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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학 교수실에서] 육사 건축물에 숨겨진 사실

입력 2022. 06. 20   16:18
업데이트 2022. 06. 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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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학 육군사관학교 토목공학 교수 중령
이준학 육군사관학교 토목공학 교수 중령

지난 6월 2일부터 3일까지 육군 정책실(우주/레이저/과학기술정책과)에서 주관하는 국방레이저 MZ세대 영보드 토론회가 육군사관학교에서 개최됐다. 토론회는 사관생도 및 학군단 후보생, 연세대를 비롯한 민간 대학생들이 함께 그룹을 지어 국방레이저 발전에 관해 발표하고 연세대, 광주과학기술원, 포항공대 등의 과학자로 이뤄진 전문가 그룹이 강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필자는 점심시간에 육사를 방문한 전문가 그룹에 학교 시설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본 지면을 통해 졸업생들도 잘 모르는 육사 건축물의 숨겨진 사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현대건축 거장으로 손꼽히는 수많은 건축가가 계신 데, 고(故) 김중업, 고 김수근, 고 무애 이광노, 김종성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아십니까?”라는 뜬금없는 질문에 민간 전문가들의 눈이 반짝인다. “바로 이곳 육군사관학교입니다.”

올해로 개교 76주년을 맞은 육군사관학교는 1997년 민간에 처음으로 개방했다. 그런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육사 방문을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일부 유명 관광사이트에도 육사가 지역 관광명소로 소개돼 있다.

첫 번째, 육사에 우뚝 솟아 있는 64m의 전망대를 보유한 육사기념관(교훈탑)은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이다. 김수근 건축가는 한국일보 사옥, 부여박물관 등을 설계한 서양건축 1세대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설계된 육군박물관(육사 박물관)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군사전문박물관으로,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로 알려져 있는 1981년 김중업 건축가의 작품이다. 육군박물관은 1983년 대한건축사협회상 대상을 수상했다. 세 번째, 학교본부 건물은 국회의사당, 남산 어린이회관 등을 설계한 무애 이광노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이다. 네 번째, 육사 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개가식으로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올림픽 역도 경기장, 밀레니엄 힐튼호텔을 설계한 김종성 건축가가 설계했으며, 1983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을, 2019년 ‘무애25년 건축상’을 수상했다. 참고로 무애25년 건축상은 육사 학교본부 건물을 설계한 바 있는 무애 이광노 건축가의 호를 따서, 준공된 지 25년 이상 경과된 국내 건축물 또는 공간 환경을 대상으로 건축적·공공적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에 수여하는 상으로 2014년 제정됐다. 다섯 번째, 2003년 건립된 육사 화랑대성당은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장안빌딩 등을 설계하였고 제1회 김수근 문화상 건축상, 옥관문화훈장을 수여한 바 있는 강석원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이다. 여섯 번째 육사 원불교 화랑대교당은 양수인 건축가가 설계했고 2016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했다.

국군의 모체인 1기계화보병여단이 1946년 1월 15일 육군사관학교에서 국방경비대 1연대로 창설됐다는 사실을 설명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육사에는 1868년에 지어진 조선 초 군령과 군무를 총괄하던 군사기구 청사인 삼군부 청헌당을 포함한 각종 문화재와 8개 소의 전적기념물, 31개의 일반기념물이 있다. 특히 1975년에 만들어진 미 육사 출신 장교 6·25 참전추모비는 6.25 전쟁에 참전한 1949, 1950년 미 육사 졸업생 중 전사한 41명의 전사자와 69명 부상자의 공헌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해 관리되고 있다. 앞으로도 대내외 학술교류 및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지인용 아카데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육사를 홍보할 기회가 확대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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