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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사랑합니다!” 군인으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육군21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배운 사단 경례 구호다. ‘멸공’ ‘필승’ 등 강렬한 구호가 많고 많은데 왜 하필 ‘사랑합니다’일까?
입대하기 전 내가 상상하던 군인은 엄정한 군기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계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사랑한다는 부드러운 경례 구호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인에게 사랑은 중요한 덕목인가?’ 사단 경례 구호 의미는 내 머릿속을 맴돌던 궁금증이었다.
의문은 북한과 눈을 맞대고 있는 국가안보 최전선, 일반전초(GOP) 부대에서 1년간 작전을 수행하며 해소됐다. 군 생활을 하며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랑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알고 실천하는 군인이야말로 진정한 군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군인은 국가안보 수호자다. 안보(安保)는 ‘편안할 안’과 ‘지킬 보’를 합쳐 현재의 안정을 지킨다는 의미다. 안보를 지키기 위해 육체적 강인함과 더불어 무엇인가를 지키는 행위에 대한 분명한 의식과 동기가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은 대상을 소중히 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굳건한 토대를 마련해준 나의 조국 대한민국, 올바른 길로 나를 인도해주신 부모님, 군 생활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하는 전우들…. 모두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다. 사랑하는 존재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서 안보 의식이 발현된다. 따라서 사랑하는 마음은 군인 자세의 기본이다.
중대장님이 교육훈련 간 매번 하는 말씀이 있다. “24시간 작전을 수행하는 전 부대원이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만 모두의 안녕이 보장된다.” 나는 남들이 잠든 이른 새벽에 잠을 쫓으며 근무할 때마다 이 말을 되새긴다. 비 내리는 새벽에 사수·부사수가 농무(濃霧)로 자욱한 순찰로를 걸으며 임무에 열중할 때, 말하지 않아도 전우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듯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전우들이 있어 마음 놓고 임무를 수행한다는 믿음이 생긴다. 그 믿음으로 전우애는 두터워진다. 유대감으로 싹튼 전우애는 완전경계작전의 원동력이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 피곤하고 졸려도 임무 수행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이렇듯 사랑하는 마음은 작전에 대한 책임감을 불어넣는다. 사랑은 안보의 기본 자세이자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기반이다.
군단과 사단에서 시행하는 ‘5관 3략’도 ‘사랑’에서 시작됐다. ‘5관 3략’의 3가지 잘하기와 3가지 없애기는 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5대 자기관리는 나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내가 먼저 사랑을 실천해 완전경계작전에 이바지하고, 전우 사랑 실천으로 근무하고 싶은 부대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 “충성!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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