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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증가 '즉전력' 강화…교육 디지털 전환 필수

기사입력 2022. 04. 29   16:17 최종수정 2022. 05. 01   10:26

군 교육의 새로운 방향
문제 본질 파악 창의적인 해법 필요
주입식, 즉각 조치 능력 제고에 한계
AI 이해·활용하는 리터러시 갖춰야
육군합성전장훈련체계 전투력 향상
AI·MR 기반 실전적 훈련이 핵심

 

육군 장병들이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훈련하고 있다. 장병들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KCTC 같은 교육훈련 인프라가 있으면 좋지만, 전체 군 교육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군 전투력 향상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종원 기자

시나리오 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한 『Scenarios』라는 책에는 미국 최대의 위협을 예측한 미래학자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9·11 테러를 예측한 피터 슈워츠다. 그는 9·11 테러가 일어나기 1년 전 테러리스트가 항공기를 몰고 대형 건물로 돌진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같은 경고에 대해 대다수 사람은 ‘그럴 수는 있지만 그럴 리는 없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증가하는 ‘VUCA’ 시대에는 다가올 위협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재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즉전력(卽戰力)과 문제해결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과거에는 문제가 구체적이고 모범답안도 존재했지만 오늘날에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모범답안 자체가 없고 모두가 모범답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미 육군 고등군사학교(SAMS·The School of Advanced Military Studies)’는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을 내놓는 리더를 이상적인 리더로 제시하고, 이러한 덕목을 적응성(Adaptability)으로 지칭했다. ‘즉전력’과 ‘적응성’은 둘 다 실전형 지식과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하며 이는 대학과 기업, 군에서 공통으로 강조되는 핵심 역량이다.

주입식 교육의 한계와 대안

역량이란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의 집합으로 지식, 기술, 태도의 곱(×)으로 형성된다.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없으며, 하나라도 결격이면 역량은 ‘0’이 된다. 탄탄하게 역량을 쌓기 위해서는 실제와 가장 유사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훈련과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군사훈련은 작전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태도를 함양하는 교육이다.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요구되기에 탄탄한 이론과 체계를 기반으로 한다. 1970년대 미 군사훈련에 적용된 ‘ADDIE(분석·설계·개발·실행·평가로 이뤄진 교수설계모형) 모델’은 군 교육은 물론 산업훈련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군의 교육훈련은 시대 요구를 수용하기엔 다소 경직된 모습으로 비친다. 군의 교육훈련은 정해진 공간에서 노련한 교수자가 검증된 강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전달한다. 훈련생들은 강의실에서 이론 지식을 습득하고 야전부대에서 전투 능력을 키운다. 하지만 교수자 중심의 주입식 교육은 문제해결 능력과 상황 판단 및 즉각적 조치 능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원리를 암기해 일률적으로 적용해서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려면 훈련생을 실제 상황에 노출해야 하나 군 여건상 쉽지 않다.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내 전투훈련장처럼 지식, 기술, 태도를 종합적으로 쌓을 수 있는 교육훈련 인프라가 있다지만 전체 군 교육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증강현실(AR) 헤드셋을 착용한 미군 병사.  사진=미 국방부


군 교육에 부는 디지털 바람

올 초 육군합성전장훈련체계(Build-I) 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군 전투력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육군합성전장훈련체계란 모의 가상훈련을 통해 군 전투력을 높이는 차세대 훈련체계로, 훈련 결과를 분석해 취약점을 식별하고 최적의 전술을 도출하도록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클라우드·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며, 특히 AI 기반 시뮬레이션과 혼합현실(MR·Mixed Reality) 기반 실전적 훈련이 핵심이 될 것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는 낮은 기술적 완성도와 콘텐츠 부족으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메타버스가 급부상하면서 기술적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방개혁 2.0’에서도 군 혁신을 위한 핵심 기술로 VR, AR을 꼽고 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선정한 ‘미래 전장 개념을 바꾸는 8대 신기술’에 ‘시·공간 제약 없이 한반도 크기의 가상합성 훈련환경을 제공하는 초실감 모의 전장환경 구현 기술’이 포함되기도 했다.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이 가상공간으로 구현된다면 많은 군인이 전갈부대와 모의 전투를 하며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을 텐데, 과학화전투훈련을 VR, AR로 구현할 경우 다양한 문제 상황을 만들어 실전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미 국방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제작한 통합시각증강시스템(IVAS) 기반 특수 고글을 10년에 걸쳐 12만 명의 육군 병사에게 보급하기로 했다.


2020년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알파도그파이트’ 이미지.  사진=DARPA


AI 자동모의 기능을 이용하면 다양한 공격에 대비하는 시나리오 기반 훈련도 가능해진다. 2020년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알파도그파이트(AlphaDogfight)’는 미래 공중전의 모습을 보여 줬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일대일 공중전이 펼쳐졌는데, 헤론시스템스가 개발한 AI가 베테랑 F-16 조종사를 상대로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경기는 끝났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을 보며 예방주사를 맞은 상태였음에도 0-5라는 결과는 상당한 충격파로 다가왔다. AI가 취했던 공격이 실제 이뤄진다면 조종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조종사가 AI 교관에게 배우고 AI와 한 팀을 이뤄 공중전을 펼치는 일이 조만간 현실이 되지 않을까? AI가 만든 문제 상황을 주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훈련이 효과적이라면 미래 교관은 AI가 맡게 되지 않을까?

군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요할 때

하향식 명령체계와 규율, 지시로 군을 통제하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국방시스템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됨으로써 업무 처리의 정확성과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물품관리나 소요계획에 AI 기술이 접목될 경우 효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의사결정자와 실무자는 디지털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AI 리터러시를 갖춰야 할 것이다.

군 인력의 디지털·AI 역량은 교육훈련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함양될 수 있다. 메타버스를 글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메타버스 기반의 모의 훈련에 참여함으로써 문제해결력과 디지털 활용역량을 키울 수 있고, 가상경험이 제공하는 몰입감과 도전적인 미션으로 훈련 성과는 배가될 것이다. 실전 같은 모의 훈련, 다양한 공격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AI 적군, 실시간 분석을 통해 전략적 취약점을 찾아내는 AI 교관과 AI 전략사령부…. 결코 먼 미래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군 장병의 즉전력과 군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군 교육훈련의 디지털 전환은 필수적이다.

올해부터 군 장병에게 온라인 AI·소프트웨어(SW) 교육이 제공되고 첨단 기술 중심의 군 변화를 선도하는 AI 전문인력 양성사업이 시작된다. 이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군 교육훈련의 디지털 전환, 지금이 딱 좋은 시기다. 

■ 해설


즉전력(卽戰力)은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능력으로 언급했다. 즉전력이란 어떤 일이든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능력으로, 무적의 낙하산 요원을 지칭하는 ‘슈퍼 루키’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전쟁터 같은 살얼음판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즉전력은 2000년대 중반 일본 경제위기에서 잉태된 용어지만 오늘날에도 중요한 역량임은 틀림없다.


 

이지은 교수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한국국방기술학회 교육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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