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한국인·어머니 방글라데시인
배움 의지·사명감 높아 분위기 메이커
입대 고민 다문화 장병에 힘 되고 싶어
4일 강원도 중동부전선 육군7보병사단 GOP 소초에서 최지산 일병이 군복 어깨에 태극기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김병문 기자
“나라를 지키고 싶어 일반전초(GOP) 근무를 자원했습니다. 주변 시선을 걱정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제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전방 GOP에서는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적과 가까운 곳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곳에서 근무하겠다고 손을 든 장병이 있어 화제다. 특히 복수국적을 포기하고 자진 입대한 다문화가정 장병이라는 점에서 감동을 자아낸다. 주인공은 육군7보병사단 상승불사조여단 GOP대대 최지산 일병이다.
최 일병은 지난 5월 입대해 지난달 GOP대대로 배치됐다. 막연하게 ‘GOP에서 근무하면 의미 있는 군 생활이 되겠다’는 생각은 신병교육대대에서 GOP 근무 설명을 듣고 굳어졌다. 이른 새벽 일어나 철책을 점검하고 소초를 경비하는 임무를 매일 수행하느라 힘들고 지칠 법도 하지만, 보람차고 뿌듯한 하루하루의 연속이라고 그는 말한다. 최 일병은 “적이 바로 보이는 초소에 있으면 ‘내가 중요한 곳에서 중요한 임무를 하고 있구나’ 실감하게 된다”고 전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방글라데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 일병은 입대를 위해 방글라데시 국적을 포기했다. 가족과 지인들은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만류했지만, 그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최 일병은 “진짜 한국인이 되려면 꼭 군 복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훈련하는 영상을 많이 봤는데 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군대에서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린 시절 그와 대한민국을 연결해 준 건 태권도였다. 최 일병은 유치원에 다닐 때 태권도를 시작해 현재 가천대 태권도학과에 재학 중이다. 중학교 재학 당시 경기도 성남시에서 열린 성남오픈 국제어린이태권도대회에서 라이트급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현재 태권도 4단으로 입대 전까지 사범으로 활동했다.
“어릴 때 태권도 시범을 관람하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상대가 공격하는 타이밍에 한 바퀴 돌아 반격하는 ‘회축’ 기술이 자신 있는 특기입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도 취득해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이 되는 게 꿈입니다.”
최 일병이 군 생활에 적응하는 데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부대에서는 이슬람교를 믿는 방글라데시의 영향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그를 위해 따로 음식을 준비한다. 최 일병은 “간부님들도 제 음식을 먼저 챙겨 주려 하고, 선임들도 이곳 생활과 근무를 상세히 알려 준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 일병과 동반 입대해 임무를 수행하는 조대현 일병도 큰 힘이 된다. 둘은 같은 대학·학과 동기로, 군대에서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조 일병은 “지산이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데 전혀 편견이 없었고, 친구들도 그랬다”며 “오히려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핵인싸(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을 의미)’였다”고 부연했다.
최 일병의 ‘핵인싸’ 기질은 군대에서도 발휘 중이다. 함께 소초 근무를 서고 싶은 장병으로 모두 최 일병을 꼽을 정도다. 김형규(중위) 소초장은 “최 일병이 전입하고 처음 철책과 초소를 다니면서 설명을 해 줬는데 질문을 많이 하고, 그 답을 듣고 스스로 이해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배우려는 의지와 사명감이 높아 소초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칭찬했다.
최 일병은 마지막으로 입대를 고민하는 다문화가정 출신 입영장정이나 복무 중인 다른 다문화 장병과도 힘을 나누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수줍어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떳떳하게 생활한다면 모두가 도와주고 똑같이 대해 줍니다. 걱정하지 말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임무를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배지열 기자
아버지 한국인·어머니 방글라데시인
배움 의지·사명감 높아 분위기 메이커
입대 고민 다문화 장병에 힘 되고 싶어
4일 강원도 중동부전선 육군7보병사단 GOP 소초에서 최지산 일병이 군복 어깨에 태극기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김병문 기자
“나라를 지키고 싶어 일반전초(GOP) 근무를 자원했습니다. 주변 시선을 걱정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제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전방 GOP에서는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적과 가까운 곳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곳에서 근무하겠다고 손을 든 장병이 있어 화제다. 특히 복수국적을 포기하고 자진 입대한 다문화가정 장병이라는 점에서 감동을 자아낸다. 주인공은 육군7보병사단 상승불사조여단 GOP대대 최지산 일병이다.
최 일병은 지난 5월 입대해 지난달 GOP대대로 배치됐다. 막연하게 ‘GOP에서 근무하면 의미 있는 군 생활이 되겠다’는 생각은 신병교육대대에서 GOP 근무 설명을 듣고 굳어졌다. 이른 새벽 일어나 철책을 점검하고 소초를 경비하는 임무를 매일 수행하느라 힘들고 지칠 법도 하지만, 보람차고 뿌듯한 하루하루의 연속이라고 그는 말한다. 최 일병은 “적이 바로 보이는 초소에 있으면 ‘내가 중요한 곳에서 중요한 임무를 하고 있구나’ 실감하게 된다”고 전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방글라데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 일병은 입대를 위해 방글라데시 국적을 포기했다. 가족과 지인들은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만류했지만, 그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최 일병은 “진짜 한국인이 되려면 꼭 군 복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훈련하는 영상을 많이 봤는데 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군대에서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린 시절 그와 대한민국을 연결해 준 건 태권도였다. 최 일병은 유치원에 다닐 때 태권도를 시작해 현재 가천대 태권도학과에 재학 중이다. 중학교 재학 당시 경기도 성남시에서 열린 성남오픈 국제어린이태권도대회에서 라이트급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현재 태권도 4단으로 입대 전까지 사범으로 활동했다.
“어릴 때 태권도 시범을 관람하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상대가 공격하는 타이밍에 한 바퀴 돌아 반격하는 ‘회축’ 기술이 자신 있는 특기입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도 취득해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이 되는 게 꿈입니다.”
최 일병이 군 생활에 적응하는 데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부대에서는 이슬람교를 믿는 방글라데시의 영향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그를 위해 따로 음식을 준비한다. 최 일병은 “간부님들도 제 음식을 먼저 챙겨 주려 하고, 선임들도 이곳 생활과 근무를 상세히 알려 준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 일병과 동반 입대해 임무를 수행하는 조대현 일병도 큰 힘이 된다. 둘은 같은 대학·학과 동기로, 군대에서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조 일병은 “지산이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데 전혀 편견이 없었고, 친구들도 그랬다”며 “오히려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핵인싸(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을 의미)’였다”고 부연했다.
최 일병의 ‘핵인싸’ 기질은 군대에서도 발휘 중이다. 함께 소초 근무를 서고 싶은 장병으로 모두 최 일병을 꼽을 정도다. 김형규(중위) 소초장은 “최 일병이 전입하고 처음 철책과 초소를 다니면서 설명을 해 줬는데 질문을 많이 하고, 그 답을 듣고 스스로 이해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배우려는 의지와 사명감이 높아 소초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칭찬했다.
최 일병은 마지막으로 입대를 고민하는 다문화가정 출신 입영장정이나 복무 중인 다른 다문화 장병과도 힘을 나누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수줍어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떳떳하게 생활한다면 모두가 도와주고 똑같이 대해 줍니다. 걱정하지 말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임무를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