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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 함께라 더 행복한 내일… 조국수호도 함께합니다

맹수열

입력 2022. 05. 19   17:37
업데이트 2022. 05. 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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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세상에 이보다 더 찬란하고 설레는 단어가 또 있을까. 넓디넓은 세상에서, 긴 시간을 살아가면서 만난 수많은 이들 가운데 유일한 한 사람. 사랑은 놀라운 기적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헤아릴 수 없는 우연이 겹쳐야 한다고 말한다. 또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억겁(億劫)의 세월을 넘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나 서로 다른 길을 걷던 두 사람이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 부부라는 필연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선물일지도 모른다. 21일 부부의 날을 앞두고 애틋한 부부애로, 피보다 진한 전우애로 국가안보 수호에 일조하는 조금 특별한 부부 세 쌍의 사연을 소개한다.
 

이경찬 중사·이전원 중위 부부
이경찬 중사·이전원 중위 부부

 
사역하듯 만났지만…부사관-장교 커플의 해피엔딩, 네버엔딩 스토리로 진행중 
 
이경찬 중사·이전원 중위
힘든 장거리 연애 마치고 지난달 결혼
“같은 병과라 신랑의 조언 큰 도움 돼” 
 
여기 갓 부부가 된 남녀가 있다. 육군종합행정학교(종행교) 군종교육단 교관 이경찬 중사와 공군1미사일방어여단 군종장교 이전원(목사) 중위. 소속 군도, 계급도 다른 두 사람이 ‘가족’이라는 인연을 만들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좀처럼 보기 힘든 군종장교-부사관 부부의 만남에서 결혼까지의 이야기를 서면 인터뷰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이 중사는 79기 군종사관들의 교육을 앞두고 연명부에서 예사롭지 않은 이름을 발견했다. ‘이전원’. 분명히 여군이라는데 이름이 남자 같아서 유독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종행교에 입교한 이 중위는 유난히 반듯하고 ‘FM 스타일’인 교관을 보게 됐다. 큰 키에 하얀 얼굴. 다소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수업 시간마다 보여 준 ‘빵빵 터지는 유머’는 나름 반전매력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다시 이 중사. 프린터를 고치러 간 교실에서 자신의 농담에 환하게 웃던 여성 교육생을 만났다. 문득 궁금해 이름을 보니 남자 같은 이름의 이 중위였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만 보였지만, 그것만으로 이미 이 중사는 사랑에 빠졌다. 그는 매일 그 교실에 들러 먼발치에서 이 중위를 바라보며 짝사랑을 시작했다.
 “사실 제가 목사님을 좋아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목회자 가정에서 신학대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까지 다녔던 이 중사지만 목사와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중위는 그런 그의 가치관을 모두 뒤집어 놓은 기적 같은 존재였다. 이 중사는 “아내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성품이 좋다”며 “본인보다 주변을 더 잘 챙기며 공감하는 사람”이라고 칭찬을 늘어놨다. 교육생이던 이 중위의 기도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만큼 이 중사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 갔다.
 반면 이 중위는 이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연애를 하며 들어 보니 교육 기간에 저에게 호감이 있었답니다. 하지만 저는 군인이라는 사명감과 교육생이라는 긴장이 겹쳐 전혀 알지 못했죠. 물론 신랑이 티를 안 내기도 했고요.”
 두 사람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지난해 6월 이 중위의 임관식이었다. 이 중위는 이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신랑이 임관을 축하한다면서 갑자기 사진을 찍자고 했어요. 사실 당황스러웠지만 사역(기독교 성직자의 교역)하듯(?)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진을 교환하자며 연락처를 물어보더라고요.”
 대수롭지 않다면 대수롭지 않을 이 작은 행동에는 이 중사의 많은 용기가 담겨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다가갈까 밤새울 정도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어렵게 얻은 연락처를 만남에 활용하기 위해 그는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연락처는 받았지만 먼저 연락이 올 리 없었죠. 결국 아내가 ‘수요 저녁예배’에서 특송하는 영상을 보내고 나서야 답장을 받을 수 있었죠. 아내는 마치 사역을 하듯 저를 대하며 나중에 언제든지 놀러 오라고 말했고, 저는 그 이야기를 꼭 지켜 달라고 했습니다.”
 2주 뒤 이 중사는 무작정 이 중위를 만나러 부임지인 부산으로 향했다. 이미 휴가까지 내놓은 상태. 더 이상 뒤는 없었다. 다행히 이뤄진 첫 만남. 이 중위는 오히려 이 중사의 훤칠한 외모보다 깊이 있는 마음 씀씀이에 반했다고 한다.
 “사실 저는 같은 성직자를 만나기를 희망했습니다. 신랑이 키도 크고 훈훈한 외모였지만 제 고려사항은 아니었죠. 처음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목회자 가정에서 자라며 겪은 어려움과 목회자의 애환을 이해하는 마음에 다시 보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서로의 공통적인 가치관에 마음이 열린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연애 초부터 결혼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이 중사는 “내 인생에서 다시는 이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처음 본 순간부터 결혼해야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단언했다.
 이 중위를 만나며 다시 회복한 신앙심과 행복 역시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이 중사의 확고한 태도 때문이었을까? 이 중위 역시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이어 갔다고 밝혔다. 그는 “착한 성품, 나를 향한 사랑과 헌신을 보며 그동안 기다렸던 반쪽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부모님 역시 결혼에 적극 찬성하며 힘을 실어 줬다.
 마치 드라마 같은 부사관-장교 커플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예상외로 두 사람은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중위는 “장교도 부사관도 모두 같은 사람”이라며 “교관이고 나보다 오래 군 생활을 한 신랑에게 많은 조언을 들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중사는 “같은 병과 교관이라는 부분이 조심스러웠지만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며, 기도해 준 게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충북 영동군과 부산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 코로나19 장기화와 부부의 확진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사랑과 믿음으로 이를 헤쳐 나간 뒤 지난달 23일 결혼에 성공했다. 기적 같은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지금 ‘네버엔딩 스토리’를 준비하는 부부는 서로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두 사람이 보낸 편지의 원문을 그대로 실으며 기사를 마무리한다.
 “금방 시간이 지나 지금의 순간이 추억이 될 테지만, 지금처럼 서로 많이 사랑하고 아껴 주고 배려하며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 모든 순간을 함께 행복하게 지내며 좋은 추억 많이 남기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원하는 모습의 남편으로 항상 사랑하며 살아갈게요. 나와 결혼해 줘서 고맙습니다. 평생 잘할게요.”(이 중사)
 “서로 사랑하고 아껴 주고 이 세상에 딱 한 명뿐인 반쪽으로 소중히 여기며 하나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맡겨 주신 자리에서 사랑을 전하는 부부가 되길 원해요. 부족하지만 서로 도우며 평생을 하나님이 보시기에, 사람이 보기에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어 가자용♥”(이 중위)
 
 

최병수 중사·최유라 하사 부부
최병수 중사·최유라 하사 부부
 

군대 얘기가 제일 재미있다는 어엿한 부부 군인 
 
최병수 중사·최유라 하사
남편 응원 받으며 부사관학교 합격
강한 체력 목표로 훈련, 좋은 결과 얻어 
 
육군 부사관인 남편을 따라 전투복을 입게 된 아내들이 있다. 남편의 직업이자 신분인 ‘군인’이 이제는 부부의 직업이 된 것. 아내들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남편, 일에 대한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는 남편을 보고 임관의 꿈을 꾸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하사로 임관해 매일 아침 남편과 함께 전투화 끈을 조이고 있다. 최병수 중사·최유라 하사 부부와 돈승호·송현지 하사 부부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부대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고 온 남편이 피곤한 기색도 없이 마냥 웃고 있는 걸 보게 됐어요. 문득 이해가 되지 않아 ‘힘들 텐데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고 있어?’라고 물었죠. 남편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어요. 여단에서 기능 불량인 기관총과 박격포 정비 입고가 들어왔는데, 총포수리관인 본인이 많은 양을 정비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최 하사는 처음에 남편 최 중사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직장인의 한 명으로서 ‘일을 많이 한 게 어떻게 기분이 좋을 수 있는가’라는 상식적인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어진 남편의 말을 듣고 최 하사는 군인의 꿈을 갖게 됐다.
 남편 최 중사는 “늦게까지 일하는 게 피곤하지만, 기능 불량인 장비를 정상적으로 정비해 다시 부대로 보내면 그만큼 우리 군 전투력에 이바지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나도 군인이 되고 싶어.” 2020년 12월, 임관에 도전하기로 한 최 하사는 남편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남편은 군인이 정말 멋진 직업이지만, 많이 힘들 거라며 진지하게 최 하사를 말렸다.
 최 중사가 가장 걱정한 것은 바로 체력이었다. 최 하사는 당시 팔굽혀펴기를 한 개도 못 하고, 오래 뛰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최 하사는 몇 날 며칠 군인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고, 오랜 설득 끝에 최 중사의 동의를 얻어 냈다.
 남편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군인이 되고 싶으면 진심으로 임해야 돼. 자부심과 성취감은 본인의 능력치에서 나오는 법이야. 능력치가 떨어지면 자존감만 낮아질 거야. 편견도 깨야 해. 군대 안에서는 남자와 여자 모두 똑같은 군인이야. 비록 과정은 험난하겠지만, 남들보다 더 노력해서 훌륭한 군인이 되길 응원할게.”
 그때부터 최 하사는 날마다 남편과 함께 달렸다. 추우나 더우나 강인한 체력을 목표로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최 하사는 이렇게 흘린 땀방울의 결과로 지난해 하반기 부사관 모집에 지원·합격했다. 지금 최 하사는 육군부사관학교 보병 초급리더과정에 입교 중이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군대 이야기를 이제는 제가 더 많이 해요. 옛날엔 부대 얘기 그만 좀 하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서로 군대 얘기하며 웃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들 부부의 모토는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이라고 한다. 최 중사와 최 하사는 항상 좋은 성과로 매듭짓는 훌륭한 군인 부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하사는 “남편과 산을 자주 타는데, 매번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곤 한다. 우리 부부의 버킷리스트는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정상에 올라 준위 최병수, 원사 최유라가 돼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송현지·돈승호 하사 부부
송현지·돈승호 하사 부부
 
 

자신과의 약속 지켜내 
 

돈승호·송현지 하사
결혼 전 부부 군인 꿈꿔…육아로 포기
남편 영향받아 육군부사관학교 입교
 

“함께 군인이 되자는 약속, 지키고 싶었어요. 남편 때문이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이었어요.”
 송 하사는 남편과 결혼 전부터 부부 군인이 되기를 꿈꿨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같이 운동도 했다. 하지만 결혼 후 출산을 하면서 육아 부담으로 둘 다 군인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송 하사는 결국 군인의 꿈을 포기하게 됐다. 남편 돈 하사는 임관해 성실히 임무 수행을 했다. 송 하사는 그런 그를 보며 존경심을 가지게 됐다. 또 남편과 소중한 사람들을 같이 지키고 싶었다. 이에 송 하사는 다시 군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이가 새벽이 돼서야 잠들곤 했어요.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그때뿐이었죠. 그래도 군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졸음을 이겨냈죠.”
 마침내 송 하사는 육군부사관학교에 입교하게 됐다. 송 하사는 부모님과 시부모님, 남편의 아낌없는 지원 덕에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의 군 생활 모습 그대로가 송 하사에게 커다란 조언이 됐다고 한다. 송 하사는 “항상 사명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생활하는 남편을 보며 많은 걸 배웠다”며 “부사관 후보생 시절에는 단순히 임관을 목표로 하기보다 훈련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시간을 가지며 ‘어떤 군인이 될 것인지’ 목표를 정하고 고민하라고 조언해 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들 부부는 적에게는 무서운, 우리 국민에게는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신뢰감을 선사하는 군인이 되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송 하사는 “국민에게는 안정감을, 후임과 병사들에게는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부사관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글=맹수열·김해령 기자/사진=본인 제공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김해령 기자 < mer0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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