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부대 동아리 집중탐구

[육군27보병사단 백호대대] 춤추고 요리하는… 우리의 활동, 부대의 활력

이원준

입력 2022. 06. 09   16:58
업데이트 2022. 06. 09   17:04
0 댓글
육군27보병사단 백호대대
 
댄스동아리 '위대한 백호' 
2020년 결성 후 각종 행사·대회 입상
국군드림 페스티벌 3회 연속 최우수상
주 2회 모여 스트레스 풀고 단결력 높여
BTS 백댄서 출신·무용 전공자 참여
무대 수준 향상…해외 무대 계획도
 
요리동아리 '화악당' 
급식 질 개선위원회 운영과정서 탄생
요식업·요리 관심 있는 장병들로 구성
코로나 격리 장병에 간식 전달 ‘보람’
참전용사·유가족에 요리 배달 계획도
“부대 안팎 선한 영향력 미칠 것”
 
육군은 건강하고 활기찬 병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장병들의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각 부대 우수동아리를 발굴해 시상하는 ‘청년DREAM 국군드림’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올해 전반기에 열린 4회 페스티벌에서 우수동아리상을 휩쓴 부대가 있다. 육군27보병사단 쌍독수리여단 백호대대가 주인공이다. 대대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2개의 최우수동아리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평소 대대는 동아리를 부대 활동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1인 1동아리’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동아리 운영에 필요한 시·공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은 기본. 그 결과 대대에서 운영하는 동아리는 20여 개에 달한다. 장병들은 흥미·적성에 따라 원하는 동아리를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지난 7일 대대를 찾아 청년DREAM 국군드림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댄스동아리 ‘위대한 백호’와 요리동아리 ‘화악당’의 활동 모습을 확인했다.

글=이원준/사진=이경원 기자

 

위대한 백호 장병들이 재기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위대한 백호 장병들이 재기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늘은 내가 ‘스트리트 군대 파이트’


전투화·전투복 차림으로 ‘칼군무(자로 잰 듯 정확히 동작을 맞춘 춤)’가 가능할까? 백호대대 댄스동아리 ‘위대한 백호’가 몸소 선보인 정답은 ‘그렇다’였다.

위대한 백호는 이번 청년DREAM 국군드림 페스티벌 ‘댄스 부문’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춤을 좋아하는, 춤에 열정이 있는 장병들이 뭉친 이 동아리는 2020년 결성된 이래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하며 팀워크를 다진 게 원동력이다. 위대한 백호는 활력 넘치는 무대를 토대로 각종 군 행사와 경연대회 입상이라는 열매를 수확했다. 2020년 청년DREAM 국군드림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명문 동아리’라는 표현이 꼭 맞아 보였다.

이날 부대 강당에서는 동아리원들이 한데 모여 안무 연습을 했다. 안무를 담당하는 김유민 중사(진)의 지도로 13명의 팀원은 무대 위에서 동선을 확인하고 춤 동작을 연습했다. 김 중사(진)는 맞은편에 서서 각 팀원의 위치를 세밀하게 조율했다. 더 완벽한 무대를 연출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시작하자!” 메인 댄서 이문한 중사의 외침과 함께 강당에 신나는 음악이 울려 펴졌다. 장병들은 미리 약속한 안무를 한 치 오차 없이 펼쳐 보였다. 이들의 눈빛에선 자신감이, 입에서는 함성이 뿜어져 나왔다. 척척 들어맞는 호흡에서 왜 이들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는지 알 수 있었다.

‘삑삑-삐걱삐걱’ 무대 나무 바닥과 전투화가 맞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오묘했다. 전투화를 바라보니 이들이 입고 있는 전투복·정복에도 눈길이 갔다. ‘전투복이 이렇게 힙(hip)했나?’ ‘전투모가 마치 스냅백 같아!’ 가까이서 칼군무를 감상하고 있자니 유명 프로그램을 빗댄 말장난이 떠올랐다. ‘스트리트 군대 파이트’가 여기 있다고.

제4회 육군 청년DREAM 국군드림 페스티벌 댄스 부문 최우수동아리로 선정된 27보병사단 쌍독수리여단 백호대대 댄스동아리 ‘위대한 백호’ 장병들이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제4회 육군 청년DREAM 국군드림 페스티벌 댄스 부문 최우수동아리로 선정된 27보병사단 쌍독수리여단 백호대대 댄스동아리 ‘위대한 백호’ 장병들이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전우애만큼 끈끈한 ‘동아리愛’


위대한 백호는 춤을 사랑하는 간부·용사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강제로 하라고 한 적도 없다. 이들은 주 2회꼴로 한자리에 모여 안무 연습을 한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사단 경연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는 것. 더 나아가서는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것도 꿈꾸고 있다.

댄스동아리 활동은 코로나19로 지친 병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의미를 담아 문을 열었다. 특히 동아리 활동은 부대원들을 이어 주는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동아리 창설 멤버 중 한 명인 김 중사(진)는 “춤추는 것을 좋아해 학창 시절부터 동아리 활동을 했고, 직접 댄스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한 적도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른 부대원과 소통할 기회가 적어 아쉬웠는데 군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많은 전우와 친해질 수 있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난해부터 동아리에 합류한 이 중사는 “처음엔 용사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단결력 향상을 위한 마음으로 동아리 활동에 참여했지만, 함께 땀 흘리고 공연을 준비하며 소중한 인연과 추억을 만들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우애만큼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는 위대한 백호에는 ‘능력자’ 신입 회원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비보이 출신 장교, 현대무용 전공 부사관 등 다양하다.

지난 1월에는 백댄서 출신 박정현 일병이 가세하면서 무대 수준이 한층 향상됐다. 박 일병은 입대 전 BTS, 스트레이키즈 등 유명 그룹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날 연습에서도 그는 ‘센터’에서 춤을 추며 무대를 이끌었다. 박 일병은 “백댄서 활동을 하다 입대했을 땐 이제 춤출 기회가 없겠다며 단념했었는데 부대에 댄스동아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동아리 활동은 간부·선임들과 빠르게 가까워지는 디딤돌이 됐다. 앞으로는 후임들과 함께 춤추며 군 생활의 긴장감을 덜어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4회 육군 청년DREAM 국군드림 페스티벌 드림배틀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백호대대 요리동아리 ‘화악당’ 장병들이 규동을 만들고 있다.
제4회 육군 청년DREAM 국군드림 페스티벌 드림배틀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백호대대 요리동아리 ‘화악당’ 장병들이 규동을 만들고 있다.


격리 장병에 따뜻한 밥 한 끼 선물

부대의 또 다른 대표 동아리 ‘화악당’이 활동하는 병영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화악당은 이번 청년DREAM 국군드림 페스티벌 ‘드림배틀’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요리동아리다. 요식업과 요리에 관심 있는 장병들의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출품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화악당 동아리원들은 김성현 중위 시범 아래 규동을 만드는 실습시간을 가졌다. 규동에 필요한 소고기, 간장, 설탕, 양파, 달걀 등 재료는 준비가 완료된 상태. 장병들은 팬에 간장양념을 만든 뒤 양파와 소고기를 차례로 넣어 재료를 익혔다. 붉은색 소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옷을 갈아입자 김 중위는 미리 풀어놓은 달걀을 살포시 그 위에 올렸다. 마지막 순서는 재료를 하얀 쌀밥 위에 올려놓기. 규동 세 그릇이 10분 만에 뚝딱 만들어졌다. 화악당 동아리원들은 서로의 음식을 맛보며 잘된 점, 부족한 점을 논의했다.

화악당은 부대 급식 질 개선을 위해 매주 병영식당 개선위원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전우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를 직접 만들어 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동아리원들은 수준 높은 요리 실력을 확보하기 위해 칼질부터 연습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미군 복무 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자원 입대한 헨들손 엔토니림 병장이 이들의 선생님을 자처했다. 엔토니림 병장은 입대 전 다년간 요식업에 종사한 경험을 살려 동아리원들을 지도했고, 동아리원들의 요리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화악당은 부대에 선한 영향력도 퍼트리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격리 장병에 대한 급식이 논란이 되자 부대 격리 장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부대 군수과장이자 화악당 동아리장인 장동혁 대위는 “우리 동아리가 티라미수, 크로플, 음료 등을 만들어 부대 격리 장병에게 전달했던 기억이 많이 난다”며 “부대원들에게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뿌듯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화악당 장병들이 완성된 요리와 조리도구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화악당 장병들이 완성된 요리와 조리도구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아리 안에서 소통”

화악당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역 참전용사와 유가족에게 맛있는 도시락을 전달하는 이벤트를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특산품인 토마토를 활용해 민·군 상생에도 일조할 방침이다. 장 대위는 “부대 안팎에 좋은 기운,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동아리가 되도록 화악당을 운영하기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동아리 활동을 바탕으로 꿈을 키워 가는 장병도 있다. 임형빈 상병은 전역 후 요리 콘텐츠를 만들어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목표다. 임 상병은 “입대 전엔 김치찌개·된장찌개 정도만 할 줄 알았는데 군에서 다양한 메뉴를 만들면서 진로를 결정했다”며 “첫 번째 콘텐츠로는 어머니께 미역국을 만들어 드리는 모습을 제작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백호대대에는 두 동아리 이외에도 뷰티, 바리스타, 그림, 상담 등 각양각색의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은 부대원들이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추도록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윤호영(중령) 백호대대장은 “한 동아리 안에서 다양한 계층, 다양한 구성원들이 의사소통을 하니 임무 수행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부대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자양분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준 기자 < wonjun44 >
이경원 기자 < photo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