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R&D이야기 K9 자주포

[K9 18회] 모델명, 90년대 기필코 전력화 의지 담아 ‘9’ 선택

신인호

입력 2022. 04. 25   11:05
업데이트 2022. 04. 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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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진지를 점령하기 위해 이동하는 K9 포대.
사격진지를 점령하기 위해 이동하는 K9 포대.

연구진은 사업명을 공모했다. 사업명은 ‘KSAM 천마’ ‘30㎜ 자주대공포 비호’에서 보듯 대체로 무기체계의 별칭으로 이어진다. ‘코뿔소’ ‘자주’ ‘선더파이어’(thunder fire) 등 여러 제안 가운데 ‘광무’(廣武)가 유력해 보였다. 통일 이후에도 대비하고 광개토대왕의 무훈(武勳), (武德)을 기린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사업명을 이중화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따라 최초 정했던 신형 155㎜ 자주곡사포개발 사업을 그대로 확정했다. 


양산(量産)을 고려해 모델 이름도 정했다. 당시 국내에서 연구·개발하는 무기체계에 붙이는 모델 번호 중 화력 분야에 아직 쓰이지 않은 번호가 7과 9였다. 이 가운데 9을 선정함에 따라 ‘XK9’이 신자포의 개발 모델명이 됐다. X는 시제(Experimental), K는 한국(Korea)을 뜻한다. 9은 순번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90년대에 기필코 전력화하겠다는 연구진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국방부는 합참이 1993년 8월 말 체계개발동의서를 확정하자 국방부는 9월 중순 국과연이 제출한 선행체계 개발계획서를 전력증강위원회에서 의결하고 10월 초순 대통령 재가를 받아 사업 집행을 승인했다.


이제 기본설계와 골격공사를 마친 것과 같은 상황. 사업책임자 문상규 자주포부장과 안충호 체계팀장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 부장과 안 팀장은 신자포에 또다른 힘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자주포 체계 전체를 시험적으로 제작하는 선행개발에 박차를 가해 나가기 위해서는 사업관리 측면에서 새로운 추진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빠듯하게 계획된 체계개발 기간(선행개발 3년·실용개발 2년) 내에 자주포를 개발·완료, 예정된 전력화 시기를 맞추기 위해 더욱 그러했다. 


문 부장과 안 팀장의 이같은 내심은 국과연 지휘부의 뜻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주포를 전담할 조직도 확대해야 했다. 지휘부는 사업책임자로 미국에서 사업관리자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호권(국과연 부소장 역임·육사23기·예비역 대령)박사를 임명했다. 더불어 1994년 1월 자주포체계팀을 자주포체계부로 조직을 확대, 체계관리팀장·체계종합팀장에 홍석균·김동수 박사를 각각 선임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선행개발에 돌입했다.


이제 다시금 분야별 기술개발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자주포는 전차와 외형적으로 일부 유사하지만 구조적인 면에서 전차와는 달리 엔진이 차량 앞쪽에 위치하고 승무원이 승·하차하거나 사격 때 포탄이 공급될 수 있도록 뒤쪽에 큰 문이 설치돼 있다. 

K9 차체 구조도. 동력장치와 연료탱크, 배터리 등이 차체 앞부분에 탑재되어 있고, 승무원들은 그 뒤 공간에서 사격 임무를 수행한다. 그래픽=삼성테크윈(현 한화디펜스)
K9 차체 구조도. 동력장치와 연료탱크, 배터리 등이 차체 앞부분에 탑재되어 있고, 승무원들은 그 뒤 공간에서 사격 임무를 수행한다. 그래픽=삼성테크윈(현 한화디펜스)


같은 비율의 사진은 아니지만, 자주포(오른쪽)가 전차(왼쪽)보다 차체는 낮고 포탑은 큰 점 등 외형적 차이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비율의 사진은 아니지만, 자주포(오른쪽)가 전차(왼쪽)보다 차체는 낮고 포탑은 큰 점 등 외형적 차이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또 전차는 전차와의 전투에서, 대전차 화기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차체의 전면·측면·후면이 두꺼운 장갑판재로 제작되는 데 비해 자주포는 적 포병과의 전투가 우선적인 까닭에 적 포탄이 공중에서 폭발할 때 생기는 파편으로부터 안전하도록 차량 윗부분의 방호력이 강조되는 점이 각각 특징이자 차이점이다. 


자주포는 구조물 장갑판재로 1950년대 설계개념에 의해 알루미늄합금을 사용해 왔지만 21세기형으로는 PzH2000(독일)·AS-90(영국)·2S-19(러시아)·크루세이더(미국) 등에서 보듯 전차와 같이 강철 장갑판재를 적용했다.


이는 자주포가 사격과 기동 때 발생하는 충격에 구조물이 견딜 수 있는 강도(强度)와 적의 공격으로부터 승무원·탑재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방호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신자포에 있어서도 승무원의 생존성 확보와 탄 취급, 사통장치 및 구동장치 자동화에 따른 공간 확보를 위해 장갑소재로 강철장갑판재가 적용돼야 했다.


마침 1993년에 접어들면서 국과연 소재개발부 장갑소재개발팀의 김영우 책임연구원(팀장)을 비롯해 심인옥·백두현·김홍규 박사가 주축이 돼 포항제철기술연구소(부소장 주용융)와 함께 국내 최초로 독자개발 중이던 강철장갑판재의 개발성과도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 강철장갑판재를 신자포 선행체계의 구조물 장갑소재로 쓸 것을 결정했다. 


■ 국방일보 원문 기사

국방일보 국산 무기체계 개발 비화

 『철모에서 미사일까지』 제3화 「K9 155mm 자주포」 

 <18> 장갑소재, 강철판재 결정 2002년 12월 4일자

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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