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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력 강화+일자리 창출…우주 진출, 속도를 더하라

입력 2022. 06. 27   16:42
업데이트 2022. 06. 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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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현대전 인공위성 활용 절대적
지구의 무기 사실상 우주서 통제
누리호 제작 300여 개 기업 참여
군의 참여 예산 확보에 큰 도움
정부 전방위적 지원책 절실해

 

마침내 해냈다. 위성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1일 초속 7.5㎞로 날아올라 성능검증 위성을 지구 궤도에 무사히 올려놓았다. 12년간 숱한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이룬 성공이다. 설계부터 제작, 시험, 인증, 발사까지 전 과정을 모두 우리 기술로 이뤄냈으니 더욱더 감동적이다. 제조 기술 강국 코리아가 드디어 미답 영역인 우주에 진출했다.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지만 앞선 나라와 비교하면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발사체 성능 격차가 아직 크다. 투자 규모와 전문 인력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유인 우주선과 우주정거장 건설은 아직 꿈도 꾸지 못한다.

무엇보다 산업 생태계가 빈약하다. 선진국은 이미 민간으로 위성 발사 주도권이 넘어갈 정도로 생태계가 탄탄하다. 미국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SpaceX)가 대표적이다. 설립 20년 만에 세계 상업용 발사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면서 세계 최강자로 등극했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은 국가 프로젝트 외에 마땅한 수요가 없다. 몇 건 되지 않아 시장이 작으니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인할 수 없다.

당분간 공공 수요만으로 시장을 키울 수밖에 없는데 정부의 예산 확보도 그리 녹록지 않다. 그 활로를 뚫을 적임자가 있다. 군이다.

위성 로켓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은 다르다. 대기권 재진입, 사용 연료 등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발사체를 비롯한 기반 기술이 같다.

사실 위성 로켓은 미사일 기술에서 비롯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개발한 로켓 ‘V-2’가 미사일의 원조다. V-2에 자극받은 미국과 소련은 전후 미사일 개발 경쟁에 돌입했으며 곧 우주개발 경쟁으로 치달았다.

세계 최초 위성 ‘스푸트니크’만 해도 소련이 개발한 ICBM 로켓인 ‘R-7’에 실려 우주로 날아갔다. 우주 강국은 모두 미사일 기술 강국이다.

우주 기술은 곧 전쟁 기술이다. 우주가 지상, 해상, 상공, 사이버와 함께 새로운 전장(戰場)이 됐기 때문이다. 정찰부터 적의 위성을 파괴하는 킬러위성까지 군사 무기화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현대전에서 인공위성의 지원과 활용은 절대적이다. 정밀타격만 해도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제공한 데이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값비싼 고성능 무기나 비행기, 항공모함, 심지어 드론도 위성 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구의 무기를 사실상 우주에서 통제하는 세상이다.

우주기술의 군사 무기화를 주도한 나라는 미국이다. 이 나라가 군사용 우주기술 개발에 쓴 금액은 세계 전체의 95%를 차지한 적도 있다.

소련 붕괴로 러시아가 떨어져 나간 빈자리를 최근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과 대만은 1995년과 1996년에 전쟁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중국은 가까이 다가온 미국 항공모함의 위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GP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에 충격받은 중국은 정찰위성 개발을 시작으로 우주 군사 기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중국은 기술력 격차를 벌충하기 위해 미국 GPS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

2006년에 중국을 정찰 중인 미국 인공위성을 향해 레이저를 쏴 기능을 마비시켰다. 이듬해 자국 인공위성을 공군이 쏜 미사일로 파괴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봐라. 우리는 인공위성을 쏘아 떨어뜨린다.” 중국은 미국의 인공위성 지상 관제센터를 무력화하는 사이버 전쟁도 열심히 추진한다.

그러자 미국은 2008년 자국의 정찰위성을 미사일로 추락시켜 ‘까불지 마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냈다. 통신위성 장애를 탐지하고 분석하는 레이더 기지를 세계 곳곳에 구축했다. 자국 위성이나 전송 데이터를 공격하는 적을 탐지하는 대로 곧바로 보복 공격을 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미국과 중국의 우주 기술 격차는 아직 크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우주 동맹이라도 맺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미국 우위는 변함이 없지만, 차이가 사뭇 좁혀진다. 오랜 기간 소원했던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미국의 경제 제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결 가까워졌다. 이 전쟁은 우주전이 이미 현실임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GPS 전파방해 공격을 펼쳤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위성 데이터를 지원받아 맞섰다.

이제 막 위성 발사에 성공한 한국이다. 스타워즈를 벌이는 미국, 중국, 러시아는커녕 인도를 따라잡는 것도 힘에 부친다.

중국 항공우주 전문가인 황즈청은 관영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누리호 발사 성공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로켓 엔진 성능이 아직 낮고, 산업 기반이 없는 한계를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우주 강국의 눈으로 보면 한국은 앞서 성공한 북한을 뛰어넘은 수준에 불과하다.

북한은 10년 전 은하 로켓으로 광명성 위성을 궤도에 올렸지만, 지상과의 교신, 통제에 실패했다. 발사 목적이 위성이 아니라 ICBM 시험으로 추정됐다.

출발은 늦었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간 쌓은 위성과 미사일 기술을 접목하면 앞으로 추격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 관련 조직과 예산 확충, 기술 민간 이전 등 전방위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새 정부는 항공우주청을 설치해 항공우주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공군은 지난해 본부 내 ‘우주센터’를 설치했다. 향후 항공우주군이나 우주사령부로 갈 길을 열었다. 중국처럼 우주군과 사이버군의 효율적인 결합도 한번 고민해볼 만하다.

군의 참여는 부족한 우주기술 예산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각국 의회는 지구와 우주 탐사를 위한 재정 지출을 반대한다.

국방력 증강을 위해서라면 그 반대 목소리가 잦아든다.

우주기술을 민간용과 군사용으로 구분하는 것도 의미 없다. 민간 위성을 전쟁에 쓰는가 하면, 우주 군사 기술을 민간이 활용하기도 한다. 스페이스X는 수천 개 통신위성을 쏘아 올려 글로벌 위성 통신망 ‘스타링크’를 구축했다.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를 깔기 힘든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인터넷 통신을 돕는다. 스타링크는 미군의 위성통신 기반의 전략 타격 체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누리호 제작에 3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중공업 등의 기업이 주 엔진부터 초경량 연료탱크, 발사대까지 직접 개발했다. 이 기업들이 계속 뛰게 만들어야 우주산업이 급성장한다. 일자리가 더 생기면 더 좋은 인력과 기업이 생겨난다.

다행스럽게도 올 하반기부터 2030년대 초반까지 프로젝트가 꾸준히 이어진다. 이번에도 실패를 거듭하겠지만, 과거와 다른 양상일 것이다. 문제 해결 속도는 빨라지고, 좌절해도 빨리 일어날 것이다. 한 번의 발사 성공으로 생긴 자신감은 이래서 소중하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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