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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겁이 많은 아이였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무서워 해서 뛰어다닐 정도였다. 겁 많고, 낯을 많이 가리고, 자신감도 없었던 나는 형·친구들과 함께 농구를 하면서도 손가락·발목 등을 많이 다쳤다. 이런 경험은 해군에 입대해 병과를 선택할 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훈련과 체력단련 간 생기는 부상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의무병을 선택했다.
그러나 부대 배치를 해군이 아닌 해병대로 받으면서 또 두렵고 무서워졌다. 해병대 하면 강한 정신력과 체력인데 ‘과연 내가 해병대에서 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나는 해군인데 해병대에 가면 무시 받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실무에서 부대원들은 해군 군복을 입고 있는 나를 색안경 끼지 않고 차별 없이 똑같이 대우해줬다. 마치 해병대 일원이 된 것만 같았다. 그러나 체력적으로는 달랐다. 체력단련시간에 중대원들과 함께 단체 뜀걸음을 하는데 얼마 가지 못해 지쳐버리기 일쑤였다. 입대 전 농구를 즐기며 나름 체력에 자신 있던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고 자존심도 상했다.
이후 혼자 연병장을 뛰기도 하고, 맨몸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체력을 단련했다. 해군 의무병이지만, 해병대 일원으로서 그에 걸맞은 체력을 갖추고 싶어서다.
“얘는 해군이라서 괜찮아” “의무병이라서 괜찮아”라는 말을 듣지 않아야겠다고 매일 수십 번 마음속에 새기며 체력단련을 이어나갔다. 그 덕에 체력은 점점 좋아졌고, 중대원들과의 단체 뜀걸음에서도 뒤처지지 않게 됐다. 더 나아가 지금은 남 부럽지 않은 체력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군과 해병대는 하나”라는 문구처럼 진정으로 해병대와 하나가 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그러면서 “해병대에 지원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이 별일 아닐지, 더 힘들지는 경험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흔히 두려운 상황을 마주하면 시도해보기도 전에 좌절하거나 포기한다. 그러나 이를 이겨낸다면 발전과 성장의 계기가 돼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해병대에 올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해병대에서 복무한 시간은 겁 많고, 자신감이 없었던 나를 바꾸는 중요한 시간이 됐다. 해병대다운 강한 체력과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전역 후 사회에 나가서도 어떤 위기와 두려움에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만나면 누군가는 넘지 못할 벽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성장의 바탕이 되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을 좌절이 아닌 새로운 도전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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