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왼쪽 위에 노란색 동그라미가 있고 그 아래 빨간색과 녹색의 기둥이 보인다. 기둥 사이로 세 개의 깃발이 펄럭인다.
동그란 형태의 짙은 노란색은 태양을 나타내며 희망을 상징한다. 깃발은 프랑스, 카탈루냐, 스페인을 상징하는데 세 개의 깃발을 동시에 그린 것은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하려는 카탈루냐의 노력을 나타낸다. 프랑스 국기와 카탈루냐 국기를 스페인 국기와 분리해 놓은 것은 그가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고 스페인의 억압을 거부한다는 의미다.
깃발 사이에 새들이 날고 있는 것은 카탈루냐의 자유를 나타내는데 카탈루냐는 프랑스 국경과 가까운 스페인 지역으로, 자체적인 의회와 언어,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하단에 밝은 노란색 사이 줄무늬는 이곳이 쟁기로 갈아 놓은 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작지 주변의 밝은 노란색은 이곳이 비옥한 땅임을, 상단의 노란색 배경은 카탈루냐의 따뜻한 날씨를 의미한다.
미로는 날씨와 나무, 경작지를 통해 자신이 태어난 카탈루냐 지방의 풍경을 그렸는데 정작 이 작품은 현실의 카탈루냐 풍경과 그 어떤 공통점도 없다. 현실과 상상을 혼합해 카탈루냐의 풍경을 그렸기 때문이다.
화면 오른쪽 커다란 나무 위와 중간에는 눈과 귀가 각각 있다. 커다란 나무는 소나무로 녹색의 둥근 형태 가장자리에 그려진 가늘고 긴 검은 선들이 솔잎이다. 소나무 안의 눈은 솔방울을 나타내는데 이는 이 작품이 기독교 미술의 영향을 받았음을 암시한다. 기독교 미술에서는 천사의 날개가 아주 작은 눈으로 장식되기 때문이다.
소나무 아래에는 물고기, 달팽이, 토끼, 새, 다람쥐, 수탉 등 여러 동물이 보인다. 동물들은 이곳이 가족 농장이라는 것을 나타내는데 미로는 중세 스페인의 태피스트리와 카탈루냐의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아 동물을 단순한 형태로 표현했다.
소나무 기둥에 달린 귀는 모든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미로의 믿음을 나타낸다. 그 옆에 쟁기를 끄는 소와 사람의 모습은 스페인 알타미라의 선사시대 동굴 벽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소나무 하단에 놓인 신문의 보이는 면에 프랑스어 ‘JOUR(날)’이라는 단어가 보이고 그 옆에는 스페인 도마뱀이 원뿔 모자를 쓰고 있다. 도마뱀의 분열된 형태는 미로가 피카소의 영향을 받았음을, 신문의 글씨는 미로가 근거지로 삼은 파리와 몬트로이그를 상징한다.
화면 중앙의 흰색 말은 미로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 영원성과 함께 시골을 상징한다. 갈색의 쓰러져 가는 집은 농가다. 미로가 몬트로이그 농장에 있는 자신의 커다랗고 하얀 실제 집 대신 쓰러져 가는 농가를 그린 것은 스페인의 억압을 나타내려 한 것이라고.
이 작품은 미로가 그린 첫 번째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그는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뒤 사물을 과감하게 변형시켜 가족 농장을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기이한 분위기로 표현했다.
미로가 상상을 캔버스에 옮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가난이었다. 미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보석상과 시계 제조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3년간 미술 고등학교에서 장식 미술과 현대 미술 사조에 대해 공부한 미로는 1920년 처음 파리를 여행한 뒤, 1921년 파리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곳에서 피카소를 만나 가까운 사이가 된 뒤 예술가·작가들과 어울렸던 미로는 당시 굉장히 궁핍한 생활을 했다. 그는 굶주림이 이어지다 보니 환각을 봤고 그것을 기록해 뒀는데 그 기록이 훗날 미로의 작품에 영감을 주게 된다.
미로가 중시했던 것은 오토마티즘, 즉 자동기술법이었다. 펜을 들고 머릿속에 생각나는 단어를 의식의 통제 없이 그냥 쓰면 초현실주의 시가 되고 낙서하듯 그림을 그리면 초현실주의 그림이 되는 것이 오토마티즘이다. 미로의 오토마티즘은 굶주림으로 인한 환각에서 얻은 것이었다.
미로가 이렇게 머릿속에 존재하는 풍경을 그린 작품이 ‘풍경-토끼와 달이 있는 풍경’이다.
하단의 붉은색과 상단의 코발트블루가 대비를 이루는데 붉은색은 땅을, 코발트블루는 하늘을 나타낸다. 땅이 붉은색인 것은 조부의 고향인 코르두넬라 근교의 붉은 토양을 표현한 것이다. 하단 왼쪽에는 독특한 형태의 노란색 물체가 있는데 두 개의 귀가 달려 이것이 토끼임을 알게 해준다. 상단에는 마치 풍선처럼 생긴 초승달에서 시작된 긴 끈이 붉은색 땅까지 늘어져 있다. 풍선처럼 끈이 달에 매달려 있는 것은 달이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파리와 스페인을 오가면서 작업하던 미로는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개인적인 위기를 맞는다. 1936년부터 1940년까지 프랑스에 발이 묶인 미로는 24점의 ‘성좌’ 연작을 통해 비극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 대표작이 ‘한 쌍의 연인들에게 미지의 신비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새’다.
작은 모티브들이 흐트러져 있어 무절제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들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서로에게 얽혀 있는 별들은 우주의 질서를 보여준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자리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미로의 예술적 개성이 발휘되고 있는 작품이다.
물질문명을 초월하려는 미로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성좌’ 연작은 그에게 처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24점의 ‘성좌’ 연작 중 첫 작품부터 열한 번째 작품까지는 1939년부터 1940년까지 노르망디에서 그려졌다. 미로는 전쟁으로 인해 노르망디에 피신해서도 열심히 작업에 임했다.
단순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미로의 대표작이 된 ‘성좌’ 연작에서 나타나는 모티브는 미로의 전형적인 레퍼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성좌’ 연작의 열두 번째부터 마지막 작품까지는 1940년부터 1941년까지 스페인의 항구도시 팔마데마요르카에서 그려졌다.
야수주의와 입체주의 그리고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고루 받은 미로는 각각의 양식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개성 있는 양식을 만들어 냈다. 이를 통해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꿈과 덧없이 사라지는 현실과의 경계를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했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처럼 우주나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거나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호안 미로(1893~1983)는 현실에서 결코 볼 수 없는 환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미로는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꿈의 공간을 펼쳐 보이면서 명성을 얻었다. 미로의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 ‘경작지’다. 이 작품은 카탈루냐의 몬트로이그라는 마을에 있는 그의 가족 농장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미지=필자 제공
필자 박희숙 작가는 동덕여대 미술대학,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수 매체에 칼럼을 연재했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 『클림트』,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등을 저술했다.
화면 왼쪽 위에 노란색 동그라미가 있고 그 아래 빨간색과 녹색의 기둥이 보인다. 기둥 사이로 세 개의 깃발이 펄럭인다.
동그란 형태의 짙은 노란색은 태양을 나타내며 희망을 상징한다. 깃발은 프랑스, 카탈루냐, 스페인을 상징하는데 세 개의 깃발을 동시에 그린 것은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하려는 카탈루냐의 노력을 나타낸다. 프랑스 국기와 카탈루냐 국기를 스페인 국기와 분리해 놓은 것은 그가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고 스페인의 억압을 거부한다는 의미다.
깃발 사이에 새들이 날고 있는 것은 카탈루냐의 자유를 나타내는데 카탈루냐는 프랑스 국경과 가까운 스페인 지역으로, 자체적인 의회와 언어,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하단에 밝은 노란색 사이 줄무늬는 이곳이 쟁기로 갈아 놓은 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작지 주변의 밝은 노란색은 이곳이 비옥한 땅임을, 상단의 노란색 배경은 카탈루냐의 따뜻한 날씨를 의미한다.
미로는 날씨와 나무, 경작지를 통해 자신이 태어난 카탈루냐 지방의 풍경을 그렸는데 정작 이 작품은 현실의 카탈루냐 풍경과 그 어떤 공통점도 없다. 현실과 상상을 혼합해 카탈루냐의 풍경을 그렸기 때문이다.
화면 오른쪽 커다란 나무 위와 중간에는 눈과 귀가 각각 있다. 커다란 나무는 소나무로 녹색의 둥근 형태 가장자리에 그려진 가늘고 긴 검은 선들이 솔잎이다. 소나무 안의 눈은 솔방울을 나타내는데 이는 이 작품이 기독교 미술의 영향을 받았음을 암시한다. 기독교 미술에서는 천사의 날개가 아주 작은 눈으로 장식되기 때문이다.
소나무 아래에는 물고기, 달팽이, 토끼, 새, 다람쥐, 수탉 등 여러 동물이 보인다. 동물들은 이곳이 가족 농장이라는 것을 나타내는데 미로는 중세 스페인의 태피스트리와 카탈루냐의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아 동물을 단순한 형태로 표현했다.
소나무 기둥에 달린 귀는 모든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미로의 믿음을 나타낸다. 그 옆에 쟁기를 끄는 소와 사람의 모습은 스페인 알타미라의 선사시대 동굴 벽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소나무 하단에 놓인 신문의 보이는 면에 프랑스어 ‘JOUR(날)’이라는 단어가 보이고 그 옆에는 스페인 도마뱀이 원뿔 모자를 쓰고 있다. 도마뱀의 분열된 형태는 미로가 피카소의 영향을 받았음을, 신문의 글씨는 미로가 근거지로 삼은 파리와 몬트로이그를 상징한다.
화면 중앙의 흰색 말은 미로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 영원성과 함께 시골을 상징한다. 갈색의 쓰러져 가는 집은 농가다. 미로가 몬트로이그 농장에 있는 자신의 커다랗고 하얀 실제 집 대신 쓰러져 가는 농가를 그린 것은 스페인의 억압을 나타내려 한 것이라고.
이 작품은 미로가 그린 첫 번째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그는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뒤 사물을 과감하게 변형시켜 가족 농장을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기이한 분위기로 표현했다.
미로가 상상을 캔버스에 옮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가난이었다. 미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보석상과 시계 제조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3년간 미술 고등학교에서 장식 미술과 현대 미술 사조에 대해 공부한 미로는 1920년 처음 파리를 여행한 뒤, 1921년 파리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곳에서 피카소를 만나 가까운 사이가 된 뒤 예술가·작가들과 어울렸던 미로는 당시 굉장히 궁핍한 생활을 했다. 그는 굶주림이 이어지다 보니 환각을 봤고 그것을 기록해 뒀는데 그 기록이 훗날 미로의 작품에 영감을 주게 된다.
미로가 중시했던 것은 오토마티즘, 즉 자동기술법이었다. 펜을 들고 머릿속에 생각나는 단어를 의식의 통제 없이 그냥 쓰면 초현실주의 시가 되고 낙서하듯 그림을 그리면 초현실주의 그림이 되는 것이 오토마티즘이다. 미로의 오토마티즘은 굶주림으로 인한 환각에서 얻은 것이었다.
미로가 이렇게 머릿속에 존재하는 풍경을 그린 작품이 ‘풍경-토끼와 달이 있는 풍경’이다.
하단의 붉은색과 상단의 코발트블루가 대비를 이루는데 붉은색은 땅을, 코발트블루는 하늘을 나타낸다. 땅이 붉은색인 것은 조부의 고향인 코르두넬라 근교의 붉은 토양을 표현한 것이다. 하단 왼쪽에는 독특한 형태의 노란색 물체가 있는데 두 개의 귀가 달려 이것이 토끼임을 알게 해준다. 상단에는 마치 풍선처럼 생긴 초승달에서 시작된 긴 끈이 붉은색 땅까지 늘어져 있다. 풍선처럼 끈이 달에 매달려 있는 것은 달이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파리와 스페인을 오가면서 작업하던 미로는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개인적인 위기를 맞는다. 1936년부터 1940년까지 프랑스에 발이 묶인 미로는 24점의 ‘성좌’ 연작을 통해 비극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 대표작이 ‘한 쌍의 연인들에게 미지의 신비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새’다.
작은 모티브들이 흐트러져 있어 무절제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들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서로에게 얽혀 있는 별들은 우주의 질서를 보여준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자리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미로의 예술적 개성이 발휘되고 있는 작품이다.
물질문명을 초월하려는 미로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성좌’ 연작은 그에게 처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24점의 ‘성좌’ 연작 중 첫 작품부터 열한 번째 작품까지는 1939년부터 1940년까지 노르망디에서 그려졌다. 미로는 전쟁으로 인해 노르망디에 피신해서도 열심히 작업에 임했다.
단순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미로의 대표작이 된 ‘성좌’ 연작에서 나타나는 모티브는 미로의 전형적인 레퍼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성좌’ 연작의 열두 번째부터 마지막 작품까지는 1940년부터 1941년까지 스페인의 항구도시 팔마데마요르카에서 그려졌다.
야수주의와 입체주의 그리고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고루 받은 미로는 각각의 양식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개성 있는 양식을 만들어 냈다. 이를 통해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꿈과 덧없이 사라지는 현실과의 경계를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했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처럼 우주나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거나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호안 미로(1893~1983)는 현실에서 결코 볼 수 없는 환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미로는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꿈의 공간을 펼쳐 보이면서 명성을 얻었다. 미로의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 ‘경작지’다. 이 작품은 카탈루냐의 몬트로이그라는 마을에 있는 그의 가족 농장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미지=필자 제공
필자 박희숙 작가는 동덕여대 미술대학,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수 매체에 칼럼을 연재했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 『클림트』,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등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