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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29회] ROC 수정… 전투중량 2톤 증가

신인호

입력 2022. 06. 07   07:29
업데이트 2022. 06. 0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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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사격에 나선 K9. 국방일보DB
야간 사격에 나선 K9. 국방일보DB


선행운용 시험평가에는 주한 미2사단의 포병대장 등 포병 관계관들이 신자포 선행시제 사격시험을 참관하고 내부를 살펴보기도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M109A6 팰러딘 자주포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며 감탄했다.


시범사격 후 작전운용성능(ROC)에 대한 수정이 진행됐다. 시험평가 중 여러 부서 관계자들이 수정해야 할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전투중량은 엔진 교체와 방호력 증대에 따라 2톤을 증가하고 사격지휘가 가능한 데이터 통신장치를 적용토록 했으며, 발전적인 방향에서 부적절한 사항을 삭제하는 것 등이 수정 내용이었다.


이렇게 ROC 수정을 검토하다 보면 일부에서 개발이 어려우니까 요구성능을 완화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생기게 마련이다. 전투중량 증가 부분이 실제 그러했다. 이 부분은 당시 육군본부 무기체계과장인 양치규(梁致奎·육사29기·방위사업청장 역임)대령에 의해 명쾌하게 해소됐다. 


양 대령은 "수정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완벽한 성능 발휘를 위해서는 전투중량 증가가 불가피하고 전투중량이 증가해도 한국적 작전환경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고 판단되며 세계 정상급 자주포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주장했다. 양대령의 주장은 ROC 수정에 관여한 관계관들의 동의를 얻는 데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ROC 수정이 결정되자 국방과학연구소는 선행시험평가에서 도출된 보완 사항과 함께 야전운용 적합성에 중점을 둔 실용체계 개발계획서를 작성, 국방부에 제출했다. 선행개발에서 기술적으로 입증된 성능을 야전에서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내구도 시험을 강화해 튼튼하고 신뢰성이 좋도록 개발해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이때 연구진은 알게 모르게 심각한 고민에 싸여 있었다. 사업책임자 김종규 부장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갈 정도였다. 고민은 다름아닌 실용시제 개발·시험평가·규격화 및 양산 준비를 2년 내에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이 선행개발시험을 진행하면서 설계 변경, 개선해야 할 모든 기술적 문제점을 수 차례 토의하고 분야별 세부 설계작업에 미리 착수한 것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함이었다. 


1996년 11월13일. 연구진은 실용개발을 위한 상세 설계 검토회의를 가졌다. 이때 당시 배문한(裵文漢·육사20기·육군수도군단장 역임) 연구소장이 예고 없이 회의에 참석했다. 배소장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2년 내에 개발이 끝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제 기억으로는 국과연 소장이 설계회의에 직접 참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연구원들을 격려한 예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신자포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지대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연구개발진 또한 시험평가 기간 내내 군이 신자포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고…. 기술 분석 검토와 회의를 통해 중지를 모으고 노력한 결과 2년이라는 최단기간에 실용 개발해내겠다는 출사표를 낼 수 있었습니다."(김종규 사업책임자)


신형자주포 실용개발이 진행 중이던 1997년 6월18일 김영삼 대통령이 김동진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과학기술처장관·합참의장 등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 연구소 업무보고를 받은 뒤 신형자주포를 관람했다.


1997년 6월, 김영삼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K9자주포 시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국방과학연구소
1997년 6월, 김영삼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K9자주포 시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국방과학연구소


김영삼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위한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한 나라의 방위력은 국가의 총체적 능력에 따라 좌우되며, 세계 각국은 첨단 정보체계 및 최신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우리도 스스로 독자적인 핵심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따라서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런 중차대한 국가적 사명을 깊이 인식, 연구개발에 가일층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실용 시제품은 연구개발진이 총력을 기울인 끝에 사업 승인 후 8개월 만인 1997년 7월 말 완성됐다. 계획대로 신자포 2문과 내구도 시험차량 1대가 8월부터 시험평가에 들어갔다. 8~9월은 삼성테크윈 창원공장에서 포신구동·탄약장전·사격통제기능 등에 관한 일반적인 성능시험을 거쳤다. 


10월 들어 실용시제 1, 2호는 화력성능 시험을 하기 위해 안흥종합시험장으로, 내구도 시험 차량은 창원기동시험장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시험평가에 들어갔다. 


1997년 12월5일 오후 2시 안흥종합시험장 신자포 전용사격시험장. 날씨는 비교적 따뜻한 편이었다. 모두가 미소 띤 얼굴로 인사를 나누며 시험에 임했지만 이날이 신자포 개발 전 기간을 통해 가장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날로 기억될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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