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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식 교수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우리 군에 주는 교훈

입력 2022. 07. 04   15:21
업데이트 2022. 07. 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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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식 중령. 공군사관학교 사회과학처
엄정식 중령. 공군사관학교 사회과학처

우크라이나는 지금 처절한 전투로 국민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고, 국가는 존망의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우세한 군사력을 갖춘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계속 저항 중이고, 이미 전쟁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실패한 전쟁이란 오명을 피하기 어려우며 전쟁 목표를 바꿔 가며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분단국가이자 북한의 도발에 직면해 있는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기와 기술로만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 동맹국, 적군의 자원, 아군의 군수품을 비롯한 회복력 등 많은 요소가 중요하다. 군사력은 효과적인 지휘능력에 달려 있다. 지휘는 의심할 여지 없이 복종해야 하는 권위 있는 명령이다. 군대는 규율에 따라 합법적인 폭력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지휘계통이 필수다.

지휘계통을 통해 때때로 지휘관은 부하들에게 자신의 생존 본능에 반하는 행동을 하도록 설득하고, 다른 인간을 공격하고 제거하는 데 갖는 정상적인 반감을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휘관은 전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는 본능, 복잡한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조직 내에서 쌓아 온 신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열세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군에도 되새겨 볼 교훈을 제공한다.

첫째, 지휘관과 부하 사이 상호 신뢰가 우크라이나 군대에서도 중요한 요소였다. 지휘관은 부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판단력과 전문성을 가졌다는 믿음을 가져야 하고, 부하들은 지휘관이 자신이 수행하는 임무를 전폭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전쟁 초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대통령부터 하급 부대원까지 분열 상황이나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둘째, 아무리 열세한 군사력이라도 효과적인 전쟁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군인에게 장비와 보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군수 시스템이 지속돼야 한다. 우크라이나 군대도 서방으로부터 휴대용 대전차 및 방공무기를 지원받으며 선전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 군대의 군수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예상외의 결과가 가능했다.

셋째, 전장의 하급 지휘관이라도 리더로서 높은 능력과 자질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서방의 지원으로 장비 유지부터 전투 대비까지 전쟁을 준비해 왔다. 우리는 동맹과 우방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실패한 많은 사례를 알고 있다. 이와 달리 우크라이나 군대는 최일선의 하급 지휘관까지 전쟁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넷째, 모든 지휘계통에서 지휘관과 부하들은 임무에 대한 헌신을 갖춰야 하고 무엇보다 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이해해야만 효과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군대와 맞닥뜨렸을 때 자신들이 들었던 것과 달리 분열이나 해방을 기다려 온 상대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자신들의 영토와 국민을 파괴하려는 러시아에 대항해야 한다는 전쟁의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반면 러시아 군대는 전쟁의 명분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목적을 공유하지 못했다. 따라서 전쟁이 허무해질수록 군대 사기는 떨어지고 기강도 약해졌다.

전시 군의 능력이 평시에 만들어진다는 것은 자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평시 우리 군이 상하 간 상호 신뢰, 군수체계의 복원력, 하급 지휘관의 리더십, 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상급 지휘관의 리더십을 함양하도록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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