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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23회] 우여곡절 끝 獨 MTU 엔진 장착

신인호

입력 2022. 05. 16   07:18
업데이트 2022. 05. 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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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진지로 기동하고 있는 K9. 국방일보DB
사격진지로 기동하고 있는 K9. 국방일보DB


"이제 엔진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기동분야 분할과제책임자인 최창곤(국방기술품질원장 역임) 박사와 엔진 문제를 상의하던 신형 자주포의 동력장치 팀장인 김영덕 박사는 "더 이상 시간을 소비할 수 없다"며 엔진 교체 입장을 밝혔다.


선행체계개발에 들어선 후 신자포 탑재 엔진은 국과연과 체계종합업체인 삼성테크윈 (현 한화디펜스) 연구·기술진에 ‘고통’에 가까운 문제를 일으킨 상태였다. 국내에서도 일부 엔진·변속기 개발기술이 산학기관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었지만 양산 수량의 제한성과 이에 따른 개발비 보상효과 미흡, 그리고 기간 내의 개발 신뢰성 등을 고려할 때 해외도입이 불가피했다.


최초 선정된 엔진은 외국의 유사 기동장비에 탑재된 바 있고, 냉각장치를 작게 설계함으로써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DDC사의 850마력 엔진과 ATD사의 X1100 자동변속기였다.


현재 SNT중공업이 생산하고 있는 X1100-5A3 변속기. 사진=SNT중공업
현재 SNT중공업이 생산하고 있는 X1100-5A3 변속기. 사진=SNT중공업


탐색개발 당시 삼성테크윈이 개발한 MTR에 적용, 만족스러운 결과를 나타냈다. 문제가 야기된 것은 선행체계 차량조립을 끝내고 차량성능 시험을 한창 진행하던 시기였다. 이즈음이면 엔진은 그 강력한 힘을 충분히 발휘해야하는 때인데 실린더 헤드 파손·엔진 커넥팅로드 절손 등 갖가지 고장을 일으켰다.


동력장치 연구팀들의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된 것이다. 고장원인은? 대책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대책회의가 지속되고 대처 방안을 강구하느라 동분서주했다. 수리하고 재장착하고, 심지어 다시 제작해 재시험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고장은 줄지 않고 계속됐다. 마침내 동력장치 팀장인 김 박사의 의견에 따라 엔진 교체를 위한 광범위한 자료조사가 시작됐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업체는 영국의 퍼킨스(Perkins) 사였다. 독일의 MTU사도 1995년 8월께 쌍용중공업(현 STX) 손계욱 상무를 통해 참여의사를 밝혔다.


그해 12월 초 김 박사와 삼성테크윈 조규남 박사가 퍼킨스사와 MTU사를 직접 방문했다. 먼저 방문한 퍼킨스 사는 챌린저 전차에 탑재된 1200마력급 CV12 콘도르 엔진을 출력저하시켜 1000마력으로 조정한 엔진을 제시했다. 가격은 DDC 엔진보다 약간 비쌌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12기통이라는 점, 냉각장치에 대한 기술적인 미흡 등이 걸렸다. 


MTU사에서 김·조박사 등을 맞은 것은 8기통의 아담한 엔진이었다. 독일에서도 PzH2000자주포에 적용, 독일 및 캐나다에서 실차시험을 진행 중이었다. 냉각장치의 설계 또한 최신의 유로팩(Euro Pack)에 적용한 시스템을 채택, 첨단에 가까운 설계 내용을 제시했다. 그러나 MTU사는 이러한 엔진·변속기를 냉각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비용으로 300만 마르크를 요구했다.


김·조 박사는 MTU 사의 영업이사에게 "우리는 MTU 엔진이 작고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비용을 들여 대안 엔진을 찾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이보다 싼 엔진으로도 우리의 동력장치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하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 때문인지 이튿날 MTU사는 훨씬 좋은 조건의 제안을 해왔다.


연구진은 귀국 후 해외 출장에서 얻은 자료를 중심으로 좀 더 구체적인 탑재 가능성, 성능 예측, 설계변경 부위에 대한 검토를 거쳐 선정 과정에 들어갔다. 퍼킨스 사의 엔진은 예상한대로 12기통이라는 크기가 문제였다. 변속기와 엔진을 연결해주는 변속기 입력 부위를 설계변경하더라도 종감속기와 연결부위의 공간이 마련되지 못했다. 차체 폭을 키우는 대폭적인 설계 변경 없이는 불가능했다.

독일의 MTU사의 제품으로 K9에 적용된 MT-881엔진. 현재는 국내 STX엔진에서 독일 MTU와 기술제휴로 MT-881Ka-500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의 MTU사의 제품으로 K9에 적용된 MT-881엔진. 현재는 국내 STX엔진에서 독일 MTU와 기술제휴로 MT-881Ka-500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결국 MTU 사의 1000마력급이 선정됐다. 이후 MTU사의 엔진은 국과연의 최창곤 박사를 주축으로 삼성테크윈의 기술진이 공동 개발한 신자포의 내구도 시험차량(ATR:Automotive Test Rig)에 적용됐다. 이 ATR은 97년 9월부터 1년 동안 국과연 기동시험장에서 12개 항목의 기본성능 시험과 내구도 9600㎞ 주행, 내구도 시험 후 다시 12개 항목의 기본성능 시험 등을 모두 통과했다.


이로써 신형 자주포 K9은 독일의 PzH2000 자주포의 성능(외기온도 46도에서 평탄도로 최고 주행속도 60kph)보다 훨씬 우수한 기동성(최고속도 67kph)과 냉각성능(외기온도 50도 이상)을 확보한 세계 최고의 기동력을 자랑하는 자주포로 태어나게 됐다. 동력장치는 매우 놀라운 기술발전을 이뤄 현재 (2002년 당시) 국산화율이 55%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형 자주포 K9은 사격에 대해 어느 정도 안전할까. 


화포는 추진장약이 급속히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가스 팽창력으로 포탄을 포구 밖으로 밀어내는데 이때 폭음(爆音)과 함께 반동력이 발생하면서 포신을 뒤로 주퇴시킨다. 폭음과 주퇴력은 각각 승무원과 장비의 안전에 영향을 주게 된다. 


K9의 포신 제퇴기와 이를 통해 사격시 추진가스를 방출하는 모습. 국방일보DB.
K9의 포신 제퇴기와 이를 통해 사격시 추진가스를 방출하는 모습. 국방일보DB.


선행체계개발 기간 무장연구팀(문갑태 팀장)의 이영현·강국정 선임연구원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개발한 신자포용 제퇴기와 주퇴복좌기는 신자포의 사격 충격량이 K55(KM109A2)에 비해 2배, KH179 견인포보다 1.4배가 큼에도 불구하고 승무원과 장비를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있다.


외관상으로 보아도 타 화포의 그것과 확연히 구별되는 신자포의 제퇴기는 여러 개의 격실을 갖는 점이 특징이다. 방출가스는 각 격실의 가스 방출구를 통해 순차적으로 확산하기 때문에 폭음이 낮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격실에 가공된 가스충돌판은 높은 주퇴제동성능을 갖는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화염의 양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야간사격시에도 빛에 의한 노출을 현저히 감소시켜준다.


신자포 주퇴복좌기에는 기존의 화포에서는 필수적인 사격 고각에 따라 포신의 주퇴거리를 조절하는 장치가 없고, 속도를 조절하거나 완충해주는 장치가 눈에 뜨이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보자.


이는 연구진이 자동장전장치의 부착을 위해 포탑 바닥면으로부터 포신 중심선까지의 높이를 상당히 높게 설계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연구진은 최대장약 사격 시 어떠한 사격 고각에서도 포신이 820~860㎜ 정도의 주퇴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고, 나아가 포신이 사격위치로 되돌아올 때 복귀속도를 제어하는 완충장치도 주퇴실린더 내에 조립시켰다. 결과적으로 주퇴복좌기의 구조를 상당히 단순화했을 뿐만 아니라 포 구조물에 전달되는 사격하중을 큰 폭으로 감소시키면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성능은 김봉수 선임연구원이 개발한 주퇴장치 모의 시험기를 통한 4,500발의 사격 시험과 실용 시제품에서의 모든 사격 시험 등을 견뎌내면서 충분히 확인되었다.



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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