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임무 전체 과학기술적 활동 진화
국방과학기술 개념·정의 확대 필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주체로 격상
진정한 네트워크 생태계 활성화 가능
전력 운용능력 위한 장병 교육도 중요
지난 6개월간 한국국방기술학회는 20여 차례에 걸쳐 국방일보 지면을 통해 첨단 국방과학기술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며 독자들과 만났다.
본 학회가 의도했던 이번 기획 목표는 우리 국방 분야에서 총체적인 과학기술적 능력의 중요성을 재차 환기하고, 우리 장병들의 과학기술 및 디지털 문해력(literacy) 증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애초의 의도를 얼마나 달성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지만, 학회 전문가들이 제한된 지면이나마 가급적 다양한 분야의 전반적인 과학기술에 대해 다루면서 기본적인 해설과 함께 군사적 활용 추세나 가능성을 꼼꼼히 짚으려 노력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밝히고 싶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군사력에서 차지하는 첨단 기술의 비중과 중요성이 가장 크고 결정적인 시대를 맞고 있다.
온갖 기술이 진화하고 결합하면서 위협은 더욱 복잡화·복합화됐다. 이제 더 이상 3차원 물리적 공간에서의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과 사이버 가상공간 및 일상적 공간에서의 테러 등 비군사적 위협을 엄격히 가르기가 불가능해졌다. 지상·해상·공중에 이어 우주와 사이버공간으로까지 확대된 다영역 전장에서 비대칭적이고 복합적인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무기체계는 매우 다양한 과학기술 및 디지털기술이 중첩 적용된 고도의 복합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 수준의 군사력, 특히 무기체계와 장비를 만들고 다루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과학기술적 전문성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 군의 현 운용전력 구성에서 차지하는 실제 비중은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이미 군사 선진국을 중심으로 로봇·드론 등 무인 자율화 기술이나 첨단 정보기술이 적용된 지능형 융·복합 무기들이 실전 배치돼 운용되는 실정이다.
물론 첨단 무기체계를 직접 만들고 개발하는 국방획득과 방위력개선사업(무기체계를 구매하거나 연구개발해 군에 조달하는 사업) 단계에서 가장 고도의 기술적 전문성이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반드시 무기체계를 연구개발하는 활동에만 과학기술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전장을 예측하고 위협 대응책을 기획하는 일이 전통적이고 정성적인 개념 도출과 발전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 국방에서 현재와 미래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중요하게 된 분야가 한두 곳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전장 상황과 다영역공간에서 기술적 진화로 추동된 복합적 위협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다면적 분석에 기반해 위협을 무력화하고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도출하는 일(전투발전 프로세스)이 대표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러한 능력을 보유하고 발휘할 수 있는 미래 전력체계의 구체적인 모습과 성능을 정의하는 일(소요기획 프로세스)과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장비와 무기체계들을 입체적으로 운용해 군사력을 유지·발휘하는 일 등에도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즉 군사력을 기획하고 건설해 운용하는 군사임무(국방전력발전업무) 전체가 과학기술적 활동이 돼 가고 있으며, 그러한 기술적 전문성이 필수적인 전제요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우리 국방 현실은 군사력 건설과 운용 과정에서 쓰여야 하는 과학기술적 지식에 대한 법적이고 공식적 정의가 아직 상당히 협소한 편이다.
현재 법적으로는 ‘국방과학기술’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군수품의 개발, 제조, 개량, 개조, 시험, 측정 등에 필요한 과학기술(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제2조 2항)’, 즉 군수품의 개발과 관련된 활동에 필요한 과학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법적 테두리에서는 국방과학기술이 군사력 건설과 운용에 관한 업무 전반에 필요한 지식이 아니라 군수품, 그중에서도 무기체계의 개발 단계에서 필요한 지식 도구로만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과학기술이 이렇게 법적으로 정의돼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모두 무기체계의 개발 과정, 즉 방위력개선사업 단계에서만 사용되는 구조로 고착화됐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소요 혹은 운용 단계에서 과학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 가령 미래 무기체계에 적용 가능한 기술에 대한 연구나 전투실험 또는 운용 단계에서의 선진 기술 적용 가능성 타진 등이 필요해도 관련 재원을 확보할 방안이 없다.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미래 기술에 기반을 두고 군사력을 기획하거나 운용하는 임무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실이 이런 만큼 이제 현재의 국방과학기술 개념과 정의를 보다 확장해야 한다. 국방과학기술은 ‘군수품의 개발, 제조, 개량, 개조, 시험, 측정 등에 필요한 과학기술이면서 동시에 이를 위한 군수품의 소요기획이나 운용 유지 등 일련의 군사력 건설과 운용 과정에 적용되거나 활용 가능한 과학기술’이어야 한다.
이처럼 국방과학기술의 정의가 확대되면 그간 주로 무기체계의 연구개발 단계로만 국한돼 있던 국방과학기술의 주체와 대상도 그에 따라 확대될 수 있다.
군사력 건설의 첫 단계인 소요에서부터 획득·운용 단계에 관여하는 소요군과 개발자, 그리고 관리조직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군사력 증강업무 수행의 주체로 격상되면서 진정한 국방과학기술 중심의 네트워크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 그 결과 첨단 군사력 건설의 견실한 기반이 마련될 가능성이 한층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전력체계를 기획하는 군 인력뿐 아니라 전력 운용의 주체인 우리 장병들의 과학기술과 디지털 문해력의 증진 또한 더욱 중요해진다.
본 연재를 시작할 당시 밝혔듯이 첨단 무기체계와 장비 운용의 주체인 전투원들이 기반기술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해 적합한 기술적 운용능력을 갖추도록 과학기술과 디지털 문해력을 강화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더구나 현재 추세대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 기반의 지능화 무인체계 운용이 확대될수록 운용자가 전장과 무기체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 수집부터 활용까지 데이터 관리의 주체여야 하고, 그러한 첨단체계의 고도화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즉응적 판단력과 기술적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아무리 무기체계가 첨단·고도화된다 할지라도 충분히 숙달된 운용능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전력체계의 성능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운용능력이 부족하면 오히려 아군에 대한 치명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게다가 군에서 과학기술과 디지털 문해력을 키우는 교육시스템을 제공하는 일이 우리 군 장병들이 전역 후 고도화되는 정보화사회에 수월하게 적응해 풍요로운 삶을 누리면서 사회경제적 직무 수행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2차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부족하나마 그동안의 기획 연재가 이러한 다양한 목표에 조금이라도 부합했기를 바라면서 6개월간의 짧지 않은 여정을 마친다.
[한국국방기술학회 공동 기획 최신 국방과학 연구동향 ] 과학기술력과 디지털 문해력이 핵심이다
입력
2022.
06.
24
16:40
업데이트
2022.
06.
26
13:33
스마트군으로 나아갈 방향
군사임무 전체 과학기술적 활동 진화
국방과학기술 개념·정의 확대 필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주체로 격상
진정한 네트워크 생태계 활성화 가능
전력 운용능력 위한 장병 교육도 중요
지난 6개월간 한국국방기술학회는 20여 차례에 걸쳐 국방일보 지면을 통해 첨단 국방과학기술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며 독자들과 만났다.
본 학회가 의도했던 이번 기획 목표는 우리 국방 분야에서 총체적인 과학기술적 능력의 중요성을 재차 환기하고, 우리 장병들의 과학기술 및 디지털 문해력(literacy) 증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애초의 의도를 얼마나 달성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지만, 학회 전문가들이 제한된 지면이나마 가급적 다양한 분야의 전반적인 과학기술에 대해 다루면서 기본적인 해설과 함께 군사적 활용 추세나 가능성을 꼼꼼히 짚으려 노력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밝히고 싶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군사력에서 차지하는 첨단 기술의 비중과 중요성이 가장 크고 결정적인 시대를 맞고 있다.
온갖 기술이 진화하고 결합하면서 위협은 더욱 복잡화·복합화됐다. 이제 더 이상 3차원 물리적 공간에서의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과 사이버 가상공간 및 일상적 공간에서의 테러 등 비군사적 위협을 엄격히 가르기가 불가능해졌다. 지상·해상·공중에 이어 우주와 사이버공간으로까지 확대된 다영역 전장에서 비대칭적이고 복합적인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무기체계는 매우 다양한 과학기술 및 디지털기술이 중첩 적용된 고도의 복합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 수준의 군사력, 특히 무기체계와 장비를 만들고 다루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과학기술적 전문성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 군의 현 운용전력 구성에서 차지하는 실제 비중은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이미 군사 선진국을 중심으로 로봇·드론 등 무인 자율화 기술이나 첨단 정보기술이 적용된 지능형 융·복합 무기들이 실전 배치돼 운용되는 실정이다.
물론 첨단 무기체계를 직접 만들고 개발하는 국방획득과 방위력개선사업(무기체계를 구매하거나 연구개발해 군에 조달하는 사업) 단계에서 가장 고도의 기술적 전문성이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반드시 무기체계를 연구개발하는 활동에만 과학기술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전장을 예측하고 위협 대응책을 기획하는 일이 전통적이고 정성적인 개념 도출과 발전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 국방에서 현재와 미래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중요하게 된 분야가 한두 곳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전장 상황과 다영역공간에서 기술적 진화로 추동된 복합적 위협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다면적 분석에 기반해 위협을 무력화하고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도출하는 일(전투발전 프로세스)이 대표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러한 능력을 보유하고 발휘할 수 있는 미래 전력체계의 구체적인 모습과 성능을 정의하는 일(소요기획 프로세스)과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장비와 무기체계들을 입체적으로 운용해 군사력을 유지·발휘하는 일 등에도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즉 군사력을 기획하고 건설해 운용하는 군사임무(국방전력발전업무) 전체가 과학기술적 활동이 돼 가고 있으며, 그러한 기술적 전문성이 필수적인 전제요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우리 국방 현실은 군사력 건설과 운용 과정에서 쓰여야 하는 과학기술적 지식에 대한 법적이고 공식적 정의가 아직 상당히 협소한 편이다.
현재 법적으로는 ‘국방과학기술’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군수품의 개발, 제조, 개량, 개조, 시험, 측정 등에 필요한 과학기술(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제2조 2항)’, 즉 군수품의 개발과 관련된 활동에 필요한 과학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법적 테두리에서는 국방과학기술이 군사력 건설과 운용에 관한 업무 전반에 필요한 지식이 아니라 군수품, 그중에서도 무기체계의 개발 단계에서 필요한 지식 도구로만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과학기술이 이렇게 법적으로 정의돼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모두 무기체계의 개발 과정, 즉 방위력개선사업 단계에서만 사용되는 구조로 고착화됐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소요 혹은 운용 단계에서 과학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 가령 미래 무기체계에 적용 가능한 기술에 대한 연구나 전투실험 또는 운용 단계에서의 선진 기술 적용 가능성 타진 등이 필요해도 관련 재원을 확보할 방안이 없다.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미래 기술에 기반을 두고 군사력을 기획하거나 운용하는 임무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실이 이런 만큼 이제 현재의 국방과학기술 개념과 정의를 보다 확장해야 한다. 국방과학기술은 ‘군수품의 개발, 제조, 개량, 개조, 시험, 측정 등에 필요한 과학기술이면서 동시에 이를 위한 군수품의 소요기획이나 운용 유지 등 일련의 군사력 건설과 운용 과정에 적용되거나 활용 가능한 과학기술’이어야 한다.
이처럼 국방과학기술의 정의가 확대되면 그간 주로 무기체계의 연구개발 단계로만 국한돼 있던 국방과학기술의 주체와 대상도 그에 따라 확대될 수 있다.
군사력 건설의 첫 단계인 소요에서부터 획득·운용 단계에 관여하는 소요군과 개발자, 그리고 관리조직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군사력 증강업무 수행의 주체로 격상되면서 진정한 국방과학기술 중심의 네트워크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 그 결과 첨단 군사력 건설의 견실한 기반이 마련될 가능성이 한층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전력체계를 기획하는 군 인력뿐 아니라 전력 운용의 주체인 우리 장병들의 과학기술과 디지털 문해력의 증진 또한 더욱 중요해진다.
본 연재를 시작할 당시 밝혔듯이 첨단 무기체계와 장비 운용의 주체인 전투원들이 기반기술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해 적합한 기술적 운용능력을 갖추도록 과학기술과 디지털 문해력을 강화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더구나 현재 추세대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 기반의 지능화 무인체계 운용이 확대될수록 운용자가 전장과 무기체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 수집부터 활용까지 데이터 관리의 주체여야 하고, 그러한 첨단체계의 고도화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즉응적 판단력과 기술적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아무리 무기체계가 첨단·고도화된다 할지라도 충분히 숙달된 운용능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전력체계의 성능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운용능력이 부족하면 오히려 아군에 대한 치명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게다가 군에서 과학기술과 디지털 문해력을 키우는 교육시스템을 제공하는 일이 우리 군 장병들이 전역 후 고도화되는 정보화사회에 수월하게 적응해 풍요로운 삶을 누리면서 사회경제적 직무 수행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2차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부족하나마 그동안의 기획 연재가 이러한 다양한 목표에 조금이라도 부합했기를 바라면서 6개월간의 짧지 않은 여정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