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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TC 훈련으로 달라진 나의 군 생활

입력 2022. 05. 02   16:03
업데이트 2022. 08. 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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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경 상병 육군6보병사단 용문산여단
임현경 상병 육군6보병사단 용문산여단


 


“군 생활은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 이전과 이후로 달라진다.” 입대 전 먼저 군 생활을 하고 있던 친구들에게 수없이 들은 이야기다.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웃어넘겼지만, 지금은 그 뜻을 실감하고 있다. 처음 KCTC 훈련 일정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두려움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군 생활을 먼저 끝내고 나를 놀리던 친구들이 KCTC 훈련 얘기가 나오면 진심 어린 응원을 했던 일도 눈앞에 겹쳤다.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동안 소리 없이 훈련 날짜가 다가왔다. 그사이 지휘소 설치 숙달훈련, 야간 감시·경계훈련, 주특기훈련, 야외기동훈련(FTX)이 이어졌다. 훈련을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실제 전장에 나서는 듯한 생동감도 생겼다.

매일 체력단련을 하며 평소 약점이었던 허리 디스크 부상에도 대비했다. 이런 노력이 실전에 도움이 될지 걱정도 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의 끈을 놓지 않았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KCTC 훈련장으로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반드시, 끝까지 버티며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굳센 다짐을 했지만, 훈련 환경은 생각보다 가혹했다. 전우들의 의지를 꺾으려는 듯 무박 4일간 악천후가 계속됐다. 매서운 비바람과 발목까지 잠기는 빗물, 한 번 디디면 발이 빠지지 않는 깊은 진흙밭은 상상 이상이었다.

누군가가 포기하겠다고 해도 말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와 전우들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으며 훈련에 매진했다. 경계진지에서 힘들어하는 중대원들을 격려해 주시는 간부들의 배려와 중대원 모두의 노력으로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최악의 기상에도 우리가 설치한 지휘소가 굳건히 버티는 모습과 끝까지 적에게 발각되지 않고 임무 수행을 완료한 순간 ‘이제까지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고된 훈련에도 나보다 남을 챙기는 전우들의 모습을 보며 전장에서 서로의 등을 맡긴다는 게 이런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부대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기절하듯 잠든 전우들을 봤다. 한결같이 남은 힘을 다 쓴 듯 홀쭉해진 배, 얼굴과 손이 시커멓게 얼룩져 있었다. 한마디 말로는 정리하기 힘든 감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KCTC 훈련 전, 두려움 많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었던 나는 이제 사라졌다. 강도 높은 훈련 덕분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실전 같은 훈련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 나는 KCTC 훈련을 하며 한층 성숙해질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KCTC 훈련을 앞뒀다면 자신 있게 말해 주고 싶다. “군 생활은 KCTC 훈련 이전과 이후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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