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작가와의 만남

[작가와의 만남] 배명훈

박지숙

입력 2022. 07. 06   17:05
업데이트 2022. 07. 0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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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론 따지다보면 SF의 재미 놓치기 쉽죠” 

SF 공모전으로 데뷔… 우주도시 배경 신작
사회엔 날카로운 시선·독자엔 따뜻한 위로
“정치·세계에 대한 관심 우주로 확장
과학 지식보다 상상력·본인의 색깔 중요”

 

배명훈 작가
배명훈 작가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배명훈 지음/자이언트북스 펴냄


배명훈 작가와 만났던 날은 지난달 14일이었다. 그러니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이탈리아를 다녀왔다고 했다. 그의 책 『타워』의 현지 출판을 기념해 주요 도시를 돌며 북토크를 진행하는 일정이었다고. 해외 독자와 만나 북토크를 한 건 처음이었는데 색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인들이 제 책을 읽고 질문을 하고 자기 의견을 말하고 그런 모습이 신기했죠. 한국 독자들하고 다른 점은 캐릭터보다는 작품이 그려내는 세계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이었어요. 또 우리나라에서는 북토크가 서울이나 대도시의 대형서점에서 주로 진행되는데 이탈리아는 훨씬 다양한 것 같더라고요.”

배 작가는 2005년 SF 공모전에 단편소설 『스마트 D』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안녕, 인공존재!』, 『예술과 중력가속도』 등 소설집과 장편소설 『고고 심령학자』, 『신의 궤도』 등을 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F 작가(에세이 『SF 작가입니다』도 발표했다)다. 최근 출간한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은 그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세계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인식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꿈을 찾고 상처를 극복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작가의 말에도 썼는데 터키 작가 아지즈 네신에게서 영향을 받았어요. 사회 부조리를 날카로운 유머로 풍자했던 사람이죠. 저도 읽으면서 자꾸 웃음이 나는 그런 작품을 쓰고 싶었거든요.”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장르소설이 유행하고 SF 소설들 역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SF 마니아들 중에는 소설에 담긴 세계관보다는 과학적인 접근으로 오류를 잡아내고 싶어 하고 풍자적 재미를 못마땅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 작가는 SF소설이란 우주로 확장된 또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는 장르라면서 완벽한 과학이론을 따지다 보면 소설적 재미를 느낄 수 없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다.

“저도 이과 출신이 아니거든요. SF소설 작가 중에 과학을 전공한 분은 오히려 많지 않을 겁니다. 혹시 장병들 중에도 SF 장르에 관심 있는데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주저하고 있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네요. 중요한 건 얼마나 자기만의 목소리와 색깔을 낼 수 있느냐입니다.”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의 배경인 사비는 별 볼일 없는 우주도시다. 화성 침공이 계획되던 시절 병력을 주둔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계획이 흐지부지되면서 그저 그런 도시로 남게 된 것이다. 이곳의 공무원들은 업무에 무관심하고 경찰은 폭력 조직에 가깝다. 경찰보다는 여러 폭력 조직의 우두머리들이 정기적으로 만남 회담을 하는 덕분에 겨우 평화가 유지되는 형편이다. 이런 비틀린 세계상은 할리우드 서부영화와 1980년대 홍콩 누아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도 겹쳐 보인다. 하지만 배 작가는 이 부조리한 세계를 단죄하거나 낭만으로 감싸지 않는다. 스나이퍼 한먼지와 그를 찾아다니는 지구에서 온 초록, 그리고 공무원 수미야 모두 착한 인물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들의 작은 선의가 모여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비는 평화로운 공간으로 거듭난다.

한편 이번 작품은 CJ ENM과 블러썸크리에이티브가 함께 기획한 IP 발굴 프로젝트의 첫 번째로 영상물로 확장될 예정이라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제 전공이 국제정치(서울대 외교학과)예요. 그러다 보니 정치와 세계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상상을 우주에까지 확장시키는 게 저의 소설들이고요. 최근에는 외교부 의뢰로 ‘인간이 정착한 이후 화성에서 펼쳐질 행성 규모의 거버넌스 시스템에 관한 연구’도 했습니다.”

SF 작가가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배 작가는 공군에서 장교(행정)로 군생활을 했다. 『빙글빙글 우주군』 등 여러 작품에 군생활 하며 알게 된 지식과 체험이 녹아있기도 하다.

“장병들이 동시대 젊은이들이 쓴 작품을 많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로운 생각과 상상력을 펼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특히 작가라는 직업을 꿈꾼다면 망설이지 말고 용기를 내서 엉뚱한 이야기를 글로 써보세요.” 박지숙 기자/사진=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지숙 기자 < jspark2@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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