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윤상훈 조명탄] 방황하고 있다면 낯설어지세요

입력 2022. 08. 08   16:17
업데이트 2022. 08. 0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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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훈  작가
윤상훈 작가

얼마 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터였던 ‘버질 아블로’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영상 속 그는 밝은 모습으로 대학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대학 입학 후 곧장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50%만 학업에 쓰고 나머지 50%는 관심 있는 일하는 데 쓸 거야.” 실제로 그는 학업만큼 디제잉, 힙합, 예술, 스케이트보드 등 학교 커리큘럼에는 없는 다양한 것들에 심취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하찮은 것이 아니라 학교 수업만큼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거라 단호하게 말했다.

수많은 편견의 벽을 깬 배리어 브레이커(barrier-breaker)이자 위대한 천재라고 칭송받는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은 삶의 성공 방정식이 매우 다양해졌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또는 좋은 자격증이 곧 성공이라는 도식은 옛말이 됐다. 생각해보자. 밥만 잘 먹어도 큰 인기를 얻고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다. 이제는 공부 잘하는 것보다 밥 잘 먹는 게 원하는 삶에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됐다.

평범한 일반인이 독특한 말투와 행동으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책은 한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만 쓰던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학생, 주부, 직장인도 책을 쓰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자신만의 정체성을 탄탄하게 구성해 표현할 수 있다면 혼자 밥 먹는 것, 친구들과 노는 것, 별생각 없이 끄적인 짧은 글처럼 평범한 것도 성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천재적이고 잘하는지가 아니다. 얼마나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다움’을 만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때 필요한 것이 관심 있는 것에 몰두한 경험이다. 그래서 버질 아블로의 인터뷰가 중요하게 다가온다.

대부분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때 자기다운 모습을 자연스럽고 짙게 드러낸다. 버질 아블로 또한 세상에 커다란 영감과 감탄을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관심 있는 것에 몰두한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뚜렷한 아이덴티티와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을 명확하게 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만일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자분들에게 외국인 친구가 한 명 생겼다고 상상해보자. 그 외국인 친구가 자기 입에 맞는 한국 음식을 찾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간단하다. 다양한 한식을 맛보여주면 된다. 굳이 음식에 관해 설명하지 않아도 맛을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런데 먹어 보지도 않고 생각만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구분하려고 하면 평생 좋아하는 한식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관심 있는 것을 찾는 것도 이와 같다. 해 보지도 않고 좋고 싫음을 판단하면 안 된다. 우선 해봐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자신을 둘러싼 낯선 것들을 반길 줄 알아야 한다. 관심 없던 분야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어봐야 한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던 운동을 배우고 이름도 낯선 나라의 문화와 음식을 경험해보자.

낯선 것을 경험하는 과정을 눈앞에 있는 선물 상자를 여는 것처럼 생각하자. 포장은 맘에 안 들지 몰라도 막상 뜯어보면 이 세상 무엇보다 좋아하게 될 선물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겠다면 낯섦을 마주하자. 낯선 것을 사랑하고 마주할 때 우리는 나다워질 수 있다. 그리고 나다워질 때 평범함도 무기로 바꿀 수 있는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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