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진중문고+

[김제철 진중문고+] 과거의 행복… ‘추억’이라는 선물

입력 2022. 08. 03   16:57
업데이트 2022. 08. 03   17:05
0 댓글

『달러구트 꿈 백화점 2』를 읽고


김제철 일병 육군66보병사단 본부근무대
김제철 일병 육군66보병사단 본부근무대


이미예 지음
팩토리나인 펴냄


꿈속에서 해리 포터에 나올 법한 기차에 올라 집에서 부대까지 왔다. 기차 안에선 오랜만에 친구와 가족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 꿨던 꿈이다. 내용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 꿈 때문인지 오늘 아침 평소보다 일찍 기상했는데도 일을 하면서 피곤하지 않았다. 나는 왜 꿈 백화점에서 이 꿈을 구매했을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꿈’을 담당하는 시간의 신 3번째 제자의 후손인 ‘달러구트’와 그의 백화점 직원인 ‘페니’를 중심으로 주변 직원들과 꿈을 사는 이들, 꿈을 파는 이들, 그리고 꿈을 제작하는 이들의 내용을 담고 있다.

꿈은 현실세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오늘 지나온 기억 중 한 부분이 무의식적으로 남아 꿈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꿈에서 위로를 얻을 때가 있다. 가령 체력측정에서 3㎞ 뜀걸음을 16분대를 기록해 불합격했다면 꿈에서 야생을 달리는 치타가 돼 5분 안에 돌파하는 식이다. 아마도 백화점에서 ‘치타가 되는 꿈’을 구매했을 것이다.

책에 나오는 660번 단골손님인 미래가 두려운 20대 청년의 이야기는 마치 현재 내 얘기 같았다. 이 청년은 미래가 불확실한 현재가 너무 힘들어 꿈까지 못 꿀 정도로 지쳐 있다. 달러구트는 그런 그에게 앞으로만 흘러가는 인생에 ‘추억’이라는 꿈을 깜짝 선물처럼 줘 용기를 북돋운다.

현대인들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과거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에 열광하고,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미래, 현재, 과거 셋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과거’를 선택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는 끝없이 두렵고, 그런 미래를 준비하는 현재는 힘들다. 이미 익숙하고 그리운 것이 많은 과거를 자꾸 찾게 된다. 그래서 오늘 꾼 꿈에도 익숙했던 친구들이 등장했을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이런 과거가 그리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분명 힘든 시절이 있었다. 부모님께 크게 혼이 난다든지 치열하게 대학입시를 준비한다든지, 그때 힘들었던 순간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시절이 다 지나고 나서야 지금은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군 생활을 하며 힘든 부분들도 전역 뒤엔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군 생활 동안 힘들었던 순간조차 작은 행복이 돼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결국 행복해지려고 꿈을 꾸는 것임을 결말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꿈 백화점에서 기차에 탑승한 꿈을 샀던 이유도 알게 됐다. 부대로 오는 기차에서 잠시나마 만난 과거의 추억이 오늘을 살아가는 내게 행복감을 주고, 미래에 펼쳐질 어떤 행복을 기다리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의 소소한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어떤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하고,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과거의 행복을 되새기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군 생활을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