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R&D이야기 K9 자주포

[K9 16회] 기동실험차량 제작해 기동설계요소 확보

입력 2022. 04. 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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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6포병여단에 배치된 K9자주포의 야지 기동. 국방일보DB
육군6포병여단에 배치된 K9자주포의 야지 기동. 국방일보DB

신자포 연구 개발을 둘러싼 몇몇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연구진은 수 차례 한숨을 내쉬기는 했어도 이에 실망하지 않고 각기 분야별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사거리 분야 연구진은 무장, 사격 고정 거치대, 항력 감소 장치를 갖는 탄두, 소진탄피로 외형을 쌓은 추진장약과 탄도를 개발해 40㎞의 최대 사거리 도달 가능성을 확인하는 사격시험을 성공리에 실시했다. 발사속도·반응성 분야의 연구진도 자동방렬, 위치 확인, 사격통제, 탄적재·이송·장전장치의 실험 모델을 만들어 15초 이내 3발의 급속사격 가능성과 30초 이내의 초탄 발사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신자포 1대1 모형(mock up)을 제작, 신자포의 형상을 구체화하면서 구성품 간 인터페이스상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그 대책을 세워 나갔다. 승무원이 탑승, 임무를 수행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자주포 내부를 인간공학적인 측면에서 확인하고 정비를 위해 각 부품의 탈부착이 원활한 상태인지 등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분야들은 다음 단계인 선행체계 개발 때 개선할 수 있도록 챙겼다. 신자포 탐색개발 계획에서 개발예산 부족으로 빠져 있던 차량 분야의 연구는 삼성테크윈(전 삼성항공, 현 한화디펜스)이 노석호 전 특수사업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과감히 투자, 기동실험 차량(MTR:Mobility Test Rig)을 제작하고 있었다.


기동성능 관련 설계요소를 확보하기 위해 제작된 MTR. 사진=국방과학연구소
기동성능 관련 설계요소를 확보하기 위해 제작된 MTR. 사진=국방과학연구소


MTR는 작전운용성능(ROC) 중 기동성능과 관련된 차량의 구성체계(동력전달장치·현수장치·구조물 등) 설계요소를 확보하기 위해 제작되는 것. 삼성테크윈은 국방과학연구소 기동체계실의 지도를 받는 가운데 부족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현수장치 분야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곽병만 교수팀, 엔진 변속기 선정을 포함한 기동특성 분석은 이정무 서울대 교수·조동우 포항공대 교수팀과 각각 산·학 공동연구를 통해 이론적 기초를 다졌다.


삼성테크윈은 또 삼성종합기술원의 도움을 받으면서 차체 구조물의 최적화를 연구했으며 당시 애로 기술이었던 800마력 이상의 동력장치는 미국의 전문업체인 AAI사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때 삼성테크윈의 조남규 박사(삼성테크윈 특수연구소장)를 비롯한 4명의 연구기술진이 AAI사에 상주하면서 개발기술·설계기술을 확보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MTR 조립을 마쳤습니다. 공장 내 기동시험로에서 먼저 예비 주행시험을 가졌는데, 처음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문제점이 별로 없었어요. 정성들여 다듬은 조각품, 그렇게 여겨졌습니다." (임근묵 삼성테크윈 기동팀장)


삼성테크윈 연구기술진은 이제 제대로 된 기동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당시는 아직 국방과학연구소의 기동시험장이 건설되기 이전이어서 군의 협조를 받아 부산에 있는 수영비행장에서 기동시험을 가졌다.


그날따라 수영비행장에 세찬 바람이 불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장비를 옮기고 시험준비를 하는 연구기술진은 꽤 싸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도 연구기술진의 마음을 아는지 활주로를 씩씩하게 왕복했어요. 비로소 전투장비다운 모습으로 마음에 와 닿더니 이내 가슴이 뿌듯해졌습니다." (이상명 삼성테크윈 체계팀장) 

이날 저녁 연구기술진은 그동안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면서 축배의 잔을 높이 들었다. 


MTR는 이후 400km를 시험주행하면서 신자포의 차량 설계에 필요한 수많은 자료를 쏟아 놓았다. 기술개발 면에서 신자포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육군이 ROC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인 1992년 11월 국과연 연구진은 삼성테크윈 창원공장에서 탐색개발 단계에서의 연구 개발 성과를 종합, 발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는 1대1 모형 품평회도 함께 진행됐다. 연구진은 물론 육군·합참·국방부 관계관, 관련 방산업체 기술진 모두가 신자포의 연구 개발이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모두 강한 도전의식과 새로운 비전을 갖고 체계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새로운 화포 역사의 주인공이 되자고 다짐했다. 이 행사를 계기로 체계개발 동의서 작성 지시를 미뤄오던 합참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합참 관계관은 신자포 포신과 탄약의 사격시험을 담은 비디오 영상 자료를 몇 번이고 시청했다. "독자적으로 신형 자주포를 개발할 수 있다면 이는 획기적인 일"이라며 그는 연구진의 개발 역량과 노력에 대해 신뢰를 보이기 시작했다.


■ 국방일보 원문 기사 

국방일보 국산 무기체계 개발 비화

『철모에서 미사일까지』 제3화 「K9 155mm 자주포」

<16> MTR제작 ...신자포 개발 박차 2002년 1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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