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국방안보

[국방일보·한국국방연구원 공동 특별기획] 군사작전 관점에서 본 러시아-우크라이나전

입력 2022. 04. 12   17:22
업데이트 2022. 04. 12   17:34
0 댓글
국방일보·한국국방연구원 공동 특별기획
군사작전 관점에서 본 러시아-우크라이나전 <上>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의용대원들이 곡사포 사격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의용대원들이 곡사포 사격을 하고 있다.


14일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50일째를 맞는다. 국방일보는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함께 육·해·공군과 우주·사이버, 민사심리전 등 이번 전쟁의 각 영역에서 나타난 변화와 전망을 군사작전 관점에서 조망하는 특별기획을 3차례에 걸쳐 싣는다.


국제적 해킹 시도·위성에 찍힌 전장 ‘현대전 종합판’

1 전쟁 양상


우주·사이버공간으로 전장 영역 확대

전쟁 주체는 러시아·우크라이나지만

무기·경제지원 등 국제사회도 참전 중

SNS 심리전, 여론 형성 새로운 수단

미래전에 대한 인식 전환 계기 삼아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은 지난 100년간 일어났던 전쟁의 종합판이다. 과거 전쟁에서 나타났던 모습들이 모두 등장해서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기갑부대로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전격전’과 양 진영 전투기간에 치열하게 벌어졌던 ‘공중전’, 1970년대 캄보디아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과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겪었던 ‘게릴라전’, 그리고 1990년대 체첸전쟁에서의 격렬했던 ‘시가전’ 등 20세기 전쟁 양상과 함께 2000년대 이라크전에서 등장한 압도적인 ‘정밀폭격’과 조지아전쟁에서 활발히 진행됐던 ‘심리전’, 이스라엘의 시리아 폭격 당시 벌어졌던 ‘사이버전’, 2010년대 미군이 오사마 빈라덴 제거를 위해 실시했던 ‘특수전’과 10년 후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를 위해 드론을 활용한 ‘유·무인 복합전’의 모습과 같은 현대전 양상도 보인다.

21세기 초반, 러시아는 ‘하이브리드전’이라는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의 조합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새로운 전쟁개념을 선보였고 이번 전쟁에서도 이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나타난 다양한 모습은 우리에게 미래를 향하는 복합적인 전쟁 양상을 목도하게 하고, 장차 다가올 여러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러시아는 2014년 발표한 ‘게라시모프 독트린’을 통해 향후 전쟁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새로운 군사사상을 제시했고 이를 실현하는 하이브리드전을 수행함으로써 현대전의 개념을 주도하는 미국에 도전했다. 실제 러시아는 하이브리드전 방식으로 2008년 조지아에서 승리했고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도 성공했으며 이번 전쟁에서도 이를 적용해 러시아 고유의 현대전 양상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러나 작전기획과 전투대비태세 확립부터 전력의 전술적 운용과 군수지원, 정보작전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압도적인 전력 우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군사작전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키이우(키예프)를 점령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축출하고, 돈바스 지역 내 친러 국가의 독립을 확고히 하며 크림반도 북쪽 지역을 차지해 육상으로 크림반도에 이르는 영토를 확보하려던 러시아는 군사적 측면의 과오와 우크라이나의 거센 항전, 국제사회의 압력이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현재 키이우 점령과 젤렌스키 정부 축출을 포기한 채 동남부 지역에서 최소한의 목표 달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전과가 미흡하다고 해서 러시아가 보여 주는 새로운 전쟁 양상을 간과하는 건 큰 변화의 흐름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일 수 있다. 1999년, 중국의 군사학자 차오량과 왕샹수이는 『초한전』이란 저서를 통해 새로운 세기의 전쟁은 국가·영역·수단·전쟁 단계의 구분을 넘어서는 초월적 전쟁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이들의 생각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전쟁부터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에 이르는 20여 년 동안 21세기 전쟁을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 우리 군은 새로운 전쟁 이론의 관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보여 주는 양상과 특징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주목할 첫 양상은 전쟁 주체의 확장이다. 이미 두 번의 세계대전을 통해 전쟁이 양 국가의 대결이 아닌 진영 간 대결이 된다는 점은 알려졌지만, 이번 전쟁은 각 국가의 역할이 과거처럼 직접 전쟁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특정 국가를 후원하는 것이 적대국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와의 군사대결을 회피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거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지 않았지만, 무기 제공과 경제 원조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다른 국가나 비국가 단체도 하나의 주체로서 간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국제해커조직이 러시아에 사이버공격을 시도하거나 국제사회의 개인과 단체가 암호화폐로 전쟁비용을 후원하고 미국 민간기업이 위성인터넷이나 위성사진 등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주체가 전쟁에 관여하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가시화된 전쟁 주체의 확장은 이제 확고한 현대전의 특징이 됐다.

미국이 제시한 ‘다영역작전’ 개념과 더불어 전장 영역은 기존 지상·해상·공중에 더해 사이버와 우주라는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까지 확대됐다. 1983년 미국의 ‘스타워즈’ 계획 이후 40년이 지난 현재, 우주공간의 전력 투사는 이미 현실이 됐다. 최근에는 사이버공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까지 등장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수많은 위성이나 사이버공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벌이는 공방은 전차와 재블린이 맞붙는 지상전, 전투기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공중전과 함께 전장 영역의 확장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더욱이 이번 전쟁에서는 심리와 사회적 영역이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전장으로 대두했다. 국제사회에 수용되지 않는 전쟁 명분이 자국 병사의 사기를 저하하고 상대 국민의 전투 의지를 고취해 전투원으로 탈바꿈시켰으며 국제적 지지는 상당한 추가 전력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특징은 외교와 경제 영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체와 영역이 확장되면 전쟁에 활용되는 수단도 다양해진다. 러시아는 가장 위험한 물리적 수단인 핵 위협과 동시에 비물리적 수단인 사이버공격을 병행하고, 국제사회에 외교적 의지를 공표하면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통해 상대를 강압하며, 친러 세력을 통해 사회 혼란을 조성함과 동시에 군대를 진격시켜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복합적인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수단의 관점에서 외교적 기만, 고강도 위협, 경제제재, 정밀폭격, 사이버공격, SNS를 통한 심리전, 민간 피해를 통한 공포감 조성 등 모든 전쟁 수단이 망라되고 있다.

전쟁 단계에서도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전쟁은 과거 ‘D일’부터 시작돼 어느 정도의 전력 소모 후 협상을 통해 종결되는 게 아니라 비물리적 수단을 통해 이미 전쟁이 진행되고 물리적 전쟁 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휴전협상이 논의되며, 이 와중에 다양한 국면이 교차하는 혼돈 양상을 보여 준다.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보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아니라 전개-발단-위기-절정-전개-위기-전개 등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구성이다.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 어디가 결말인지는 전쟁이 끝나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보여 주는 새로운 전쟁 양상은 우리 군으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더 이상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유효하지 않다. 현존하거나 앞으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인식을 초월하는 생각과 모든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새롭게 조합하려는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미래 우리 군의 입장에서 이번 전쟁은 새로운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유승근 연구위원 한국국방연구원



최종 목표 수정한 러시아, 실패 원인은 ‘정보 오판’
2 지상작전


‘단기간 종결’ 초기 목표 달성 못한 러
우크라 저항 예측과 전력 파악 실패
대대전술단인 BTG 부대 편성도 허점
보전 협동 근접방어능력 중요성 시사



지난 2월 24일 새벽 5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지 벌써 40여 일이 흘렀으나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초 러시아는 단기간에 전쟁 종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개전 초 유류·식량·탄약 등의 보급이 사흘 정도를 기준으로 이뤄진 점에서 러시아의 판단을 추정할 수 있다. 러시아는 개전 초 미사일을 통해 핵심 주요 도시를 타격한 후 지상군을 투입, 향후 큰 저항 없이 주요 도시들을 점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우크라이나의 전쟁 의지를 상실케 함으로써 전략적 중심인 키이우를 점령하고, 최종적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친러 정권을 수립함으로써 동유럽 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나토에 대한 대응력 강화를 도모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의 지상작전은 개전 초 크림반도로 인해 상대적으로 보급선이 짧은 남부 축선을 주공으로 해서 전략적 목표인 키이우 함락을 목표로 하는 북부 축선, 군수·물류·교통의 핵심 거점이자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 함락을 목표로 하는 북동부 축선, 친러 반군 지역인 돈바스의 통제권 확보를 위한 동부 축선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최종 목표는 오데사~마리우폴에 이르는 흑해, 아조우(아조프)해 전체 연안 점령, 동부 돈바스 지역과의 연결, 그리고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키이우에 이르는 북부 지역 장악을 통해 4개 축선을 작전적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시점에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 지역 외 모든 축선에서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결국 전쟁의 최종 목표를 우크라이나 정권교체에서 크림반도에서 돈바스 지역까지의 육로 연결을 위한 남부 지역 점령으로 변경했다.

이처럼 세계 2위의 군사강국이자 다양한 첨단 전력을 보유한 러시아가 초기에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이유를 러시아의 지상작전 측면에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 인식 및 정보의 오판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크림반도 합병 때와 유사하게 우크라이나전도 저항이 크지 않은 가운데 단기간에 작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의 정보 판단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은 높은 사기를 바탕으로 거세게 저항했다. 민간도 높은 저항 의지를 갖고 대항하면서 러시아의 피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전력 파악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저항 의지 및 사기를 과소평가한 결과로 판단된다.

정보 판단의 실패와 관련해 다른 이슈는 러시아의 라스푸티차와 관련된 전쟁 수행 시기의 오판이다. 라스푸티차는 봄, 가을에 땅이 진흙으로 변하는 시기를 가리키는 용어로 이 기간에는 비포장도로에서의 차량 이동이 어려워진다. 러시아는 과거 나폴레옹의 프랑스군과의 전쟁,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과의 전쟁 시 라스푸티차를 천연 장애물로 활용해 성공적으로 방어한 역사가 있다. 이처럼 라스푸티차의 효과를 이미 잘 아는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는 라스푸티차 시기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로 인해 정식 도로 외에 러시아 기갑전력의 기동은 제한되고 우크라이나군이 예상할 수 있는 좁은 기동로로 선형 기동함에 따라 신속한 기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대 및 민병대의 게릴라·매복작전에 취약한 모습이다. 라스푸티차로 인해 종심까지의 보급을 위한 전력 투입이 지연됨에 따라 이미 투입된 전력의 지속지원능력도 급속도로 저하되는 상황이다.

둘째, 투입 부대의 편성 및 작전 운용 문제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는 약 100~120개의 BTG(Battalion Tactical Group·대대전술단)를 투입, 분할공격을 감행했다. BTG는 지역 분쟁에 대응하고 지역 통제를 위해 편성된 부대로 강한 화력 투사 및 신속기동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반면 부대 규모로 인해 정보·지휘통제·정비·의무 관련 조직이 빈약하고 지속지원능력 또한 부족해 적 종심에서의 작전에는 부적합한 구조로 분석된다. BTG는 보병 전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로 인해 기계화 전력의 측·후방 경계가 미비하며 보전 협동 제한으로 인해 상대의 대전차 전력 기반 공격에 대한 근접방어능력이 취약하다. 또한 편성 목적과 연계해 내재된 한계(보병 부족, 제한된 지속지원, 의료지원 부족)로 인해 회복탄력성이 낮아 전투 현장에서의 전투력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작전적 운용 측면에서도 원활한 지상 부대의 작전 수행을 위해서는 사전에 전술적 여건 조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여건 조성을 위해 사전에 수행된 미사일 및 야포 공격은 지상 공격과 별도로 전략적 목표를 타격하거나 무작위로 타격했고 이로 인해 지상 부대는 기동 중 여건 조성도 직접 수행해야 했다. 따라서 신속기동의 이점을 살릴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적에 의한 피해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보 판단과 관련, 미래전은 전력 우위가 아닌 정보 우위가 승패를 좌우하는 것처럼 지속적인 정보 수집 및 분석, 정보 판단의 신속성 및 신뢰성이 전승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 군은 다양한 정보 수집 및 판단을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보 수집의 신속성, 정보 판단의 자주성 등을 고려할 때 자체적인 정보 수집 및 판단을 위한 전력 및 체계를 조속히 확보·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작전의 장기화 및 적 지역으로의 작전 지역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전쟁(작전) 지속지원능력을 보강하기 위한 전력 및 지원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즉 압도적인 화력 및 기동성을 지닌 전력 확보와 함께 원활한 작전 수행을 위한 군수·보급·지원 등 군수지원 기능과 관련된 능력 증대와 전력 확보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부대 편성 및 작전 운용과 관련해 현재 육군은 비선형·비접촉전 등의 미래 전쟁 양상에 대비, 군단 중심의 작전 수행을 위해 모듈화 여단을 편성하는 방안으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BTG의 선례를 참고해 개편 시 화력·기동성 외에 지속지원·정비·의무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함으로써 임무 수행능력의 완전성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기계화부대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군의 경우 이번 전쟁의 BTG 운용사례를 바탕으로 부대 운용에서 충분한 병력을 구성함으로써 보전 협동작전 기반의 근접전 방어능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충분한 전술적 사전 여건 조성을 통해 해당 부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작전환경이 반드시 구축돼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진형 연구위원 한국국방연구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