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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25회] 탄도·사격통제 독자개발 … 완전 국산화

입력 2022. 05. 23   07:46
업데이트 2022. 05. 2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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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1포병여단의 K9자주포 실사격 훈련. 2021년 1월. 국방일보DB
육군1포병여단의 K9자주포 실사격 훈련. 2021년 1월. 국방일보DB


 "신형 자주포 K-9에 이르러 명실상부하게 화포의 독자개발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안충호 책임연구원이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탄도분야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KM114A2는 1970년대 미국의 기술자료를 이용해 모방 개발한 것이고, 1980년대 초 KH179 155㎜ 견인포는 우리 손으로 개발했지만 미국의 M198·M109A2의 탄도를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완벽’하게 독자개발했다고 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상태였던 것이다.


탄도(彈道)란 포탄이 중력(重力)·항력(抗力)·양력(揚力) 등의 영향을 받으며 날아가는 궤적이다. 탄약이 포신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다루는 강내(腔內)탄도, 포구(砲口)에서 표적까지 포탄이 비행하는 과정을 다루는 강외(腔外)탄도로 구분된다.


강내탄도 연구는 탄도연구팀장인 이원백 책임연구원이 맡았다. 사격 시 탄의 이동 속도와 압력을 계산하는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 강내탄도 해석(simulation)에 활용했다. 하지만 추진제 형상·중량, 장약 구성, 약실 체적·형상, 포강 형상, 포신 길이, 탄 중량, 탄저 형상 등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많아 불확실성이 워낙 많은 분야. 해석 결과가 실험 결과와 잘 맞지 않아 애로가 컸다.


강외탄도 연구는 포구를 떠난 포탄의 이동 궤적을 추적해 포병이 화포의 사격제원을 산출하는 자료(사표·탄도 프로그램)를 개발하는 것이다. 실내 실험자료와 경험적 요소를 반영해 이론적 방정식을 만들고 실사격 시험에서 얻은 결과로 방정식을 보완한다. 


이런 보완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사표와 탄도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계산량이 많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탄도연구팀은 초기 이 강외탄도분야를 1988년 미국이 항력감소장치포탄 M864를 전력화하면서 개발한 강외 탄도 프로그램을 구입해 보완하려고 미국 측 탄도연구실과 사전 접촉을 가졌다. 


"미국 측은 이때 ‘미국의 탄과 사격지휘 체계를 도입하면 지원할 수 있다’고 당연(?)하면서도 냉정한 반응을 보였어요. 그즈음 강태형 책임연구원이 미국 탄도연구실에서 연수 중이었는데, 장차 항력감소장치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니까 미리 관심을 갖고 파악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었지요."(이원백 팀장)


1년 6개월의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강 책임연구원이 밤낮없이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리는 가운데 실내시험자료의 대표적인 공력설계·해석은 안성호 박사가 맡았다. 자료는 주로 풍동실험(인위적인 바람으로 탄 주위의 공기 흐름과 저항 등을 측정)으로 얻어진다. 


대부분 국방과학연구소 내에서 실험했지만 포탄이 수만 번 회전하면서 생기는 매그너스(Magnus·투수가 회전시켜 던진 볼이 커브를 일으키는 현상이 한 예) 특성은 설비 부족으로 미국에서 실험했다. 


 이렇게 사거리 예측이 가능하고 각종 제원을 산출해낼 수 있는 한국형 강외탄도 프로그램이 개발되자 강책임연구원은 실사격에서 나타난 실제 값과 기상자료를 입력, 방대한 자료(사표 및 제원 산출 입력용)를 구축했다. 


김재호 박사도 제원 산출 입력용 곡사포탄 탄도방정식을 이용해 실시간 정확한 계산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사표를 사용하는 약식의 탄도기상통보는 물론 고도별 기상 측정값이 그대로 반영된 ‘계산기기상통보’라는 기상정보를 사용, 보다 더 정확하게 사격제원을 산출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다.


K9은 수동식(기계광학식)과 자동식(전자식 Automatic Fire Control System) 사격통제 장치로 구성돼 있다. 수동식은 기존 자주포의 것을 거의 그대로 적용한 반면 자동사격통제 장치는 1991년부터 이상국(팀장)박사를 비롯, 이종효·선선구·백인철·박규철·박준성 선임연구원 등 12명으로 구성된 사통연구팀이 국내 독자개발했다.


개발 결과부터 설명하면 AFCS는 크게 시스템 통제기, 전시기, 탄도 프로그램이 내장된 사격제어기, 통신처리기 및 전원조절기로 구성돼 있으며 운용병과 K9 간의 인터페이스(연동 Man-Machine Interface) 역할을 한다.


사격지휘소에서 유/무선 데이터를 받아 사격제원을 계산하고 이에 따라 포를 자동 방렬하는 사격통제장치 구성. 자료=삼성테크윈(현 한화디펜스)
사격지휘소에서 유/무선 데이터를 받아 사격제원을 계산하고 이에 따라 포를 자동 방렬하는 사격통제장치 구성. 자료=삼성테크윈(현 한화디펜스)


즉 위치확인장치, 포·포탑구동장치, 탄 이송장치, 격발장치, 포신온도센서, 무전기 등 각종 전자제어장치를 상호 연동시켜 자동화를 달성함으로써 운용병들에게 사격과 관련한 정보를 보여주고 사수가 지시한 명령을 관련 장치에 전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AFCS는 탄도 프로그램과 포구초속측정기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사격제원 계산은 물론 BTCS(포병사격지휘체계 Battalion Tactical Command System)와 연계해 데이터 및 음성통신으로 사격명령을 수신하고 포반의 상황을 보고한다.


또한 위치확인 장치와 연동해 화포의 위치 및 자세한 정보를 획득하며, 포를 자동방렬하는 구동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포신 잠금장치·탄 이송장치·장전장치 및 포신온도센서와 연동해 운용상태를 자동 인지함으로써 사격준비 완료 및 사격안전 여부를 알려주고 격발장치와 연동해 사수에 의한 자동격발이 가능케 한다.


이같은 AFCS에 힘입어 K9은 현재 어떠한 운용 상황 하에서도 외부 장치의 도움 없이 30초 이내(정지 때) 초탄 발사, 3발의 탄을 표적에 동시에 탄착시키는 단독 TOT(Time on Target 동시탄착)사격, 포대(자주포 6문)가 한 개 이상의 표적을 분할해 사격할 수 있는 ‘포대 다중임무’ 수행능력 등 특유의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여타 분야도 그러했듯 AFCS 개발 노정 역시 결코 순탄치 않았다. 


K9의 포대 운용 개념도.
K9의 포대 운용 개념도.


M109A6·PzH2000·AS-90 등 당시 배치 또는 개발 중이던 자주포의 자동사격통제장치를 다각도로 탐구하는 것으로 연구를 시작했으나 자국의 방위기술 보호를 위해 기술 유출을 극히 꺼리는 상태에서 연구진은 성능기준서(fact sheets)와 단편적인 팸플릿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연구진에는 30㎜ 자주대공포 비호체계의 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이 있다는 것이 위안 아닌 위안이었다. 


여기에 과학자적인 도전의식을 더해 연구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기존의 포술 교리와 향후 포술 발전 방향을 신자포에 적용하기 위해 포병학교 교관 및 야전부대의 운용관들과 수 차례 토론을 가졌다. 이렇게 사통설계를 구체화하면서 연구진은 AFCS의 각 구성품은 가능한 한 동일한 하드웨어 모듈을 사용하는 공통 모듈 개념을 도입했다. 또 신뢰성 향상을 위해 주요 부품과 통신 채널들을 2중화했으며 소프트웨어도 기억장치를 교체하는 방법이 아닌 외부 포트를 통해 다운로드하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다. 


"구성품 단위의 성능과 종합했을 때 성능이 구현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뮬레이터를 개발, 실험과 보완을 수없이 거듭했습니다. 무엇보다 포병 관계관들에게 신자포의 전술운용 및 사격 모의 장면을 보여주고 조언도 들으며, 요구사항들을 미리 반영했습니다. 그 결과 시행착오도 줄이고 또 더 완벽하게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이상국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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