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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1포병여단 유현수 상병] 미국 영주권자에서 대한민국 군인이 되기까지

입력 2022. 07. 11   16:17
업데이트 2022. 07. 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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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수 상병. 육군1포병여단 웅비대대
유현수 상병. 육군1포병여단 웅비대대


 


“현수야! 너는 미국 영주권자인데 왜 군대에 왔니?” 내게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실제로 이 질문에 답을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5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정착해 영주권을 취득했다. 미국 영주권자는 비자 문제에서 벗어나 더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 나아가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내가 미국 시민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나는 미국인이 된 내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국제경기에서 항상 대한민국을 응원했고, K팝과 우리 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보며 자긍심을 느꼈다. 그런 조국을 지키는 의무인 병역을 피하려고 시민권을 취득하는 주변 사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과 다르게 나는 병역의 의무를 수행해 자신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떳떳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입대 결정이 확고해졌다.

모든 면에서 떳떳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아버지 말씀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권리를 찾기 전에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국민이 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한 가르침이 입대를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권리를 찾기 위함은 아니다. 조국을 지킨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갖는 자긍심이자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정체성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사람들이 내게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감사하게도 우리나라엔 영주권자들의 입영을 위한 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 나는 지난해 10월 입대해 현재 육군1포병여단 웅비대대 일원으로 의무를 다하는 중이다.

전우들은 내 배경과 가치관을 존중해 주면서 미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편견이 아닌, 같이 의무를 다하는 전우로 바라봐 준다. 부대는 한국의 문화와 군 생활에 잘 적응하며 보람차게 복무를 마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올 2월에는 코로나19로 해외 출국이 어려웠음에도 전우들의 배려와 도움 덕분에 부모님이 계신 미국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나와 동일한 선상에서 입대를 고민하는 영주권자 친구들의 연락을 종종 받는다. 아직은 나 역시 경험도 부족하고 배울 게 많지만 입대를 고민하는 친구와 타국의 영주권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군대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가 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며, 그 경험으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회다. 군대가 선택의 대상이 아닌 내가 가진 의무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단 한 번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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