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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인맥·낮은 자세…‘신중’ 안 하면 ‘심각’해진다

입력 2022. 04. 18   16:26
업데이트 2022. 04. 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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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공동창업자
 
유명 기업 출신 간판만 보고 영입 위험
창업자와 다른 전문성 보유자 이상적
급해도 현실과 타협·자기합리화 금물
초기 창업 멤버는 역량만큼 신뢰 중요
개인 지인 중심으로 팀 구축 땐 부작용

 
창업자 A씨는 국내에서 유명한 대형 IT 회사에 다니던 개발자 B씨를 소개받아 오랜 설득 끝에 적정한 급여와 적지 않은 지분을 주고 공동창업자이자 CTO로 영입했다. 좋은 팀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사업이 잘될 것만 같았다.

개발자 B씨는 처음에는 정말로 열심히 해주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불평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간식이나 커피머신이 없다거나 화장실 청소를 우리가 왜 직접 하느냐는 등의 불평은 애교였다. 이제 막 시작해서 아직 매출도 없고 비용만 많이 나가고 있는데 자동차를 리스해 달라거나 전에 다니던 직장처럼 부모님까지 상해보험에 가입해달라는 얘기는 좀 심하다 싶다.

‘고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작은 스타트업에 왔는데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른 회사에는 다 있는데 우리 회사는 왜 이런 것도 없냐’라는 얘기를 밥 먹듯이 하고 심지어 직원들에게까지 불평과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이런 좋지 않은 얘기는 금방 퍼져서 회사 내의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든다. ‘실력만 있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해서 영입했는데 지금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너무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설마 이런 사람이 있겠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흔한 케이스다. 회사 간판만 보고 공동창업자를 영입했다가 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괴로워하는 창업자를 많이 보았다. 그만큼 한 명 한 명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동창업자를 영입할 때에는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최고의 공동창업자가 갖춰야 할 조건은 바로 전문성, 경험과 네트워크 그리고 내려놓기다. 물론 개인의 인성, 조직관리 능력, 창업자 및 다른 팀원들과의 조화,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다른 여러 덕목이 있겠지만,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공동창업자가 갖춰야할 세가지 덕목.
최고의 공동창업자가 갖춰야할 세가지 덕목.


전문성 가장 중요…열정·패기만으로는 안돼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최고의 전문가 소위 말하는 ‘선수’나 ‘타짜’면 더 좋다. 최소한 평균 수준 이상은 돼야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는 열정과 패기만으로는 어렵다. 전에도 강조했지만, 창업자와는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좋고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상보적 관계가 이상적이다. 창업자가 개발자라면 공동창업자는 개발자보다는 전략, 마케팅, 영업, 운영 쪽에 전문성 있는 사람을 영입하는 것이 좋다.



스타트업 재직 경험·폭넓은 인맥은 큰 자산


전문성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당 분야의 경험과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특히 대기업 또는 대형 IT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은 조직을 만들고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 초기 스타트업 경험을 통해 뭔가 맨땅에 헤딩하면서 스스로 만들어본 사람의 경험은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쌓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는 사업을 확장하거나 인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물론 인맥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환경에서 사람의 네트워크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백 번을 찾아가도 안 되는 일이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되는 마법과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성장·회복력·동기·끈기에 현실 직시 성향


첫째로 그릿(GRIT)이 필요하다.

그릿은 미국의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가 개념화한 용어로 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끝까지 해내는 힘이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목표를 향해 꾸준하게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투지, 담대함과 낙담하지 않고 매달리는 끈기로도 표현이 가능하다.

둘째로 내려놓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험블함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험블하다’는 것은 겸손이나 미천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본인의 현실을 직시하고 낮은 자세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 졸업 이후 유명한 회사만 다녔던 사람은 내려놓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려놓기가 되지 않은 사람은 앞서 예시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계속 불평불만을 쏟아놓고 팀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든다.

공동창업자를 구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조급한 마음에 한두 가지만 갖춰도 공동창업자로 영입하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을 영입할 때는 현실과 타협하거나 스스로 합리화하지 않길 바란다. 최고의 사람이 모여도 성공하기 힘든 게 스타트업이다. 급한 마음에 만든 급조된 팀은 활주로를 이륙도 하기 전에 고장 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추가로 창업팀을 꾸릴 때 반드시 조심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 어느 분야든 창업자 이외에 특정 개인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창업팀이 구축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창업자의 영향력이 회사 전체에 골고루 퍼져 리더십이 발휘되고 신속하게 업무가 진행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TO를 어렵게 구했는데 CTO가 개발자 모두를 본인의 지인 중심으로 꾸린 경우, CEO와 문제가 생겨 CTO가 나가게 될 때 개발팀 팀원들도 모두 데리고 나가면서 회사의 존폐 위기가 올 수 있다. 또한, 다행히 회사가 잘 돼 직원이 수백 명 이상으로 많아지고 조직이 비대해지면 사내 정치나 파벌 싸움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사람 100명이 넘게 모이면 그 조직은 관료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둘째, 초기 창업 멤버들은 역량만큼 신뢰가 중요하다. 필자의 경우 유명한 IT 기업에 다니고 경력이 10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개발자를 찾아가 사업 설명을 하면서 CTO를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전문성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상호 신뢰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고 지분을 나누는 문제부터 급여, 근무조건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신뢰는 차차 쌓아가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문제였다.

위에 언급한 내용을 명심해 절대로 현실과 타협하거나 자기합리화를 하지 말고 최고의 팀을 만들어 창업하길 바란다.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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