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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에게 찾아오는 18개월의 군 생활. 지난해 5월 이병으로 복무를 시작한 나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꽃다운 20대의 시간을 보낼 군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어느새 병장 진급을 앞둔 지금, 군 생활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준 귀중한 경험이자 나 자신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임을 실감한다.
나는 군복을 입은 군인이자 부대 환자 진료 최전방에 있는 의무병이다. 의무병은 군의관님을 도와 아픈 장병이 적시에 올바른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임무를 수행한다. 의무병의 역할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면 각종 의약품과 물자의 수량·시효를 관리하고, 군의관님 진료·처방에 맞춰 약품을 내어준다. 또 장병들의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현황을 파악하면서 막사 소독·방역에도 힘쓴다. 작은 상처에 드레싱을 받는 장병부터 외래 진료가 필요해 군 병원 방문을 요구하는 장병까지 수많은 전우가 여러 이유로 의무실을 찾는다. 특히 야간에 발생하는 응급 환자의 초동 조치도 의무병 담당이다.
소중한 사람이 상처 입고 아파하는 걸 그저 지켜보는 것만큼 무력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부대에서 다친 전우를 가장 먼저 만나는 의무병이기에 적절하고 신속한 조치를 습득하는 데 열중했다. 전우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소중한 사람들이 아파하지 않도록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충실했다.
일과가 끝나면 또 다른 방향으로 최선을 다했다. 독서와 공부다. 지금은 하루라도 빼먹으면 허전할 정도로 규칙적인 습관이 만들어졌다. 군에서 시행 중인 ‘장병 자기계발 비용 지원사업’ 덕분에 전공인 생명과학과 관련된 서적 또는 관심 있던 인문학 교양 서적을 구해 읽는다. ‘군 e-러닝’으로는 대학강의 수강료를 지원받아 총 6학점을 취득했다.
내 또래 청년들이 군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회와의 단절이다. 나 또한 입대를 앞두고 경력과 학업 단절을 걱정했다.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군에서 보내는 18개월이 낭비 같고, 비효율적인 시간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군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때로부터 14개월이 지난 지금, 스스로 어떻게 마음먹고 노력하는지에 따라 군 생활은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안중근 장군이 남긴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린다.
군에서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간다. 누군가 허송세월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미래를 준비하고, 소중한 경험을 얻어 간다. 누구나 힘들지만, 모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값진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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