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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광장] 정당한 전쟁은 존재하는가? _ 육군중령 유순기

입력 2022. 04. 29   15:59
업데이트 2022. 05. 0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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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기 육군 중령

합동군사대학교 전략학과 교관


유 순 기
합동군사대학교 전략학과 교관·육군 중령
유 순 기 합동군사대학교 전략학과 교관·육군 중령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개시한 지 두 달 여가 흘렀다.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철수하면서 비인도적 전쟁범죄가 속속 나타나는 등 전쟁의 참혹함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참혹성은 전쟁에서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전쟁에도 엄연히 정당한 전쟁이 있으며, 전쟁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른바 정전론(正戰論)이 그것인데, 정전론이란 전쟁을 정당한 전쟁과 부당한 전쟁으로 구별하고 정당한 원인에 기초한 전쟁만을 합법으로 인정하는 이론이다. 이러한 정전론은 개전 정당성(전쟁 개시가 정당한가)과 전시 정당성(전쟁 수행 방법이 정당한가)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전정당성은 정당한 명분·의도, 합법적 권위, 최후의 수단 등등의 요소가 있는데 정당한 명분(원인)은 자국이나 동맹에 부당한 행위가 가해질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이며, 정당한 의도는 전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만 전쟁을 한다는 것이다.

합법적 권위는 주권을 대표할 수 있는 권위에 의해 전쟁이 결정돼야 하고, 최후의 수단은 전쟁 원인 해결을 위해 평화적 수단을 사용해도 해결되지 않았을 때 최종수단으로 선택되어야 전쟁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전시정당성은 필요성·비례성·비전투원 구분·인도주의적 원칙 등등의 요소가 있으며, 필요성의 원칙은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만 제거해야 하며, 비례성의 원칙은 전쟁 목적 달성을 위해 최소한의 폭력이 사용됐는가 따지는 것이며, 비전투원 구분 원칙은 전투원과의 전투행위만 인정되고, 민간인과 민간시설은 전투 대상이 아니다. 인도주의적 원칙은 포로나 민간인을 인도적으로 대우해야 하는 것으로, 전쟁을 하면서도 이러한 원칙을 준수해야 정당한 전쟁 수행이 된다.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대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떠한가? 러시아는 전쟁의 원인으로 돈바스 일대 자국민의 보호와 나토의 동진으로 우크라이나 지역에 서방의 무기와 군대가 배치된다면 러시아 핵심이익에 심대한 위협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전쟁 수행을 위해 사전 의회의 승인을 얻었고 나토 동진을 막기 위해 사전 외교적 노력도 시행했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쟁개시가 정당하다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유엔헌장 51조에서는 자위권 차원의 방어전쟁만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 러시아는 불법적인 침공전쟁을 개시한 것이다.

러시아는 전쟁 수행에서도 위법적인 면이 너무도 많다. 군사 목적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만 제거해야 하나 무차별 폭격으로 많은 민간피해가 발생하는 등 필요성 원칙을 위배했다. 러시아 의회는 돈바스 일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전쟁을 승인했으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 폭력을 행사하여 비례성 원칙도 위배했다. 

또한 피난민을 공격하고, 피난민이 있는 일반 건물 및 기차역 미사일 폭격, 부차시 등 점령지역에서 민간인 학살과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등 전쟁범죄 의혹이 SNS 및 뉴스를 통해 세계로 퍼져가고 있는데 이는 비전투원 구분·인도주의적 원칙 등을 위배한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수행하고 있는 현 전쟁은 전쟁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불법 전쟁이다.

우리 군은 군복무기간 전쟁법에 대한 교육이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 평시 전쟁법 교육을 받지 않으면 장병들은 전시 자신의 행동이 위법인지 알지 못하고 자칫 전쟁범죄자로 낙인될 수 있다. 이제라도 전 장병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전쟁법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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