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종교와삶

[이승일 종교와 삶] 은혜

입력 2022. 06. 21   15:40
업데이트 2022. 06. 2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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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일 해군3함대사령부 법사·대위
이승일 해군3함대사령부 법사·대위

어릴 적의 저는 철이 없고,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걱정 없이 속 편하게 부모님과 친척분들께 용돈을 받아서 쓰는 아이였습니다. 자라오면서 불교에 입적하고 주위 스님들과 보살님들의 도움으로 부족함 없이 지내며 받은 은혜를 세상에 돌려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군종장교로 임관했습니다. 여러 부대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계급고하를 막론하고 장교, 부사관, 수병, 민간 신도님 등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동안 쌓았던 인연들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고, 은혜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은 베풂일지라도 후에 우리에게 작은 일로도, 큰일로도 돌아옵니다. ‘이 정도는 쉬운 행동인데’라고 생각했던 나의 작은 도움일지라도 누군가의 중요한 순간에 가장 크게 작용할 수도 있고, 그 일이 타인에게는 은혜가 될 것입니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은혜를 입었다’는 경험은 우리들의 삶에 녹아들어 ‘이렇게 행동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베풂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들로 우리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기도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결과는 색다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 행동, 표정, 말투 등 비언어적인 표현이 동반되고, 이 모든 것은 상대방에 그대로 보여집니다. 이 때문에 자신은 성심을 다해 상대방을 도왔다고 생각했음에도 상대방은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대화에서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에 상대방 입장에서 나와의 대화를 다시 돌이켜 보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또한 나 역시 상대방의 행동과 말을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과거 인연부터 시작해 지금 현재 내가 사는 곳에서도 얼마나 많은 옷깃이 스쳤는지는 알 수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사소한 만남이라도 중요하게 여기고, 잠깐 스쳤던 인연이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라 생각하고 다음을 기약한다면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삶에 있어서 어떻게 인연을 쌓아가고 어떤 인연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는 우리 삶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선한 인연이라고 하더라도 그 관계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악한 인연이 될 수도 있고, 첫 만남과 첫인상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상대방과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고 노력한다면 곧 선한 인연으로 바뀔 것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길에서 인연을 얼마나 쌓았는지,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는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의 많은 어린아이들은 마음속에 도움을 주셨던 분들과 받았던 은혜를 담으며 자랄 것이고, 어른이 돼가면서 도움을 다시 돌려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작은 베풂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우리가 함께하는 이 세상도 지금보다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서도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고,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여기에 그치지 말고 도움받았던 경험, 타인으로부터 입은 은혜를 잠시 떠올려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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