 운전병으로서 그간 각종 훈련에서 인원 수송 임무를 맡다가 이번에는 직접 몸으로 뛴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입소 행군부터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온갖 짜증과 더위를 이겨 가며 힘들게 걸었고 ‘군장을 내려놓고 포기할까?’도 잠시 생각했다. 그때 한 간부님의 말씀은 신선한 충격과 깨달음을 줬다. “지금 멈춰 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우린 결국 계속 나아가야 한다.” 순간 이 한마디 말이 단순히 행군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을 말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그때 본인에게 ‘목적지’가 있는지 없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군 끝에 편히 쉴 수 있는 숙영지가 기다리듯이 인생에서도 목표는 넘어진 우리를 재기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순간의 힘듦에 속지 말자.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니다.” 이 말과 함께 남은 행군을 기쁜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유격훈련 입소식 때 대대장님께서는 ‘단결, 협동, 성취’를 강조하셨다. 솔직히 이 단어들이 처음엔 크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유격체조, 기초장애물 극복을 경험하며 앞선 단어들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기초장애물 중 ‘트러스트 폴’이라는 것이 있는데, 온전히 전우들에게 나의 몸을 맡겨야 하므로 약간의 담력이 요구된다. 한 동기는 본인 차례에 주저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지켜보던 모든 전우가 너나 할 것 없이 해낼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 그렇게 그 동기는 성공적으로 장애물을 극복해 낼 수 있었다.
훈련에 임하며 그 어떤 것도 나만 잘해서는 안 되고, 나 혼자 할 수도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의 나는 혼자 하는 일들을 좋아했다. 남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우들과 함께 장애물을 극복해 나가며, 무언가 일을 할 때 협동하는 게 가장 좋은 길이며 실패를 겪더라도 모두가 함께 나누고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단결과 협동, 이 두 요소는 군인에게 혼자라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해 줬고, 이는 최종적으로 ‘전우애’로 귀결된다. 내 옆의 전우가 내게 힘을 주고, 도와주고, 아픔도 함께하는데 어찌 사랑하는 마음이 안 생길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성취’는 군인으로서 유격훈련에 참여하는 매 순간, 그리고 최종적으로 훈련을 마치고 주둔지로 복귀한 순간 가장 크게 다가왔다. ‘훈련 또 훈련하는 육군’은 결국 우리를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닌 지속적인 성취감을 부여해 더욱 의미 있고 활기찬 군 복무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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