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백골병단의 정신과 호국보훈

입력 2022. 06. 23   14:56
업데이트 2022. 06. 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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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원 일병 육군3군단 특공연대
이주원 일병 육군3군단 특공연대



우리 육군3군단 특공연대는 6·25전쟁 때 창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유격부대 ‘백골병단’ 정신을 계승한 부대다. 매년 6월이면 그분들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거행한다. 아침 점호나 각종 집합, 체력단련이 끝난 뒤에도 항상 외치는 연대 구호에도 백골병단 정신을 계승한다는 뜻의 ‘백골 계승’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지난해 12월 연대 본부중대에 배치받은 이후 백골병단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나는 백골병단 추모행사에 참석할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손을 들었다.

평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 없는 나였지만, 그동안 뉴스·인터넷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직접 뵐, 인생에 몇 안 되는 소중한 기회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던 것이다.

어느덧 행사 전날이 돼 호국 영웅께 실례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마지막 준비 상태를 점검하는 예행연습에 참가했다. 무척 더운 날씨에 병사들은 지쳐있었다.

그 순간 인솔자였던 연대 공보정훈과장님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과장님은 행사 취지를 다시금 상기시키며, 지금은 비록 덥고 힘들지 몰라도 내일 참전용사들을 마주하면 분명 느끼는 바가 많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때아닌 더위와 뜨거운 햇볕 아래 지친 우리에게 당장 와 닿는 말은 아니었다. 나 역시 그 말을 흘려들었다.

그러나 행사 당일 버스에서 내리는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보니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지금은 비록 거동조차 불편한 노병의 모습으로 부축을 받으며 행사장에 입장했지만, 그 뒤로는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앞장섰던 당당하고 패기 넘치는 청년이 보이는 듯했다.

우리가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리자, 호국 영웅들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우리에게 고맙다, 고생한다는 말씀을 해줬을 때는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군 복무가 내 인생에 값지고 의미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추모식이 시작돼 백골병단 활약상을 듣고 나니 감사의 마음과 존경심이 더 커졌다. 또 백골병단 정신을 계승한 대단한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을 마음 깊이 새겼다. 평소 TV·인터넷·뉴스 등에서 호국 영웅들을 접했을 때는 감사한 마음도 그 순간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추모행사에서 호국 영웅들을 직접 뵙고 느낀 이 감정은 내 군 복무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혹은 그보다 더 오래오래 남아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억하며 그 정신을 기릴 것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국선열이 지켜낸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음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우리 모두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억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을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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