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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월 24일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6·25전쟁 상기 야간 행군’을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의 북쪽 성곽인 북악산스카이웨이와 인왕스카이웨이를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작년 9월 입대할 당시만 해도 군복을 입고 서울을 걷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하지만 현재 나는 ‘수도서울 절대사수’라는 사명감으로 1경비단 1경비대대에서 72년 전 그날을 회상하며 행군을 했다.
습하고 더운 날씨로 행군은 예상보다 고됐다. 업무를 마무리하고 취침 시간인 새벽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북악산과 인왕산을 걷다 보니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피로가 쌓여가며 의지도 점점 약해졌다.
그때쯤 휴식을 취하게 됐다. 휴식 장소에서 ‘6·25 상기 결의식’을 하는데 “적이 침투한다면 수도서울 절대사수하여 6·25전쟁 같은 참극이 생기지 않도록 이 목숨을 바치겠다”는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았다. 동시에 6·25전쟁을 떠올려봤다.
72년 전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군인, 피난민들이 햇볕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날에 걷고 또 걸었을까?
또 적 공격을 피해 자신이 살아온 삶의 터전을 버리고 타지로 이동하는 피난민들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하니 참극이 두 번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6·25 상기 행군은 나의 지나간 군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과연 내가 서울을 사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내가 맡은 작전이 원활히 수행되지 않아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이 많은 서울시민이 어떤 비극을 겪게 될까?
지난날 업무를 조금 늦게 해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나를 반성했다. 그리고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 업무를 해줄 것으로 믿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자신을 성찰했다. 또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군 생활을 할 것인지를 깊게 고민했다.
최근 뉴스와 정신전력 교육 영상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까지 러시아군에게 공격받는 모습을 보며 내가 임무를 수행하는 수도 서울도 적의 침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 또한 갖게 됐다.
이제는 본부중대 참모분대장으로 완전작전을 위해서라면 분대원 모두 경각심을 토대로, 안일한 생각을 갖지 않도록 잘 이끌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번 행군을 진행하며 내가 느낀 점과 반성한 점을 먼저 분대원들과 말하니 분대원들도 공감했고, 다 같이 수도서울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복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나는 오늘도 대한민국의 심장, 수도서울을 절대사수하기 위해 군복을 입는다. 늘 묵묵히 나를 따라주고 임무 수행하는 전우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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