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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한 사람이다. 정확히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남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누군가의 성공에 박수조차 쳐주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입대해 군 생활을 시작하니 실수를 남발하는 전입 초반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환경에 조금씩 적응할 때쯤 우연한 계기로 사수가 감사 나눔 1·2·3 운동을 알려줬다. 내가 속한 정보통신여단에는 서로에게, 혹은 일상에서 감사했던 일들을 적어 공유하는 공간이 있다. 사수는 시간이 날 때 틈틈이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한 점을 적어볼 것을 권유했다. 나는 전우들의 글을 조금씩 읽어보다 동참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50일 동안 매일 감사 나눔을 적던 중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과 반복되는 일을 하다 보니 감사 나눔에 쓸 내용이 고갈되는 것이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작성했던 감사 나눔을 하나씩 읽어봤다. 그 결과 평소에 내가 어떤 부분에서 감사함을 느끼는지 확인했고, 소소함이 모이고 모여 나의 일상을 만들어주는 일들을 감사 나눔에 적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매일 마지막 줄을 같은 내용으로 마쳤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에게 감사합니다.” 이 문구는 내가 훈련병 때 조국 기도문 시간에 분대장이 항상 마지막으로 남기던 말이다. 당시 몸과 마음이 매우 고됐는데, 저 말을 들으며 입대하기 전까지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을 실감했다. 동시에 일상 속에 녹여진 따뜻한 말 한마디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렇게 다시 감사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나는 훈련을 받은 날에도, 주말 등의 휴일에도 어김없이 감사 나눔을 작성했다. 그런 날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덧 265장이 넘는 감사 나눔을 썼고, 이런 꾸준함 덕분에 감사 나눔 최우수상이라는 열매를 수확했다.
가장 큰 성과는 소심했던 지난날을 내려놓고,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고자 노력 중인 내 자신이다. 감사 나눔으로 마음이 가난했던 내가 이제는 감사하는 법을 전파하고 있다. 이런 진심이 전우들에게도 전해졌는지 하나둘 감사 나눔을 쓰는 사람이 늘었고, 지금은 감사 나눔 1·2·3 페이지에 꽤 많은 이들이 하루 동안 느낀 감사함을 전하고 있다.
“고마워” “감사합니다” “힘내” 이 세 마디의 공통점은 단 3초면 건넬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세 마디로 넘어질 것 같은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었다. 이것은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넘어진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과 함께하기에 발휘되는 힘이다. 내가 그간 전한 감사만큼 이제는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다. 감사 나눔은 돈을 주고도 배우지 못할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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