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
김대현(33) 비욘드메디슨 대표의 본업은 치과의사다. 치주과 전문의인 그에게는 2년 전 새로운 꿈이 생겼다. 바로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한 턱관절 질환 관리 디지털치료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최근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치료제는 소프트웨어·디지털기기 등을 활용해 질환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솔루션으로, 약이 아닌 앱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개념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구상을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때 군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하며 구체화했다. 그의 창업 도전기는 전역한 뒤로도 현재진행형이다. 아이디어 수준이던 디지털치료제를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켰고, 앱 개발도 완료해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치과의사보다는 ‘청년창업가’가 적성에 더 맞는 것 같다는 김 대표를 지난 11일 인터뷰했다. 글·사진=이원준 기자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창업 구상
“디지털치료제가 기존 헬스케어 서비스와 다른 점은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식약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지털치료제는 앱 서비스 형태의 약입니다. 환자가 약을 받으려면 처방을 받아야 하듯, 디지털치료제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합니다.”
김대현 대표는 ‘클릭’이라는 디지털치료제 서비스를 야심 차게 준비 중이다. 클릭은 턱관절 질환의 관리·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앱을 사용하는 환자는 자가운동보조·행동조절요법·인지행동치료 모델 등을 제공받아 증상을 완화하고, 의료진은 환자가 입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개인 맞춤시스템을 제공하며 질병 치료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얻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육군21보병사단과 국군수도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창업 구상을 시작했다. 턱관절 질환으로 고생하는 현역장병들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디지털치료제 아이템을 생각해 냈다.
“턱관절 질환은 스트레스나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군에도 턱관절 질환을 앓는 젊은 장병이 많았는데, 군 의료기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죠. 그런 친구들을 진료하면서 진료 환경을 물리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2020년도에 디지털치료제란 개념이 등장했고, 또 때마침 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군에서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그해 디지털치료제 아이템으로 육군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고, 뒤이어 출전한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선 대상을 수상했다. 더 많은 장병을 진료해 이들의 턱질환 고통을 덜어 주겠다는 김 대표의 목표가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치과의사란 안정적 직업을 마다하고 창업에 도전하는 그를 바라보던 주위의 부정적 시선도 이때 사라졌다고 그는 회상했다.
“처음에는 가족과 지인으로부터 ‘왜 굳이 사업을 하려 하느냐’ ‘힘들게 의사 돼서 왜 힘든 일을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대회가 끝난 뒤 인식이 많이 바뀌었죠. 많은 응원 속에 창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창업대회·창업사관학교 거쳐 창업가로
김 대표의 목표는 그때부터 ‘창업가’로 바뀌었다. 다음 단계는 창업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것. 그는 지난해 전역한 뒤 개발자 등 직원을 고용하고, 디지털치료제 임상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현재 비욘드메디슨 직원은 김 대표를 포함해 모두 5명. 군에서 인연을 맺은 군의관 후배 한 명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예비창업자 과정을 마친 김 대표는 올해 경기북부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새롭게 입교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유망 창업 아이템과 혁신기술을 보유한 우수창업자를 발굴, 창업 모든 단계를 묶음(패키지)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김 대표는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아니었다면 사업을 유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 교육·지도, 투자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가령 이번에 임상연구에 돌입하는데, 예산이 3000만 원이 필요하더군요. 이러한 비용을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원받으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비욘드메디슨이 개발한 디지털치료제 ‘클릭’은 의료계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대치과병원에서 임상연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디지털치료제 식약처 허가 및 해외 진출에 도전할 예정이다.
“국내 턱관절 질환 1인자인 김영균 교수님과 인연이 닿아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관련 임상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치료제 아이디어를 설명하니 교수님이 옛날부터 자신도 하고 싶던 일인데, 젊은 친구가 도전한다고 응원해 주시더군요.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식약처로부터 디지털치료제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에게는 군(軍)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의사가 아닌, 창업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한 곳이 군대였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장병이라면 꼭 창업경진대회에 도전해 볼 것을 추천했다.
“여러분은 젊고 열정이 많은 나이니까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 봤으면 합니다. 어려움에 직면해도 막상 부딪쳐 보면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창업 및 사업의 성공은 80%가 실행력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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