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이호령 특별기고] 한미 국방장관 회담의 의미와 성과

입력 2022. 07. 31   16:19
업데이트 2022. 07. 31   16:58
0 댓글

대북 억제력 강화 증대·상황별 대응조치 구체화

보훈의 중요성과 감사함, 한미 국방장관이 함께 보여줘
지난 5월 한미정상 공동성명의 ‘새로운 추가적 조치’ 구체화
한미동맹 넘어 한·일 협력 등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약속

 

이종섭(왼쪽)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의장행사를 함께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이종섭(왼쪽)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의장행사를 함께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사전에 한반도 정세, 연합방위태세, 한·미·일 안보협력, 지역 정세 및 범세계 안보협력 등 크게 4가지 의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지만, 의제 하나하나에 주목하기보다 회담 개최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가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북한은 지난 6월 전원회의 확대회의,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전승절’ 기념연설을 통해서 대남·대미 적대 발언과 적대 정책들의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왔고,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채택 이후 6월, 7월 연속적으로 개최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회담은 7월 27일 정전협정 69주년에 6·25전쟁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추모의 벽’ 제막식을 계기로 개최됐다는 점에서 시기와 맥락, 그리고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추가적인 조치’들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그 의미와 성과를 짚어볼 수 있다.

첫째, 보훈의 중요성과 감사함을 한미 국방장관이 함께 보여줬다는 점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한쪽에 새겨진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교훈을 희생으로 보여준 미군과 카투사를 기리기 위한 130m 길이의 ‘추모의 벽’ 제막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6·25 발발 이후 현재까지 대한민국이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잊히지 않는’, 그리고 ‘잊힐 수 없는’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 덕분이었다는 점을 한미 국방부 장관이 ‘추모의 벽’ 제막식에 같이 참여함으로써 명백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연이은 이 장관의 미국 보훈요양원의 6·25 참전용사 방문과 미 버지니아주 콴티코 국립묘지에서 열린 고(故) 옴스테드 미 해병대 예비역 중장의 안장식 참석 등은 혈맹으로 맺은 한미 동맹의 뿌리와 보훈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미동맹의 정신과 연대감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편, 북한은 7월 27일 정전협정 69주년에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한미의 엄숙한 추모행사와 달리 김정은이 직접 대남·대미 위협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그동안 김여정이 대남·대미 비난 발언을 담당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김정은이 현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또한 미국을 향해서도 미·북 관계를 더 이상 되돌리기 힘든 한계, 격돌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며 적대시 정책이 지속하는 한 더 큰 불안과 위기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7차 핵실험의 명분을 쌓았다.

둘째, 따라서 한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데 공감하고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새로운 추가적인 조치’를 구체화함으로써 북한이 도발하면 할수록 한미동맹이 더욱 굳건해진다는 것을 가시화했다. 지난 5월 한미정상 공동성명에서 대북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추가적인 조치’로 ①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②연합방위태세 제고, ③한미연합훈련 범위와 규모 확대 협의 개시, ④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 등이 제시됐다.

이 4개의 과제에 대해 한미는 국방장관회담을 이례적으로 6월, 7월 연속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새로운 추가적 조치들’을 구체화했다. 공교롭게도 6월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북한의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과 대적 투쟁이 천명된 직후 개최됐다. 또 7월 회담은 북한의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통해 전방부대들의 작전임무에 중요 군사행동 계획 추가, 작전계획 수정안, 군사조직 편제 개편안이 채택되고 김정은의 ‘전승절’ 기념 연설에서 핵무기 위협 직후 열렸다.

따라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한미 대북정책 공조 및 확장 억제, 연합준비태세, 인도·태평양지역 안보협력 등에서 ‘새로운 추가적 조치’의 액션플랜을 시기와 조건에 맞게 구체화할 수 있었다. ‘새로운 추가적 조치’들과 관련해 6월 회담에서는 ①미 전략자산의 조율되고 적시적인 전개를 위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조치 방안이 논의됐고,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는 ②한미는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지역 전개를 포함한 동맹의 억지태세 강화, 한국형 3축 체계 강화와 전략사령부 창설 추진, 한국 방위를 위해 핵과 재래식·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능력을 사용하겠다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재강조로 연합방위태세를 제고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③한미연합훈련 범위와 규모 확대와 관련해서는 오는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리는 후반기 연합연습부터 ‘프리덤 실드(freedom shield)’라는 새로운 명칭 아래 군사 연습과 정부 연습을 통합 확대해서 시행하기로 했다. ④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과 관련해서는 동맹의 억제력 향상과 한미 간 전략적 소통 강화를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고, EDSCG 개최 이후 연내에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도 개최하기로 했다. 한미연합연습 종료 후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2+2 회담과 북한의 단계별 핵 위협상황을 가정한 한미 간 군사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TTX를 연이어 개최함으로써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의 실행력과 신뢰성을 한층 더 높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이 대한민국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었듯이, 이제는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인 한미동맹을 보편적 가치와 규칙에 기반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 평화와 안보,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약속을 재차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역의 안정과 질서를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의 중요성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에 이어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도 재차 공감됐다고 하나, 3국의 국방협력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일 간의 국방협력이 제자리를 찾아갈 필요성이 있다.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한·일 협력의 중요성도 한미동맹만큼 크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시기적으로 북한이 7차 핵실험 명분을 쌓아가며 대남·대미 적대정책을 강화하는 데 맞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있게 한 ‘잊지 못할’ 영웅들에 대한 보훈을 통해 대북 억제력 강화의 신뢰성을 한층 증대했고 실질적인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해서는 북한 핵실험 억제 방안, 핵실험 시 한미 대응 문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실행력 제고 방안, 한미 군사훈련의 수준 향상 방안 등 각 단계·상황별 시기적 대응 조치들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