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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 궤도형과 차륜형은 어떻게 다를까

신인호

입력 2022. 07. 1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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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이 심한 야지를 거침 없이 질주하는 K21보병전투장갑차. 사진=육군
굴곡이 심한 야지를 거침 없이 질주하는 K21보병전투장갑차. 사진=육군


최근 육군에서는 트럭과 같은 일반 차량이 아닌 전투차량으로서 바퀴로 구동하는 ‘차륜형’ 전투장비들이 야전부대에 눈에 띄게 배치되고 있다. K806·K808장갑차, K30W 30mm 자주대공포, K877 지휘소용 차량 등이 그것이다.


우리 군은 6·25전쟁기를 통해 미 군원으로 M8 그레이하운드 차륜형 장갑차와 M2·M3계열의 반궤도(half-tracked) 장갑차를 운용하고 1970년대 후반부터 4륜 구동의 KM900장갑차를 운용한 바 있지만 크게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전투차량은 K200장갑차, 상륙돌격장갑차(KAAV) 등에서 보듯 무한궤도(caterpillar)로 기동하는 ‘궤도형’ 장비들이 주를 이뤄왔다. 최근까지 차륜형 장갑차는 어떻게 관심을 받으며 전력화에 이르렀을까. 또 장갑차에서 차륜형과 궤도형은 각기 어떤 특성으로 어떤 환경에서 주로 운용될까. 


 ■ 궤도형, APC와 IFV 공통으로 많이 쓰여


장갑차는 일반적인 플랫폼 형태로는 주행장치에 따라 궤도로 지면을 미는 방식의 궤도형(Tracked)과 일반 자동차처럼 바퀴를 이용하는 차륜형(Wheeled)으로 구분되고, 임무에 따라서는 병력수송장갑차(APC·Armored Personnel Carrier)와 보병전투장갑차(IFV·Infantry Fighting Vehicle)로 나뉘며 방공, 정찰, 사격지휘, 탄약운반, 의무 등 많은 전문화 차량으로 더 세분된다.


장갑차는 제1차 세계대전 중 부분적으로 활약하기는 했지만 경전차의 등장으로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제2차세계대전 개전 당시 기갑사단을 주축으로 한 전격전 개념이 도입되면서 병력수송장갑차가 전장에 나타나 정찰 임무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자 다시금 중요성을 나타났다.


최초의 보병전투장갑차인 러시아의 BMP-1. 출처=Vitaly V. Kuzmin, vitalykuzmin.net
최초의 보병전투장갑차인 러시아의 BMP-1. 출처=Vitaly V. Kuzmin, vitalykuzmin.net


대전 후에는 세계 각국이 병력수송장갑차가 널리 배치하는 가운데 독일 등에서 장갑차는 전차와 협동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탑승전투’ 개념이 정립되고, 이에 부응하는 보병전투장갑차가 1960년대 중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궤도형은 병력수송장갑차와 보병전투장갑차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예가 많은 반면, 차륜형은 그동안 병력수송용에 많이 쓰여왔고 보병전투장갑차에 본격 적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 美, 신속배치 위해 차륜형 관심


그동안 유럽쪽에서는 궤도형과 차륜형 장갑차를 혼용하는 개념으로 발전시켜온 반면 미국은 생존성을 중시해 궤도형 장갑차에 주력한 경향을 보여왔다.


미국이 차륜형장갑차 개발에 집중한 것은 ‘4일 이내에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전투태세가 완비된 여단을 전개시킨다’는 전략적 차원의 목표군(Objective Force)을 창설하면서 스트라이커(Stryker) 차륜형 장갑차를 채택하면서부터로 볼 수 있다. 


주한 미2사단이 운용한 스트라이커(Stryker) 장갑차. 병력수송 뿐 아니라 전투를 위한 중무장 탑재형 등의 계열장갑차도 배치되었다. 국방일보DB
주한 미2사단이 운용한 스트라이커(Stryker) 장갑차. 병력수송 뿐 아니라 전투를 위한 중무장 탑재형 등의 계열장갑차도 배치되었다. 국방일보DB


현재 세계적으로 볼 때 장갑차는 병력수송용에서 보병전투용으로, 또 전략·전술적 요구나 지형조건, 경제성 등에 따라 궤도형과 차륜형을 동시에 운용하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장점이 있는 차륜형 장갑차에 무장을 강화해 전투용으로도 배치하는 등 그 운용의 폭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 궤도형과 차륜형, 그 차이점은


장갑차의 플랫폼으로 궤도형과 차륜형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하고 더 적합할까. 이에 대해서는 현재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정답이 쉽사리 구해지지 않고 있다. 그 차이점, 장단점을 살펴보자. 



■ 궤도형, 무장 및 방호력 증대 용이


차륜형과 궤도형의 비교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전투중량이다. 전투중량이란 단순히 차체와 무장을 합한 무게가 아니라 전투할 때 필요한 전투원, 전투 장비, 물자 등을 모두 포함한 무게를 뜻한다.


궤도형 장갑차는 이 전투중량에 대한 제한이 적기 때문에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무장을 강화하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장비와 인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장갑 등 방호력을 증대시키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M2A3 브래들리 보병전투장갑차. www.dvidshub.net
미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M2A3 브래들리 보병전투장갑차. www.dvidshub.net


그래서 궤도형 장갑차는 APC일 경우 전투중량이 10~20톤이지만 IFV는 20톤을 훌쩍 넘는다. 국산 K21이 25톤, 최근 호주 수출이 기대되는 한화디펜스의 AS-21 레드백(Redback)이 42톤, 미국의 M2A3브래들리(Bradley)가 27톤이상, 독일의 Marder-1A3는 35톤급이다.


반면 차륜형장갑차는 20톤을 무장을 강화한다 해도 거의 넘지 않는다. 미국의 스트라이커(stryker)가 19.3톤, 러시아의 BTR-90이 20.92톤이다. 일본 96식이 14.7톤, 중국의 WZ551B가 15.8톤이다. 


■ 차륜형, 경장갑·경무장에 머물러


병력수송장갑차는 보병을 수송하는 것이 임무여서 경장갑에 중기관총이나 유탄기관총을 장착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K21보병전투장갑차는 주무장으로 40mm 기관포를 탑재하고 있으며, 대전차미사일도 탑재할 수 있다. 국방일보DB
K21보병전투장갑차는 주무장으로 40mm 기관포를 탑재하고 있으며, 대전차미사일도 탑재할 수 있다. 국방일보DB


반면, 보병전투장갑차는 전투병력을 전장의 필요한 지역으로 방호된 차량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이동시키고, 전투병이 하차한 후에는 화력지원을 통해 전술기동력, 생존성 및 치명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주임무이므로 더 성능이 뛰어난 장갑으로 차체를 두르고 포탑에 20~40mm 기관포, 나아가 대전차미사일 등을 탑재하고 있다. 보병전투장갑차는 이러한 중무장, 중장갑을 위해 높은 전투중량을 요구하므로 궤도형이 유리하다. 


■ 차륜형, 공간 활용성 상대적 불리


장갑차는 주행장치 외에 또하나의 외관상 차이점으로 차륜형의 차체가 궤도형보다 높다는 것이다.


차륜형은 하부에 현수장치를 장착할 차체 공간이 필요해 내부 공간이 협소하고 이 때문에 인원 등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차체를 높여야 한다. 이는 방호력 측면에서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내부적으로 동력 관련 장치를 보면, 궤도형은 변속기에 조향 및 제동장치가 내장되어 있고 구동륜이 2개이므로 동력 전달이 단순한 반면 차륜형은 변속기의 출력이 각 바퀴에 모두 전달될 수 있도록 중간 기어상자, 차동장치 및 허브 등이 있어야 하므로 복잡한 편에 속한다. 


후방 향토사단에 배치된 K806 차륜형 장갑차. 국방일보DB
후방 향토사단에 배치된 K806 차륜형 장갑차. 국방일보DB


■ 차륜형, 도로 기동성은 좋지만... 


전투차량의 스피드와 연비만을 본다면, 최대속도 100km/h를 넘나들고 항속거리도 길며 연료 소비량이 훨씬 적게 드는 차륜형이 단연 우월하다. 따라서 차륜형은 전략·전술적으로 궤도형에 비해 높은 기동성을 발휘할 수 있고 공중수송도 용이하다. 소음과 진동도 적어 승차감과 편의성도 좋아 시가지전투나 기지방어용, 수색정찰로 많이 활용되었다. 


하지만 평지에서의 일반 주행/기동이 아닌 전투현장에서의 기동이라면 최대속도가 크게 고려될 필요는 없다. 전투현장에서 40km/h의 속도를 낼 수 있다면 차륜형과 궤도형 모두 유사한 기동효과를 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기동성은 단순히 속도만을 뜻하지 않는다. 견고한 차체와 우수한 현수장치, 높은 출력, 낮은 접지압, 수상운행 능력, 전투중량에 의해 달성된다. 평지나 포장도로가 아닌 요철이 심한 야지(또는 부정지)라면 안정된 현수장치를 갖춘 궤도형의 기동성이 우수하다.


차륜형은 땅(지면)과 접촉하는 부위가 바퀴의 일정 부분에 불과하므로 접지압이 높고, 궤도형은 접지 면적이 넓어 접지압이 낮다. 접지압이 낮다는 것은 진창과 같은 연약한 지반에서 더 용이하게 기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차륜형장갑차는 타이어 기술이 크게 향상돼 펑크가 나도 일정 속도로 일정 시간 계속 달릴 수 있는 전술타이어(run flat)를 장착하면서 타이어 공기압조절장치(CTIS· Central Tire Inflation System)을 적용하고 있다.


이 장치는 조종석에 앉아 있는 조종수가 스위치 조착을 통해 노면 조건에 맞도록 8개의 타이어 공기압을 조절하는 것이다. 진창이나 모래사장과 같은 야지에서는 타이어 공기를 빼서 접지면을 넓혀 탈출하고, 포장도로에서는 타이어 공기압을 주입하여 고속으로 기동하도록 해준다.


K808은 런플랫(run flat) 전술타이어가 적용돼 타이어가 파손(피탄)되어도 48km/h의 속도로 1시간 이내 운행이 가능하다. 국방일보DB
K808은 런플랫(run flat) 전술타이어가 적용돼 타이어가 파손(피탄)되어도 48km/h의 속도로 1시간 이내 운행이 가능하다. 국방일보DB


한편 궤도형과 차륜형은 구동방식도 다르다. 궤도형은 방향을 바꿀 때(조향) 양쪽 궤도의 속도를 다르게 하면서 그 속도차를 이용해 회전하는데 제자리에서 선회할 수 있다. 반면 차륜형은 일반 차량처럼 핸들(조향장치)를 이용하지만 제자리 선회는 안되고 회전하기 위해서는 일정 범위가 확보되어야 한다.


장애물 극복 면에서 차륜형은 동급의 궤도형 차량에 비해 그 능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차륜형은 대부분의 자연 및 인공 장애물을 회피해 기동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적으로부터 기동 경로를 쉽게 차단 당하면서 공격이 집중될 수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 수상 운행, 궤도추진방식 또는 워터제트 장착 


기동 성능 중 반드시 언급되는 것이 도하부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장갑차 자체의 추진능력으로 수상 운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체로 플랫폼의 중량이 18~19톤 정도면 자체적으로 물 위에 떠서(부양) 운행할 수 있다. 


전투중량이 18톤이 안되는 국산 K200장갑차(궤도형)와 K808장갑차(차륜형) 모두 자체 수상 도하할 수 있다. 궤도형 K200은 지상에서 주행할 때처럼 궤도를 회전시켜 추진하는 궤도추진방식이며, 차륜형 K808은 보조추진장치 방식으로 워터제트(water jet)를 장착하고 있다. 


다만, 전투중량 25톤급의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인 K21의 경우 수상부양을 돕는 에어백을 장착해 자체 부양한 후 궤도추진방식으로 도하를 한다. 러시아제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 BMP-Ⅲ의 경우는 워터제트를 장착하고 있다.


최근 보병전투장갑차는 방호력을 강화하는 등으로 전투중량이 증가해 자력에 의한 수상운행 능력을 부여하지는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오랜 논란 그러나 정답은 없어


그렇다면 장갑차의 플랫폼으로 궤도형과 차륜형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적합한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오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답 내지는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다. 다만, 미 육군은 궤도형이 오프로드에서의 사용 비율이 60% 이상일 때 전술 및 고속 기동임무 차원에서 지형과 기후에 관계 없이 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궤도형이 낫다는 결론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기체계 선진국들은 전투환경의 변화, 기술 발전 등에 따라 전투장갑차 운용 개념도 변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미래 장갑차 발전계획에서 궤도형에 대해 현상을 유지하면 차륜형에 보다 많은 중점을 두고 개발에 나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 군도 K808 차륜형장갑차를 기반으로한 대공포장갑차과 지휘소차량에 이어 근접전투간 발생하는 전상자의 적시적 응급처치와 후송을 위해 의무후송차량을 확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방산업체들도 최근 방산 전시전을 통해 전투중량 30톤 이상의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기계화전투 무기체계, 40mm CTA포와 수소연료전지동력 등을 채용한 차세대 차륜형장갑차 등 업체 특성을 살린 미래형 전투차량 개발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6월 15일 대전컨벤션에서 열린 2002 첨단방위산업전에서 소개된 현대로템의 차세대 차륜형 장갑차(위)와 한화디펜스의 궤도형 화력지원전투차량(아래)의 컨셉 모형. 국방일보DB
지난 6월 15일 대전컨벤션에서 열린 2002 첨단방위산업전에서 소개된 현대로템의 차세대 차륜형 장갑차(위)와 한화디펜스의 궤도형 화력지원전투차량(아래)의 컨셉 모형. 국방일보DB


분명한 것은 여타의 무기체계들이 그러했듯, 장갑차 역시 향후 전투환경 및 전술운용개념의 변화, 과학기술 발전과 역량 증대, 무기체계 설계 우선순위를 고려해 개발될 것이라는 점이다. ♣


 



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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